이 책은 매년 다문화평화교육연구소가 진행하는 ‘시민과 함께하는 인권 서로배우기’ 프로그램의 강의 내용을 묶은 것이다. 2023년의 주제는 평화, 역사, 미술, 돌봄, 스포츠, 음악, 종교, 공동체, 순례였다.
첫째 강좌 주제는 ‘인권과 평화’다. 강의를 맡은 가수 홍순관 선생님은 “나처럼 사는 건 나밖에 없지”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가수이며 평화 활동가로 한국 사회 굴곡진 현장에서 노래하며 모임을 이끌어온 홍순관 선생님이 ‘평화’가 무엇인지 묻고 또 물을 때마다 ‘잠시 멈칫’하며 골똘히 집중하고, 명랑한 상상력을 발휘하며 유연성을 높인다. 평화는 ‘제 숨 쉬는 세상’이라고 말하며 자기 호흡과 속도로 사는 걸 제시한다. 고정관념을 뚫고 나오는 게 ‘내 것’임을 거듭 말한다.
둘째 강좌 주제는 ‘인권과 역사’다. 윤상원기념사업회 고문이신 김상윤 선생님께서 “5·18 단상 몇 가지”란 제목으로 강의를 했다. 광주와 5·18 관련한 용어를 적합하게 정의하고 사용할 필요를 제시하며 ‘5·18 민주화운동’이 아니라 ‘5·18광주민중항쟁’이란 용어를 사용해야 하는 까닭을 분명하게 설명한다
셋째 강좌 주제는 ‘인권과 미술’이다. 강의를 맡은 작가 김상연 선생님은 “현玄, 내 안에 거대한 에너지”란 제목으로 강의를 했다. 보이는 행태에서 본래의 소리를 그리는 게 그림 그리기 방향이라 말하며, 작품 여정을 잔잔히, 때로는 단호하게 전했다. 본래 형태 사물이 지닌 내면 목소리를 관찰하고 이해하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바라보는 관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넷째 강좌 주제는 ‘인권과 돌봄’이다. 순천향대 간호학과 교수 김형숙 선생님이 “아픈 이의 곁에 있다는 것”이란 제목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강의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살면서 누구나 돌보는 이가 되고, 또 아픈이가 된다”라는 것이다. ‘돌봄’은 간병, 돌보는 이가 직면한 다양한 어려움을 고민하게 한다. 존엄한 죽음이 무엇인지 묻는다. 삶의 마지막 시기와 삶의 질을 좌우하는 존엄한 죽음은 호스피스 완화의료가 대안 중 하나다. 죽음을 앞두고 깊은 성찰과 돌아봄으로 마주한 지난 삶에서 회상하고 화해한 가족관계를 경험한다. 그러면서 더욱 존엄한 죽음이 무엇인지 묻는다.
다섯째 강좌 주제는 ‘인권과 스포츠’다. “헤어질 결실”이란 제목으로 강의를 시작한 서강대학교 교수 정용철 선생님은 스포츠란 이름 아래 저지른 모든 부조리와 폭력과 헤어질 결심을 하라고 말하며 스포츠 핵심 정신은 ‘평화’라고 강조한다. 스포츠와 인권은 문자 그대로 불과 물처럼 함께 쓸 수 없으나 유독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까닭은 엘리트 스포츠와 성공 지향 방식 운영으로 발생하는 반인권적 상황 때문이다. 부조리와 폭력 대물림을 끊고 스포츠가 지닌 연결하는 힘, 연대하는 힘, 전복하는 힘에 주목하도록 이끈 강좌였다.
여섯째 강좌 주제는 ‘인권과 음악’이다. 강의를 맡은 작가 지강유철 선생님은 “음악의 두 얼굴”이란 제목으로 강의를 했다. 음악이 지닌 두 얼굴과 이면에 대해 홀로코스트 가해자와 피해자 목소리와 행동에 관한 증언과 기록으로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처음 듣는 이야기가 너무도 많아서 놀라며 더 집중했다. 독일 나치에게 온갖 폭력으로 고통받고 죽음을 맞았던 유대인은 폭력으로 그리고 ‘음악’으로 고통받았다.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음악’, 모든 일상을 ‘음악’으로 통제받았다. 음악이 지닌 양면성과 두 얼굴에 관해 생존자 목소리, 역사와 철학, 영화와 연주를 통해서 전한 강좌는 다시 음악을 돌아보게 한다. 부조리한 세상에서 음악으로 견디는 지혜를 찾도록 이끄는 강좌였다.
일곱째 강좌 주제는 ‘인권과 종교’다. 미국장로교PCUSA 선교동역자인 김지은 선생님은 “다행이다, 다양해서”란 제목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이민자로 살았던 경험을 설명하며 미국장로교PCUSA 경험과 지혜, 미국장로교 세계선교부 동아시아 책임자로 활동하는 내용도 소개한다. 인권에 주목하며, 다양성과 포용, 사회정의와 평등에 관심을 두고, 여성과 청년과 유색인종 리더십을 강화하는 여러 시도를 소개했다.
여덟째 강좌 주제는 ‘인권과 공동체’이다. 명상춤 마이스터 이종희 선생님은 “홀로 그리고 함께”란 제목으로 워크숍을 시작했다. 평소와 달리 동그라미 원으로 의자가 놓인 걸 보고 놀라거나 당황하는 참여자도 있다. 강좌를 시작하며 공유공간 전등을 끄고 간접 조명과 촛불에 의지해서 명상춤 동작을 의미와 함께 배우기 시작했다. 명상춤은 춤으로부터 자기 중심의
고요한 순간을 만들어 성찰하고 새로워지는 걸 느끼는 것이다. 자신에게 집중하는 순간, 공동체 원 안에서 자기 자신 중심으로 들어가는 순간에 주목한다. 공동체가 하나가 되는 즐거움을 경험하는 강좌였다.
‘인권과 공동체’ 명상춤 강좌는 아쉽게도 글로 표현할 수 없어서 2023년 11월 5일부터 16일까지 12일간 프랑스 남부와 스페인 북부로 순례를 다녀온 다문화평화교육연구소 박흥순 소장의 순례기를 대신 싣는다. 순례를 시작한 순간에서 다시 돌아올 때까지 여정을 간략하게 기록한 글이다.
다문화평화교육연구소 박흥순 소장은 사회 전반과 인간사 전반에 속한 모든 주제가 ‘인권’과 연관한다고 믿는다. 평화, 역사, 미술, 돌봄, 스포츠, 음악, 종교, 공동체, 순례라는 주제에 ‘인권’이라는 개념을 연결하니 이야기가 풍성하고 다양하다. 사람이 사는 모든 영역이 ‘인권’과 연결해 있다는 것을 강사도 참여자도 인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