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천 년의 문명사는 문자가 만들어낸 축적의 역사다!
호모 에렉투스 이후로, 인류는 언어에 기반한 사회를 구축함으로써 다른 피조물들과 차별성을 가진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의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를 구분짓는 특징인 세계화된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문자에 기반한 사회다. 한때는 수천 명만이 사용하는 전문화된 영역이던 문자가 이제는 세계 인구의 약 85퍼센트인 50억 명이 사용하는 도구가 되었다. 달리 말하면, 모든 현대 사회가 문자라는 토대 위에 세워져 있다.
저자는 고대 문자, 문헌학과 언어학을 연구하며 기원전 8000년경 징표와 기호 등 시각적 이미지를 부드러운 점토 등 여러 바탕에 새긴 ‘불완전한 문자’가 의사소통이 가능한 시각적 기호를 종이나 전자 표면 등에 쓴 ‘완전한 문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30년 넘게 추적했다. 《문자의 역사》는 고대 유적지에서 발굴된 서판, 기념물의 비문 등에 인류의 조상들이 남긴 기록이 문명을 형성하는 결정적인 도구가 되었으며, 문자 덕분에 한 세대의 지적 성취가 다음 세대로 전달되고 축적되어 지금의 놀라운 인류 문명이 형성되었음을 보여준다. 전 세계의 주요 문자 체계, 글자체의 기원과 형태 및 기능과 시간적 변화를 통해 문자의 역사와 관련된 흥미로운 통찰력을 담아냈으며, 문자가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가늠해보는 나침반을 제공해준다.
▶ 문자는 ‘발명’되는 것이 아니라 모방과 차용의 산물이다!
어떤 한 사람이 문자를 ‘발명’하지는 않았다. 모든 문자 체계는 앞선 세대의 원형이나 체계에서 유래한 것이다. 요컨대 인간의 말을 그림으로 묘사해보려는 생각, 그 생각을 구체화하려는 계획, 그 과정에서 사용된 그림 기호들이 차용되며, 다른 사람들의 언어 사용과 사회적 욕구까지 반영하도록 수정되거나 개조된 것이다.
인류 문명이 시작된 수메르에서 잉태된 문자는 이집트 상형문자, 메소포타미아 설형문자, 인더스 문자로 발전했고, 페니키아 알파벳을 차용한 뒤 토착 언어의 요구에 맞추어 문자 체계에 변화를 준 그리스 알파벳은 그리스가 군사(알렉산더 대왕)와 경제와 문화 부문에 남긴 막강한 영향력 덕분에 세계 전역으로 퍼졌다. 중동의 아랍 문자, 동아시아의 한자와 한글과 가나, 대서양 건너편의 메소아메리카 문자들 또한 모방과 차용을 통해 고유한 소리를 ‘최적’으로 재현해낼 수 있는 문자를 만들어왔다. 이처럼 일부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전 세계의 문자를 다룬 이 책에서 어떤 모방과 차용이 있었는지 추적하는 저자의 집념은 마치 탐정소설을 읽는 듯하며, 메소아메리카 문자에서 뜻밖에도 수메르 문자와의 유사성을 찾아가는 과정은 놀랍고도 흥미롭다.
뿐만 아니라 철자, 문장부호, 활자체(글꼴), 철자 개혁, 필기구, 인쇄와 출판, 속기, 타자기와 키보드,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전자 통신에 기반한 문자 체계에 이르기까지 문자와 관련된 것들을 광범위하게 다룸으로써 미래에 문자가 어떤 형태를 띠더라도 인간의 삶에서 중심이 될 것임을 보여준다.
▶ 시기별, 지역별 문자의 발전 과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176개의 도판 수록!
《문자의 역사》는 다양한 종류의 흥미로운 도판 176개가 수록되어 시각적으로 한층 더 생생한 정보를 제공한다.
네안데르탈인이 조류의 뼈에 일정한 간격으로 새긴 흔적, 그림을 이용한 의사소통으로 이해되는 동굴 벽화, 유럽 최초의 문헌이자 세계 최초로 활자가 사용된 인쇄판인 파이스토스 원반, 프톨레마이오스 5세를 추념한 송덕비로 이집트 상형문자ㆍ이집트 민중 문자ㆍ그리스어 등 3가지 서체가 쓰여 있는 로제타석,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음악 관련 문서(노랫말과 공연 방법), 수메르에서 회계 장부로 쓰인 점토판, 고대 문자를 해석하는 방법, 이집트 상형문자가 변형을 거듭해 현재의 알파벳에도 남아 있는 흔적, 지역별 문자들의 계통도, 활자체의 변화를 보여주는 인쇄물, 1972년에 발사된 우주선 파이어니어 10호에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제안으로 우주선이 출발한 곳ㆍ출발일ㆍ그 판을 제작한 사람들(남자와 여자)이 새겨진 알루미늄판의 모습 등이 실려 있어, 문자와 함께 변화 발전해온 인류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예측해볼 수 있게 해준다.
“사람이 죽으면 몸뚱이는 흙이 되고,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이 흙먼지로 부스러진다.
그를 기억에 남게 해주는 것은 문자다.”
- 약 4,000년 전 이집트의 필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