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중국 소설 문학의 원형이 된 명나라 시대의 단편 소설집
중국 역사 서사의 유형과 특질을 오랫동안 연구하고 중국 고전문학 작품을 꾸준히 번역해온 김진곤 교수(한밭대학교 중국어과)가 중국 명나라 시대 출판인이자 문인인 풍몽룡의 『경세통언』(전 3권)을 국내 최초로 완역하여 펴냈다. 2019년 펴낸 『유세명언』에 이은 이번 『경세통언』의 출간은 소설의 문학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던 명나라 시대에 설화와 민요, 역사 기록 등을 소재로 쓴 풍몽룡의 백화소설 모음집인 ‘삼언(三言)’ 번역 작업의 두 번째 결실이다. 송대 이래 중국 사회의 새로운 면모와 인간상을 폭넓고 깊이 있게 묘사한 풍몽룡의 ‘삼언’(『유세명언』1620, 『경세통언』1624), 『성세항언』1627)은 현대 중국 소설의 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준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지금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조선의 지식인들이 광범위하게 읽고 깊은 영향을 받다
“친구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하여 사랑하는 아내를 버리는 남정네, 구두쇠를 곯려 주는 도둑, 기녀와의 애틋한 사랑을 이루는 기름장수, 장사 떠난 남편을 그리워하다 결국 외간남자와 정을 통하고 마는 비련의 여인, 도술을 부려 사악한 귀신을 물리치는 도사, 돈 한 푼 때문에 일어난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판관, 귀신과 사랑에 빠져 육신을 망가뜨린 청년…. 이들이 바로 삼언에 등장하는 다종다양한 인간 군상이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얽히고설킨 이야기는 이웃 나라 조선 사람들의 감수성을 자극하기도 하였다.” (9쪽 ‘책을 펴내며’ 중에서)
『경세통언』을 비롯한 풍몽룡의 삼언은 중국을 오갔던 사신, 역관, 수행원 등이 들여와 조선의 사대부들에게도 광범위하게 읽히고 깊은 영향을 남겼다. 17세기 중엽 출현한 한문 소설들에 비치는 유사한 주제와 소재, 『동야휘집』이나 『청구야담』 같은 문집에 실린 개작된 작품들, 언문으로 번역된 작품 등에서 그 흔적을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영향은 20세기 초엽 신소설 시기에까지 이어졌음이 최근 국문학 연구에 의해 확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