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풍조(懷風藻)》는 8세기 중엽에 편찬된 일본 최초의 한시집(漢詩集)이다. 성립 연도는 서문에 일본의 나라(奈良) 시대 덴표쇼호(天平勝寶) 3년(751)이라고 되어 있다. 오미조(近江朝)에 정치가 안정되자 시문의 발달이 촉진되어 많은 작품이 탄생했다고 서문은 말한다.
편자에 대해서는 오토모(大友) 황자의 증손에 해당하는 오미노 미후네(淡海三船)라는 설이 유력하다. 그 밖에 이소노카미 야카쓰구(石上宅嗣), 후지와라노 요시오(藤原刷雄)가 편자라는 설도 있지만 확증은 없다.
작자로는 오토모 황자, 가와시마(河島) 황자, 오쓰(大津) 황자, 가도노(葛野) 왕, 몬무(文武) 천황, 후지와라노 후히토(藤原不比等), 오토모노 다비토(大伴旅人), 나가야(長屋) 왕, 후지와라노 후사사키(藤原房前), 후지와라노 우마카이(藤原宇合), 후지와라노 마로(藤原麻呂) 등이다. 작자층은 천황 및 오토모, 가와시마, 오쓰 등의 황자, 왕과 신하, 승려 등이다. 이 중 18명은 《만엽집(萬葉集)》에 작품이 수록된 와카(和歌) 작가이기도 하다.
《회풍조》는 중국 문화의 유치한 모방이라고 하여 《만엽집》과 비교해서 경시하기도 했지만, 외래문화를 전적으로 수용한 명시선(名詩選)이라고 할 수 있다. 외래문화의 수용은 단순한 유행이나 시대상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회풍조》에 실린 시 작품들은 외래문화 속의 고유한 일본 문화를 자각하기 시작했던 과도기의 작품들이라는 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회풍조》에 보이는 한문학적 풍토는 만엽 시대 와카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만엽집》은 《회풍조》에 대한 고찰 없이는 이해하기 어렵고, 나아가 일본 노래의 세계는 중국 시의 이해 없이는 제대로 알 수 없다고까지 말할 수 있어 《회풍조》의 의의는 크다.
《회풍조》에서는 와카 형성에 많은 영향을 준 궁중 문화, 신라 사절단과의 교류, 문인들의 서정 세계 등을 엿볼 수 있다. 외래문화 속에서 일본 고유의 문화를 자각한 시기의 작품이다. 그러므로 본서를 통해 동아시아 3국의 문화 교류의 일단 및 폭넓은 문운의 세계를 그려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시대의 생생한 숨결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