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는 교회 안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과학적 성과를 반신앙적 가설로 매도하곤 하는 일부 교회의 확증 편향적 태도는 과학계를 비롯한 일반 시민들로 하여금 교회를 반지성적 집단으로 여기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 사실 종교와 과학 사이의 갈등은 사실 매우 오래된 문제다. 그리스도교에 대한 과학의 도전은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에서 시작되어 과학, 철학, 신학이 분리되면서 본격화되었고, 오늘날에는 과학을 바탕으로 한 기술의 발전이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위협하고 창조주의 위엄을 훼손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리스도교에 대한 과학과 과학기술의 도전 그리고 화해』는 이러한 갈등을 단순히 양자의 대립과 논쟁으로 보는 데서 벗어나 과학과 종교 각각의 본질을 깊이 있게 조명함으로써 과학과 종교 간의 화해를 모색하는 책이다. 과학사와 과학철학 전문가, 신학을 공부한 과학자, 과학을 연구한 신학자가 함께 저술한 이 책은, 과학과 그리스도교 신앙 간의 갈등이 성경과 신학에 대한 단편적인 이해 및 과학의 본질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었다고 분석한다. 그러면서 개신교와 가톨릭의 전통을 아우르며 과학의 한계와 가능성을 논의하고 양측의 변증법적 화해를 추구한다.
이 책의 주요 목표는 두 가지다. 첫째, 성경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와 다윈의 진화론, 빅뱅 이론 등을 단순히 비교, 대조하는 것에서 벗어나 과학의 본질적 관점에서 신학적 의미를 해석하는 것이다. 둘째, 지구 오염과 기후 변화 같은 환경 문제를 과학기술의 남용과 연결 지어 논함으로써 생태신학적 접근을 통해 과학기술의 진보가 바벨탑과 같은 교만으로 변질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과학과 신학이 각자의 본질을 인정하며 서로를 바라볼 수 있도록 내용을 구성하였다. 구체적으로 1장(“그리스도교에 대한 과학의 도전”)에서는 종교에 대한 과학의 전통적인 도전과 그 과정을 자연철학, 종교와 신학, 철학과 과학철학, 과학의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2장(“과학과 과학기술의 본질”)과 3장(“그리스도교 신학의 특성”)에서는 신학과 과학의 속성과 본성을 자세히 설명함으로써 독자들이 과학과 그리스도교 신앙 및 신학의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했다. 4장(“과학 및 과학기술과 그리스도교 신앙의 화해”)에서는 “과학 대 성경”, “과학기술 대 신앙”의 틀로 현대 과학/과학기술과 그리스도교 신학의 상충관계와 상호의존적 관계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그에 기초하여 종교와 과학의 화해 방안을 추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시각을 제시하고자 했다.
이 책은 종교와 과학의 관계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처음 접근하려는 일반 그리스도교 신앙인과 이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전문적으로 연구하고자 하는 신학자 모두에게 유익한 입문서다. 특별히 이 주제에 관한 과학적·신학적·철학적 관점을 폭넓게 다루고 있으며, 가톨릭교회의 입장을 포함한 다양한 시각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비슷한 주제를 다른 책들과 차별성을 지닌다. 신앙과 과학이 적대와 반목을 멈추고 인류의 상생과 발전을 위한 균형점이 필요하다고 믿는 신앙인이라면 이 책을 통해 이해와 숙고를 넓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