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앎, 존재와 마음, 그리고 과학, 다섯 가지 화두를 중심으로 풀어낸,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스물네 번의 서양철학 수업!
미국의 한 대학에서 펼쳐진 ‘불교철학 강의’로 주목받은
미네소타주립대 홍창성 교수의 두 번째 철학 강의!
“이번엔 그의 주전공 분야인 ‘서양철학’이다!”
2019년, 미국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불교철학 강의의 면면을 지면에 옮겨 많은 인문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미네소타주립대 홍창성 교수가 이번에는 자신의 주전공인 ‘서양철학’ 강의를 들고나왔다. 대학 강단에서 교편을 잡기 시작한 1998년부터 지금까지, 수천 명의 미국인 대학생들이 수강한 그의 ‘서양철학’ 강의에는 과연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철학을 공부한다는 것
저자의 강의는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된다. 첫 질문부터 학생들의 말문을 막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는 저자는 이 문제가 학생들에게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위로하며, 그 어원을 따져본다.
‘Philosophy’는 ‘philein’, 즉 ‘사랑하다’와 ‘sophos’, 즉 ‘지혜’를 결합하여 만든 말로서 ‘지혜에 대한 사랑’이라는 뜻이다. _ 본문 중에서
그럼 또 다른 질문 하나가 떠오른다. ‘지혜란 무엇인가?’ 이 역시 쉽게 대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그것과 유사한 개념인 ‘지식’의 개념을 가져와 학생들의 답변을 유도한다.
누군가가 지식이 충만하다고 해서 반드시 지혜롭지는 않습니다. 책을 읽어 습득한 정보가 지식이 될 수는 있어도 그 지식을 잘 활용할 수 있어야만 지혜롭기 때문입니다. _ 본문 중에서
한 학생의 대답처럼 지혜란 실천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결국 ‘지혜에 대한 사랑’으로서의 철학은 앎의 실천으로 나아가 ‘더 좋고 옳은 삶에 대한 사랑’이란 뜻을 포함한다. 그렇다면 철학을 공부하는 것은 역사상 중요한 철학자들과 그들의 주장을 단순히 ‘아는 것’에 머물러선 안 된다. 철학의 문제들에 대한 깊은 이해와 주제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형성하며 우리 스스로도 ‘철학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담긴 서양철학개론은 독자들의 공부를 단순한 ‘앎’의 영역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
서양철학의 다섯 가지 화두로 읽는 철학 수업
그동안 우리가 접해 온 서양철학개론은 대부분 역사상 중요한 철학자들의 주장을 시대별로 소개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 방식은 자칫 몇몇 철학자들의 이름만 기억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와 달리 저자의 강의는 서양철학에서 중요한 다섯 가지 주제를 선별해 이들 주제에 대한 주요 논점을 소개하고, 특정 주제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가를 보여 준다는 데 특징이 있다. 그리하여 독자들은 서양철학의 ‘화두’에 관한 역사상 논쟁을 검토하게 되며, 나아가 독자 스스로 그 주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형성하도록 훈련받게 된다.
이 책에서 다루는 서양철학의 다섯 가지 주제는 ‘삶’(도덕철학)과 ‘앎’(인식론), ‘존재’(형이상학)와 ‘마음’(심리철학), 그리고 ‘과학’(과학철학)이다.
ㆍ삶 | 도덕철학 행복이란 무엇이고, 행복한 삶을 만드는 올바른 행위란 무엇인가?
ㆍ앎 | 인식론 앎은 역사적으로 어떻게 이해되어 왔는가? 지식은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
ㆍ존재 | 형이상학 우리가 사는 세계는 실존하는가? 단지 마음속에 존재하는 관념일 뿐인가?
ㆍ마음 | 심리철학 마음의 개념은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가? 몸과 마음은 하나인가, 둘인가?
ㆍ과학 | 과학철학 철학은 어떻게 과학이 되었는가? 과학은 정말 합리적인가?
이를테면 저자는 마음-심리철학의 장에서 역사상 ‘마음’의 개념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소개한다. 지난 몇 세기를 제외하고 대부분 ‘마음’과 ‘영혼’을 구분치 않았던 서양에서 마음(영혼)에 관한 견해는 기원전 6세기의 ‘불멸의 영혼설’부터, 과학이 발달하며 등장한, 마음이 물리 현상인 뇌의 작용에 의존한다는 견해까지 실로 다양하게 전개되어 왔다. 저자는 이를 서두로 몸과 마음의 관계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살피며, 플라톤, 데카르트, 밀, 브렌타노, 라일의 주장을 검토한다.
사유가 즐거워진다! 생각의 근육을 키워 주는 철학 강의
이 책은 역사상 위대한 철학자들의 심오한 통찰과 예리한 비판적 사고를 발견하고, 철학의 주요 주제에 관한 열띤 논쟁에 스스로 참여하게 되는 깊이 있고 지적인 시간을 만들어 준다.
특히 저자는 이전 저서(『미네소타주립대학 불교철학 강의』)와 마찬가지로 현지 강의실의 면면을 지면에 옮긴다. 사실 철학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난해한 학문이라는 인상 때문에 공부 중간에도 흥미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철학 교수인 저자와 ‘철학이 무엇인지 모르면서도 철학을 배우겠다는’ 학생들 사이의 문답은 우리들의 가려운 부분을 해소시켜 주며 명쾌하면서도 오래 곱씹어 볼 수 있는 생각거리를 던져 준다. 그리하여 생각의 근육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주는 것이다.
다양한 비유와 예시, 친절하고 위트 있는 전개로 이루어진 저자의 철학 에세이는 ‘인문학 좀 한다’ 하는 독자는 물론 ‘서양철학 초보’인 독자들에게도 사유의 즐거움을 한껏 느낄 수 있게 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