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의 곰과 남극의 펭귄이 만났다?!
〈뽀롱뽀롱 뽀로로〉, 〈꼬마 펭귄 핑구〉, 〈마다가스카의 펭귄〉…….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뭘까요? 다들 눈치챘겠지만 바로 ‘펭귄’입니다. 펭귄만큼 우리 아이들과 친숙한 동물이 또 있을까요? 어느 집 아이 할 것 없이 유아기는 펭귄 캐릭터와 함께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북극곰 아빠》는 바로 그 펭귄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데요. 북극곰과 펭귄이 나누는 ‘따스하면서도 공고한 사랑의 마음’을 솜털처럼 보송보송한 그림과 함께 아름답고 찬란하게 그려내고 있답니다.
펭귄은 알을 깨고 나왔을 때 처음 본 존재를 아빠로 여긴다고 해요. 《북극곰 아빠》에 나오는 아기 펭귄 팔리노도 그래요. (실제로 펭귄은 부모의 역할이 딱딱 나뉘어 있어서, 알을 낳으면 암컷은 먹이를 구하러 바다로 가고, 수컷은 한 달 넘게 알을 품는다고 해요.)
아기 펭귄 팔리노는 알 속에서 안온하게 지내다가 언젠가부터 비좁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양쪽 날개를 쭉 펴 보았답니다. 그러자 “탁……, 빠지직!” 하고서 알껍질이 바사삭 부서지지 뭐예요? 그러고는 마치 공간 이동이라도 하듯이, 눈 깜짝할 사이에 새로운 세상으로 훅! 건너와 버리지요.
팔리노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너무나 놀라웠어요. 온통 새하얬거든요. 무엇보다 무지무지 추웠고요. 세상 밖으로 나오면 누군가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지만……, 기대와 달리 눈앞에는 아무도 없었답니다.
온몸을 달달 떨면서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데, 저 멀리에서 작고 까만 동그라미가 보였어요. 그 동그라미가 조금씩 조금씩 커지더니, 어느새 팔리노 앞으로 성큼 다가왔답니다. 그 까만 동그라미는 바로 아빠 토모의 코였어요. 아빠는 커다란 팔로 팔리노를 따스하게 감싸 주었지요.
팔리노는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랐어요. 자라면 자랄수록 알고 싶은 게 많아졌지요. 이 세상에는 왜 검은색, 하얀색, 회색, 하늘색밖에 없는지가 제일 궁금했답니다. 그중에서도 주황색에 관심이 참 많았어요. 그런데 아빠는 팔리노가 주황색에 대해 물을 때마다 제대로 대답을 해 주지 않은 채 그저 커다란 눈이 촉촉하게 젖어들었지요.
어느새 무더운 여름이 찾아왔어요. 팔리노는 그사이 수영을 하고, 물고기를 잡고, 수를 세고, 스스로를 보호하는 법을 배웠답니다.
“팔리노, 이제 네가 주황색을 알아야 할 때가 온 것 같구나.”
아빠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팔리노는 신이 나서 팔짝팔짝 뛰었지만요.
“저기 펭귄들이 보이니? 주황색을 보려면 저 펭귄들에게로 가야 한단다.”
“아빠는 같이 안 가요?”
“너는 이제 다 컸어. 뭐든 혼자서 할 줄 알아야 해.”
팔리노는 주황색을 찾아서 신나게 헤엄쳐 가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해서 주황색을 만나게 되었지만 북극곰 아빠를 영영 잃고 말았지요.
북극과 남극을 넘나드는 ‘따스한 교감’과 ‘생명에 대한 경외심’
음,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이야기 같다고요? 여기까지는 그럴 수도 있어요. 아기 새들이 처음 본 존재를 엄마나 아빠로 여기고 졸졸 따라다니는 이야기는 그동안에도 많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마지막에 나오는 가슴 찡한 감동과 반전은 《북극곰 아빠》에서만이 느낄 수 있답니다. (그러니 꼭 끝까지 읽어 보아요.^^)
북극곰 아빠 토모와 아기 펭귄 팔리노가 나누는 아름답고도 끈끈한 교감은 다른 책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섬세하고 아릿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거기에 파올로 파로이에티의 사랑스런 그림은 토모와 팔리노의 감정선을 최고로 극대화시키며 마음속 깊이까지 큰 울림을 준답니다. 큰 소리로 말하지 않아도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절로 느끼게 해 주지요.
작가는 마지막 장에서 이런 말을 해요.
“북극곰이 남극의 펭귄을 돌볼 수 있냐고요? 물론이죠. 사랑과 우정, 그리고 약간의 상상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답니다!”
《북극곰 아빠》를 찬찬히 읽다 보면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은 그 자체로 오롯이 아름답고 고귀하다는 생각을 하게 될 거예요. 아이가 엄마랑 아빠의 ‘아낌없이 주는 사랑’을 깨닫게 되는 건 기쁘고 행복한 덤이고요.
자, 이제 아이와 함께 《북극곰 아빠》를 읽으며 즐겁게 상상력 여행을 떠나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