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통해 찾아가는 하늘의 길
『그분이 나의 영혼에 아름다운 빛깔을 담아놓았다』는 글과 그림으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윤민식 작가의 작품이다.
작가의 글과 그림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독자들을 깊은 영성의 세계로 인도한다. 그의 손끝에서 오병이어의 기적은 꽃과 별과 나무가 함께하는 환상적 무대로 거듭나고, 야곱의 사다리는 형형색색으로 드리워진 크리스마스트리 같다.
교회 권사인 작가는 책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해 “나에게 ‘다시 자유다!’라고 외치는 함성”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림을 그리며 사랑의 깊이를 쌓아가고 삶의 방향을 찾아가기도 한다는 것. 때때로 화가 나는 상황에서도 너그러워지고, 망설임을 단호히 끊어내는 결단의 행위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래서 작가는 날마다 자신에게 일러둔다고 한다. “자유 속에서 시작도 될 수 있고, 끝이 될 수도 있는 ‘다시 자유다!’”라고. 그러나 완전한 자유란 “완전하신 하나님만이 주실 수 있는 능력”이다. 희락 또한 “기쁨의 근원 되신 하나님만이 주실 수 있는 선물”이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사랑을 그리는 잇샤」, 「하늘 문이 열리는 시간」, 「하나님을 만나다」, 「하나님과 거닐다」 4장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때로는 자신의 단상을 시인 듯 산문인 듯 길고 짧게 적은 뒤, 때로는 성경 말씀을 그대로 옮긴 뒤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파스텔톤의 다양한 색에 하트와 다양한 무늬의 꽃잎, 물고기와 나무 등으로 환상의 세계로 떠난 듯한 기분을 선사하는 것이 작가의 ‘시그니처’다. 또한 작가가 그리는 ‘교회’는 거의 구름 위에 두둥실 떠 있다.
예컨대 작가에게 겨울은 봄을 품은 계절이다. “겨울이 깊다는 것은 봄이 문 앞에 와 있다는 것이다. … 겨울이 혹독히 추울수록 아름다운 빛깔과 향기를 가진 꽃을 피운다.”
그래서 지금의 삶이 두려움과 고통으로 가득하여 서러운 가슴으로 매서운 찬 바람 앞에 홀로 서 있는 ‘그대’에게, “서럽고 지독한 외로움 속에 있을지라도 우리 안에 봄을 품고 잠잠히 때를 기다리는 꽃씨가 남아 있음을 기억”하면서, “지금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나, 너 그리고 우리 삶에 온 사방을 환하게, 향기롭게 할 꽃을 피울 준비가 되어 있음을 기억하고 감사하자. 기뻐하자”고 권면한다.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해야 하는 이유는 겨울이 깊을수록 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화상인 듯 붓을 물고 있는 여성을 그린 작품의 제목은 ‘사랑을 그리는 여자’. “영원히 변치 않는 하나님의 고귀한 사랑과 치유와 회복을 꽃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기쁨의 빛깔로 꽃에 색을 입히는 시간을 무한히 사랑하고 즐긴다. 그림을 그리는 사랑의 행위를 통해 삶의 목적이 되신 하나님을 매일매일 만난다.” 3장의 ‘재 대신 화관을’에서는 붓을 물고 있지 않은 작가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작가는 주님을 깊이 만나기 전의 자신은 “늘 가시가 돋아 있어 나 자신을 찌르고, 가족을 찌르고, 형제자매를 찌르고 나만 아프다는 깊은 슬픔에 빠져 그 아픔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렸다. 그 깊은 어둠 속에 있으면서도 그 어둠을 깨닫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상처투성이였던 자신에게 주님이 찾아오셔서 “나를 찌르는, 가족과 형제자매를 찌르는 커다란 가시를 품은 나를 주님의 따뜻한 가슴과 두 팔로 꼭 껴안아주심”으로 주님 안에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 많은 가시를 주님의 보혈로 조금도 아프지 않게 다듬어주시니 은혜와 사랑이 내게 가득 넘친다.” 작가가 그것을 반쪽만 검은 배경에 가시가 가득한 초록빛 사과로 표현한 모습이 이채롭다. 이 사과는 가인과 아벨에도 등장한다.
책 말미에 강태성 박사(AD갤러리 대표)는 ‘상징과 재현을 함께’라는 평론에서 “작가 윤민식은 아름답고 영롱한 빛과 같은 형태로 세상을 그려낸다. 작가는 나무와 별, 해, 달, 하트, 꽃잎 등 다양한 사물을 단순화시켜 아름다운 색으로 옷 입힌다. 마치 동화와 잘 어울리는 순전하고 순진함이 있는 작품”이라며, “그 색들은 사람들이 말하는 파스텔조의 색으로 다채로우면서도 은은하게 꿈과 사랑을 품을 듯한 형태를 가득하게 만든다. 그려진 그림들은 반짝이는 듯한 영롱한 물체와 사랑, 인내 등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강 박사는 “작가에게는 작품 제목도 참 중요하다. 다시 반짝이자, 사랑, 인내, 소망, 그의 사랑, 연합, 채움, 희락, 기다림, 찬미, 기쁨의 빛깔, 묵상의 시간 등 명제도 매우 희망적이고 사랑이 넘친다”며, “요즘 미술은 때로는 악하고, 어둡고, 범죄와 충동, 짐승 같은 본능으로 가득한 데 반해 작가의 작품은 세상의 더러움을 씻어내고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그 속에서 평안한 마음으로 사물을 관찰하게 한다”고 했다.
또 “미술에서 모더니즘 이후 많이 제거하려 했던 전통, ‘상징’은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다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작가에게는 이 상징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구름이 거룩한 하나님의 임재를 설명하듯 작가의 상징 언어는 성경의 상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작가는 이러한 관점에서 상징을 통해 보여주는 시각적 층위, 즉 아름다움의 계층에서 비시각적 의미를 파악하는 상태로 연결한다. 그 결과 시각적 상징이 언어화되고, 이 언어가 나타내는 대상에 관심을 가지게 한다. 결과적으로 의미가 아름다움을 만나게 된다. 단순하게 보여주는 세계의 가시성을 넘어 그 의미를, 관념과 개념을 넘어선 초월적 실체를 담으려 한다”고 소개했다.
끝으로 “작가는 시각적 내용으로 텍스트와 언술 행위, 창작 행위 등에서 보편적으로 추측, 소통되는 상징을 사용함으로써 더 풍요로운 의미를 지닌다. 다시 보면 읽기와 보기를 동시에 충족시킨다”며, “특히 상징에는 그 의미를 더 오래 영속시키는 기능이 있는데, 작가는 이를 조형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작가는 형상과 상징의 의미를 넘어 표현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인간적 존재의 의미를 넘어 초월적 존재와 진리를 표현하는 아름다움을 담아낸다”고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