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법은 외형상 법이라는 형식을 취하고는 있으나 내용적으로는 경제학의 이론과 논리가 상당 부분 적용되고 있다. 경쟁법이 시장에서 일어나는 기업들의 행동이나 거래를 규율하는 규범이므로 경제학 이론이 그 바탕을 이루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처럼 법이 추구하는 가치인 정의와 경제학이 추구하는 가치인 효율성이 서로 만나 조화를 이루는 가장 대표적인 경제법 분야가 경쟁법이라고 할 수 있으며, 경쟁법의 원리와 기준은 해당 시대를 주도한 경제학 이론에 따라 변화ㆍ발전되어 왔다.
저자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기 위해 지난 43년간 공정거래법을 둘러싸고 일어난 이론적 논의와 논쟁, 그리고 법집행 경험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였고, 본서가 향후 공정거래법의 현대화 작업을 위한 기본적 토대가 될 수 있도록 지난 3년간 경쟁법 체계화 작업에 몰두하였으며, 그 결실을 보게 되었다.
사실 시중에는 공정거래법 관련 서적이 많이 나와 있지만 대부분 공정거래법 관련 규정을 단순 나열하거나 관련 심결례나 판례를 그대로 인용하는 수준으로 법학을 처음 접하는 법학도나 실무자들을 위한 공정거래법 해설서에 머문 감이 없지 않았다.
저자는 지난 30여 년간 공정거래법 집행 실무에 종사하였고, 상임위원으로 재직하
면서 공정거래법을 이론적으로 연구한 경험이 있어 이론과 실무의 간극을 좁히려는 노력을 경주하여 왔다. 본서는 경쟁법에 관한 이론, 특히 경제학 이론과 함께 실무자들을 위한 풍부한 심결례 및 규정 해석에 중점을 두어 이론과 실무를 균형 있게 반영하였으므로, 공정거래법을 처음 공부하는 학생들은 물론이고, 이를 연구하는 연구자들과 법집행 실무자들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다음 네 가지 사항에 중점을 두었다. 첫째,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독자들에게 정확히 전달하고자 노력하였다. 공정거래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례, 공정위의 고시와 지침 및 심결례, 그리고 다양한 학설들을 충실히 소개하고자 하였다. 특히 현대 경쟁법의 효시이자 제일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미국의 독점금지법과 공정거래법의 비교 및 평가를 시도하되, 우리나라와 처한 경제적 상황이 상이한 외국의 경쟁법 이론이나 판례를 무비판적 내지 맹신하여 수용하는 것을 지양하였다.
둘째, 공정거래법의 내용을 전체적ㆍ통일적으로 설명하고자 하였다. 우선, 공정거래법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경제학 이론과 도구 개념들을 상세히 소개하였다. 그리고 공정거래법의 실체적 규제내용과 관련한 판례의 분석 및 관련 경제학 이론에 대한 설명도 별도로 소개하였다.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거나 경제학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가급적 쉽게 설명하려고 하였다. 특히 본서는 공정거래법의 실체적 규제 내용을 본격적으로 다루기에 앞서 매장마다 미국, EU, 독일 등에서 발전되어 온 경쟁법 이론의 설명과 함께 관련 법체계 및 규정과 판례를 상세히 소개함으로써 외국과 우리나라 공정거래법 규제를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하였다. 아울러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에는 경제력집중의 억제나 거래상 지위 남용 등과 같이 다른 나라 경쟁법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한국 특유의 규제들이 있는데, 이를 공정거래법이라는 큰 틀 내에서 체계적으로 설명하려고 노력하였다.
셋째, 현행 공정거래법 편제 순서에 따르지 않고, 세계 각국의 보편적인 경쟁법 편제를 기초로 하여 독과점 규제, 기업결합, 수평적ㆍ수직적 제한의 순서로 서술하고자 하였다. 이처럼 일반적인 경쟁법의 틀에 맞추어 기술함으로써 전체적인 경쟁법 원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게 하는 한편, 무엇이 외국 법제와 다른지를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다만, 최근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과 관련하여서는 아직 필자의 이해가 깊지 못하여 OECD 등에서의 논의 내용이나 공정위의 관련 지침 등을 첨부하는 것으로 갈음하고자 하였다. 이 부분은 추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아갈 예정이다.
넷째, 공정거래법 현대화 작업의 일환으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될 수 있도록 공정거래 관련 규제들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방향을 제시하고자 노력하였다. 그동안 공정거래법은 많은 발전을 거듭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국제적 위상도 높아져 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경쟁법의 본령이라고 할 수 있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규제방향과 최근 EU 등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불공정거래행위 중 착취남용적 성격의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규제방향 등이 그것이다.
막상 책을 발간하려고 하니 기쁨보다는 두려운 마음이 앞서게 된다. 그러나 공정거래법 발간이 경쟁법 연구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을 생각하면서 앞으로 이 책이 공정거래법 집행 실무나 추후 연구에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한다.
끝으로 이 책이 나오게 된 데에는 많은 분들의 조언과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좁은 지면상 그분들을 일일이 열거하기는 어렵지만, 본서를 집필하는 과정에서 열정을 보여준 공정경쟁연합회 홍미경 이사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이 책을 집필하는데 있어서 공정위 직원들이 작성한 소중한 자료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공정위의 600여 직원분들께도 경의를 표한다. 아울러 저자가 공정거래법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 막대한 영향을 주신 분이자 박사학위 논문지도 교수이신 이호영 교수님께도 특별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자 한다. 그리고 32년간의 공직 생활 동안 근검절약하며 화목한 가정을 꾸려 나가게 도와준 세상에서 가장 지혜롭고 총명한 아내 반성인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귀엽고 사랑스러우며 믿음직한 딸 김도연에게도 이 자리를 빌려 사랑과 감사의 말을 전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