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 최고의 해군사학자가 집대성한
2차대전기 전 세계 해군과 해전의 모든 것
2차 세계대전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폭력이 사용된 크나큰 재앙이었다. 이 전쟁에서 당시 세계 인구의 3퍼센트인 약 600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여러 나라 학자들과 회고록 저자들의 노력으로 이 전쟁을 기록한 책은 수십만 권에 이른다. 그중 많은 책에서 해전사를 다루었지만, 모든 국가의 해군이 담당한 포괄적인 궤도와 전쟁 결과에 미친 영향을 평가한 책은 없었다. 그런 광범하고 포괄적인 시각으로 보아야만, 해양에서 발생한 사건들이 전쟁의 향방에 어떻게,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음에도 말이다.
이 책 《2차대전 해전사》는 최고의 해군사학자로 평가받는 미국 해군사관학교 명예교수 크레이그 시먼즈가 1939년에서 1945년까지의 시기에 전 세계 모든 바다에서 벌어진 전쟁을 집대성한 보기 드문 저작이다. 주요 교전을 둘러싼 전황과 여러 인물에 초점을 맞추어, 그 규모와 상호 연관성을 유기적이면서 치밀하게 파고든다. 각국의 해군과 함정, 각종 무기에 대한 상세한 설명에서부터 대규모 전투의 메커니즘과 거시적이고 글로벌한 조망까지, 가히 2차대전 해전사의 바이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을 읽다 보면 해군과 해전이 어떻게 2차대전의 향방을 좌우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미국 해군사관학교 명예교수
크레이그 시먼즈의 필생의 역작
이 책의 지은이 크레이그 시먼즈는 미국 해군사관학교에서 해군사와 미국 남북전쟁사를 연구하고 가르친 명예교수다. 재직한 30여 년 동안 그의 수업은 언제나 학생들로 가득 찼고, 시먼즈는 미국 해군사관학교 사상 ‘올해의 교수’(1988)와 ‘올해의 연구자’(1998) 모두에 선정된 최초의 인물이 되었다. 또한 시민 봉사 공로 훈장을 네 차례나 받고 평생의 공로를 인정받아 더들리녹스 메달(2014)과 프리츠커 군사저술상(2023)을 받았다.
시먼즈는 10여 권의 전쟁사·해전사 책을 집필하고 다수의 책을 총괄 편집하거나 공저자로 참여하여 링컨상, 대니엘·매릴린 레이니상, S.A.커닝햄상, 시어도어·프랭클린 루스벨트상, 존라이먼 도서상 등 많은 저술상을 수상했다. 그중 《미드웨이 해전》, 《니미츠 제독 평전》, 《넵튠 작전》 등 2차대전 시기의 특정 해전이나 인물에 초점을 맞춘 저서도 다수 펴냈는데, 이러한 평생의 연구 성과를 망라하여 집대성한 작품이 바로 《2차대전 해전사》다.
전 세계 해전을 포괄적·유기적으로 조감한 통찰력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장점은 글로벌한 거시적 시각으로 2차대전 시기에 전 세계 해양에서 일어난 수많은 전투를 유기적으로 다룬다는 점이다. 대서양에서의 전쟁, 태평양에서의 다른 전쟁, 지중해에서의 전쟁, 그리고 인도양이나 북해에서의 또다른 전쟁이 따로 있었던 것이 아니다. 전쟁을 이러한 지리적 구분에 따라 기록하면 단순화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이는 실제로 전쟁이 전개된 방식이나 전략 결정자들이 전황을 관리한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대서양에서 전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운송 손실은 태평양의 과달카날로 향하는 수송에 영향을 미쳤고, 지중해의 몰타섬으로 향하는 호송대를 운용한 것은 대서양으로 향하는 호송대 수가 감소함을 의미했으며, 전함 비스마르크함을 추격하기 위해 영국과 아이슬란드, 지브롤터에서 전투력을 끌어모아야 했다.
물론 각 부나 장마다 특정 전장이나 어느 국가의 해군이 중심이 되곤 하지만, 시종일관 다른 전역에서의 상황과 연계하면서 사건을 전개해나가서 넓은 시야로 전황을 조감할 수 있다. 더불어 각국의 해군력과 특성, 그리고 전역마다의 지정학적 특수성이 전투와 전쟁의 승패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촘촘하게 보여준다.
이를테면 대서양 및 태평양 전역은 육지나 섬처럼 표식으로 삼을 만한 것 없이 너무나 드넓게 펼쳐진 대양이라 상대의 위치를 파악하고서도 추적에 실패하거나 아예 적의 존재를 모르는 채로 지척에서 서로 지나쳐 나아가곤 하는 경우가 빈번했다(당시 레이더와 같은 장치는 막 개발되었고 초기에는 거의 쓰이지 않았다). 반면 지중해 전역은 빠져나가기 어려운 갇힌 바다인 데다 어느 지점이든 육지와 가까워서 항공기의 지원을 받기 쉬웠다. 이러한 점은 세계 5위의 전력을 갖추고 있던 이탈리아 해군이 전쟁 초반에 순식간에 몰락하고, 일본 해군이 첫 태평양 전투인 진주만 공습에서 대승을 거둔 데에 부분적이지만 중요한 원인이었다.
“나는 역사의 주인공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전달하게 하려고 했다”
《2차대전 해전사》의 또 하나의 큰 미덕은 실제로 전투를 치른 수많은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생생하게 살려냈다는 점이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내가 세운 목표는 2차대전 해전사를 당시 사람들이 경험한 방식으로 말하는 것”이며 “되도록이면 역사의 주인공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전달하게 하려고 했다”고 서두에서 밝히는데, 이 같은 노력은 실제로 글 전반에 걸쳐 드러난다. 그래서 독자는 극적인 장면마다 등장인물에 이입되어 실제 전장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나아가 많은 군사 전문가와 지휘관이 어떤 마음과 구상으로 장기적이거나 규모가 큰 전략을 수립하는지, 혹은 급작스런 상황 전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명징하게 보여줄 뿐 아니라, 아군 내에서 각자의 위치와 이해관계에 따른 알력과 그것이 전투에 미친 영향 등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더불어 전황을 일목요연하게 시각화한 지도 20여 장, 그리고 주요 인물과 함정 및 전역 등을 담은 사진 수십 장은 당시 상황을 더욱 생생하게 전한다.
제해권의 중요성과 해전사의 매력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바다에서 우위를 점하고 나아가 장악하는 것이 왜 그토록 중요했는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2차대전’ 하면 우리는 으레 유럽 대륙에서 나치 독일의 공격과 점령, 러시아 침공과 소련의 반격, 영국 본토에 대한 대규모 항공 폭격 등을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2차대전은 역사학자 리처드 오버리가 역설했듯이 영국을 위시한 구 세계 제국에 도전한 새로운 제국주의 국가들의 영토 전쟁이었으며, 이에 따라 전쟁은 전 세계에 걸쳐 일어났다. 이에 따라 전쟁이 장기전이 되어갈수록 중요했던 것은 지속적인 병참과 바다에서 육지로의 상륙이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바닷길을 이용한 호송이었다. 그것이 곧 대서양 전투의 태반이 상선을 공격하는 소위 ‘무역 전쟁’이었던 이유이며, 일본이 대규모 함대를 이끌고 태평양에서 미국군을 공습한 까닭이었다(일본군은 진주만 공격 이후 즉시 남아시아 섬들을 점령해 생산 자원을 확보했다. 11장 참고).
또한 육지에서의 전쟁사에 익숙한 독자에게는 해전의 양상이 사뭇 생소하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에서 위치 파악의 중요성과 그에 따른 웃지 못할 해프닝, 바다라는 유동적이고 불안정한 전장에서 거의 운에 가까운 타격의 영향력, 전쟁 초기에 상대 선박 발견 시 탑승자를 모두 피신하게 하고 심지어 자신의 함정에 태운 뒤에 침몰시킨 ‘신사적’ 공격 행위 등, 싸움의 전개와 양상에서 그라운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