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저널리스트 백인호가 신념으로 기록한 삼성그룹 성장사(史)이다.
삼성그룹은 창업 이래 반세기를 훌쩍 넘기고 있다.
1950년대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삼성이 걸어온 길은 한국산업사에 있어 구조 전환 과정이었다. 삼성이 오늘날까지 온 길을 살펴보면 설탕, 모직 등 수입대체 소비재에서 출발해 전자, 석유, 화학, 조선, 기계 등 중공업, 정밀기계를 축으로 한 방위산업 업종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면서 근년에는 반도체, 컴퓨터, 산업용 전자기기, 유전자공학 등 세계 최첨단의 산업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삼성의 이러한 성장 과정은 우리 사회의 경제 발전 단계에 조응하여 진행되었다. 이병철 회장은 ‘만약 삼성이 제일제당이나 제일모직을 설립했을 당시 경제 발전 단계를 무시하고 일거에 중공업에 착수했더라면 삼성도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라고 단언한다.
삼성전자를 출발할 때 이병철 회장은 ‘우리나라의 경제 단계에 꼭 알맞은 산업’이라는 결론에 이르고서 결정하였다. 그리고 우선 내수용 전자공업 분야부터 시작하여 기업의 기반을 굳힌 다음 반도체, 컴퓨터 등의 산업용 분야로 발전시킬 계획이었고 실제로 그 길을 걸어왔다.
반도체 사업 다음으로 이병철 회장은 정신적인 문화사업, 특히 신문과 방송 등 지식산업을 꼽았다. 도의를 앙양과 효 문화를 개선을 목표로 삼성문화재단을 설립하였으며, 정치는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사람들은 경박한 세론에 영합해 사회가 정신적으로 황폐화되던 때 건전한 언론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중앙일보〉를 창간했다.
이병철 회장은 지난날의 생애를 돌아보면서 이렇게 회고하였다.
“수많은 굴곡이 있었지만 오늘날까지 보람 있는 삶을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사원, 임원, 각계각층의 우인들, 국가지도자 덕분이었습니다. 그에 감사한 마음이고, 무엇보다 국민들의 성원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삼성그룹 40여 개의 사업들이 한결같이 번영해 기업의 융성은 물론 민족 흥성의 선구가 되고 21세기 국가부강의 초석이 된다면 더없이 기쁠 겁니다.”
그리고 삼성을 창업한 이병철 회장의 기업관은 삼성의 발전에 중요한 계기가 된다.
“내가 삼성을 창업하고 발전시켜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삼성이 나 개인의 것이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주주가 누구든, 회장과 사장이 누구든 삼성은 사회적 존재다. 삼성의 성쇄는 국가 사회의 성쇄와 직결된다.”
“나는 후대들이 ‘삼성은 국가적 존재이자 사회적 공기이다’라는 삼성의 창업정신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것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사욕을 갖고 사유화하는 데 열중한다면 삼성의 장래는 밝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기업관으로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 회장은 1950년대 세계의 최빈국 대한민국에 「경제」라는 개념을 심어 주고 경영의 신(神)으로 추앙받게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기업과 정신을 이어받은 이건희 선대 회장은 기업 승계 이후 ‘신경영(新經營)’을 선언하고, 삼성의 경영 틀을 바꾸었으며, ‘아내와 자식만 빼고 모두 바꾸라’는 변화를 유도하여, 기업 규모를 3백 배나 키우는 발군의 능력을 발휘했다.
이러한 삼성의 변화과정을 서술하면서 필자는 경영의 신이 제시하는 이상과 유한한 시간적 존재인 인간의 숙명이 부딪쳐 빚어내는 변증법적 현실을 매 계기마다 상기시키면서 그 역사 과정의 흥미를 더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