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의 매 순간 다정히 빛나는 계절의 빛
『겨울 빛』은 추운 겨울, 따듯한 빛이 건네는 안부를 담은 작품이다. 마냥 춥고 어둡게만 느껴지는 겨울날에도 주변을 가만 살펴보면 우리를 감싸는 빛들이 곳곳에 스며있다. 눈꽃을 닮은 색색의 창으로 빛을 들이면 평범했던 겨울날의 풍경이 반짝이고, 지난한 계절을 보내는 우리에게 실은 겨울 빛은 멀리 있지 않음을, 늘 우리 삶의 매 순간 반짝이고 있음을 다정히 일러 준다
밝고 따스한 빛, 차갑고 어두운 겨울, 이 두 단어는 마치 정반대 세상에 존재하는 단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새로 태어날 계절을 위해 한껏 차가운 겨울, 그 힘으로 빛은 만 가닥으로 태어난다”는 이상교 시인의 말처럼, 한기 속에서 기꺼이 찾아낸 온기는 그 어느 계절의 빛보다 충만한 생명력을 전한다. 한없이 따듯하며 한없이 차가운 그 빛을 『겨울 빛』과 함께 즐거이 찾아보기를 바란다.
계절을 관통하는 빛의 발자취를 찾아서
계절은 그저 지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흔적을 남기고는 한다. 에런 베커가 빛과 계절을 이토록 아름다운 방식으로 연결 지을 수 있었던 까닭은, 그 흔적을 빛에서 찾아내었기 때문이다. 집을 데우기 위한 난롯불,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며 문에 달아 놓은 알전구, 햇살에 빛나는 눈밭처럼 겨울이기에 느낄 수 있는 빛의 흔적들을 특유의 서정적인 그림체와 함축적인 문장으로 풀어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겹쳤다가 사라지고, 또 새로이 들이치는 빛줄기는 지금 이 순간 우리가 겨울의 한가운데에 와 있음을 지극히 시적인 방식으로 감각하게 한다. 독자들은 책을 손에서 놓은 뒤에도 주변을 둘러싼 계절의 빛을 기꺼이 찾아보게 된다.
계절은 맞이함이면서 기다림이기도 하듯, 겨울 빛을 반기며 다음에 다가올 봄 빛을 기쁘게 기다리는 우리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담아낸 그림책이다.
칼데콧 수상 작가 에런 베커가 보여 주는 그림책 연출의 정수
2014년 『머나먼 여행』으로 칼데콧 아너상을 수상하며 자신만의 그림책 세계를 확고히 구축한 에런 베커는 인기와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며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고 있다. 전작 『꿈같은 하늘 아래에』로 시간에 따라 형형색색 달라지는 하늘의 빛을 포착했던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는 하늘에서 조금 더 아래, 우리가 살고 있는 땅으로 시선을 내렸다. 보다 일상적인 장면에 주목하여 빛과 인간의 관계성을 지극히 시적인 방식으로 그려낸 것이다.
『겨울 빛』에 햇살뿐만 아니라 난롯불과 촛불, 전구에 빛을 들이는 장면이 나오는 건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자연이 보내는 빛을 일상의 풍경에 들여오는 건 결국 사람만이 내보일 수 있는 의지이니 말이다. 자연과 인간의 이 놀랍고도 숭고한 관계가 『겨울 빛』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책을 투과하여 아름다운 장면을 완성하는 건 빛이지만, 그 아름다움을 온전히 감상하려 햇빛에, 형광등에, 책상 조명에 이리저리 비춰 보는 건 다름 아닌 독자인 것처럼.
에런 베커의 치열한 연구 끝에 탄생한 『겨울 빛』만의 감각적인 연출은 그림책만이 선사하는 강렬한 시적 체험을 독자에게 선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