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의 살인미수 사건, 수도원으로 피신한 젊은이
음모, 살인, 배신, 그리고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
중세의 관습, 사회적 편견,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갈등을 섬세하게 묘사한 작품이자, 캐드펠 수사의 지혜와 도덕적 판단이 돋보이는 또 하나의 미스터리 역작.
1140년 봄, 혼인 잔치가 있던 금세공인의 집에 살인미수, 절도 사건이 발생한다. 월터 아우리파버가 자신의 집에서 피살될 뻔하는 사건이 벌어지는데, 사건 직후 젊은 음유시인 릴리윈은 사람들로부터 용의자로 지목된다. 릴리윈은 다급한 마음으로 수도원으로 도망쳐 신변 보호를 요청한다. 법 집행권이 미치지 못하는 치외법권 지역인 성소(聖所)로 피신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임시적인 피난처일 뿐, 그는 무죄를 입증해야만 완전한 자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수도원에 몸을 숨긴 릴리윈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떠돌이 신분과 그의 볼품없는 옷차림, 그리고 사건 직후 도주한 행동을 근거로 그를 범인으로 몰고간다. 릴리윈은 귀족이나 상인 가문 출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쉽게 의심받고, 그가 범인이 아닐 가능성조차 제대로 고려되지 않는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나선 캐드펠 수사는 릴리윈의 진술을 듣고는, 그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있음을 직감한다. 상인의 집, 사건 장소, 그리고 사건 당일 밤의 여러 목격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캐드펠은 살인 사건에 얽힌 비밀에 다가간다. 사건의 배후에는 상속 문제, 차별과 불신, 그리고 인간 간의 깊은 갈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캐드펠 수사의 치밀한 추리로 진짜 범인이 밝혀졌을 때 마을 사람들은 모두 경악하고야 마는데, 예상 밖의 인물이 범인이었기 때문이다. 범인은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가까운 사람을 배신하는 등 교묘한 계략을 짜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엘리스 피터스는 이 작품에서 당시 사회의 불평등과 인간의 편견이 어떻게 억울한 희생자를 만들어내는지 비판적으로 묘사하는 한편, 권력자들이나 귀족들에게 짓밟히지만 선량한 마음을 잃지 않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연민의 눈길을 보낸다. 캐드펠 수사는 비참하고 가련한 연인들에게 신의 은총이 깃들길 바라는데, 이는 엘리스 피터스의 마음에 다름아닐 것이다. 독자들은 이 작품을 통해 중세 잉글랜드 어느 한 도시 사람들의 생생한 삶의 모습, 금세공인 집안에서 벌어지는 음모와 살인 사건, 그리고 사건의 배후를 능수능란하게 추적하는 캐드펠 수사의 매력적인 면모를 접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