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9년, 전쟁과 폭력이 세상을 뒤덮었을 때,
얼음 속 미스터리한 시신이 드러낸 인간의 잔혹성
1139년 겨울,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 사이에 벌어진 왕권 계승 전쟁으로 잉글랜드 전역이 혼란에 빠진다. 도둑 떼들의 약탈이 심해지자 주민들의 피난이 이어졌고, 그 와중에 수도원으로 몸을 피신하려던 귀족 가문의 남매와 수녀가 실종된다. 이들의 흔적을 찾던 캐드펠 수사는 얼어붙은 강 속에서 피살당한 여성 시신을 발견하는데…. 살해된 그녀는 누구이며, 남매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죽음을 둘러싼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던 캐드펠 수사는 이 사건이 단순 강도 살인 사건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흩어진 단서들을 토대로 살인자의 흔적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얼음 속의 여인』은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역사적 사실과 미스터리를 치밀하게 결합한 소설이다. 특히 겨울이라는 계절적 배경과 얼음 속에 갇힌 시신이라는 상징적 이미지로 인해 더욱 서늘하고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겨울의 혹독한 날씨와 얼음, 눈 덮인 대지는 사건의 음산함과 미스터리의 복잡함을 더욱 배가시킨다.
얼음 속의 여인은 누구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일까. 저돌적이고 충동적인 에르미나, 어리지만 책임감이 강한 이브, 목숨이 위태로운 와중에도 용기를 내는 엘리어스 사제, 종적을 감춘 힐라리아 수녀, 에르미나의 연인 에브러드 보터레이, 목숨을 걸고 남매를 찾으러 나선 젊은 청년 올리비아, 도적떼의 수장 왼손잡이 알랭 등 다채로운 성격의 인물들이 각자의 의무감과 욕망에 따라 행동하고, 살인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치닫는다.
캐드펠이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과 휴 베링어 행정 보좌관이 도둑떼를 쫓는 과정이 뒤얽히며 반전을 거듭하는 사이, 도둑떼를 추적하는 일과 범인을 추적하는 일이 서로 다른 일임이 드러나고, 범인은 더욱 짙은 눈보라 속으로 숨어든다. 이에 더해 캐드펠 수사의 과거와 연결되는 인물이자, 귀족 남매 이브와 에르미나를 찾기 위해 스티븐 왕 측 영토로 비밀리에 들어온 올리비아는 더욱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풍긴다.
캐드펠 수사는 뛰어난 직관력과 지혜를 활용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데, 사건의 범인을 찾는 데 골몰하기보다는 인간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며 그들의 내적 동기와 심적 고뇌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숨 가쁜 추적과 반전을 거듭하는 이 작품은, 마치 혼란 가운데에서도 마침내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듯이,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수수께끼들이 하나둘씩 풀리면서 그간 중첩되며 쌓였던 사건들의 긴장들을 산뜻하게 해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