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게 역동해온 한국 문예비평의 어제와 오늘
이를 돌아보는 시선 안에서 움트는 우리 문학의 내일
한국 근대문학이란 근대의 보편성(국민국가와 자본제 생산양식)과 특수성(반제 투쟁과 반자본제 투쟁) 그리고 그 모순에 관계하는 문자의 형상화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던 김윤식은 『한국근대문예비평사연구』를 통해 여러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그 실체를 규명하고 얼개를 정리하는 데 주력하였다. 1920년대부터 해방 전까지의 한국 문예비평 전개 과정을 직접적으로 서술하며 총체적인 구조를 파악해나가는 이 책은, “체계 확립상 과거형이지만 그것이 다시 출발되어야 할 미래형이라는” 입장 아래 “빌려온 이론의 전개가 어떻게 역사 앞에 패배해갔는가를 실증해 보임으로써” 그간 한국문학이 걸어온 길을 더듬어보고 오늘날 문학 현장의 풍경을 환기한다. “앞으로 전개될 한국문학의 이론이 뒷날에 가서 돌이켜볼 때 역사 앞에 또 하나의 패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p. 12) 그의 단호한 문제의식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제Ⅰ부 프로문학운동을 중심으로 한 문예비평’은 1920년대 초 프롤레타리아문학운동을 중핵으로 하여 유독 긴밀했던 당대의 문학 전반과 사회운동 간 관계를 포착한다. 프로문학은 물론 그 대타의식에서 출발한 민족주의문학론, 또 해외문학파와 전향론 등까지 두루 살펴보며 각각의 성립과 전개 양상, 관련 논쟁 및 한계를 고찰하고, 과학주의와 ‘대중’ 개념을 도입하여 비평의 현대화 과정에 일조한 프로문학비평이 남긴 의의를 꼼꼼하게 밝혀 내려간다.
‘제Ⅱ부 전형기의 비평’은 프로문학이 퇴조하던 무렵부터 일제 말기까지의 ‘전형기’ 동안 비평계에 펼쳐졌던 여러 가지 국면을 다룬다. 서구적 사조에 거점을 둔 휴머니즘론, 지성론 및 비평예술론, 문화 옹호 현상이라는 당시의 세계적 풍조와 식민지하의 특수한 의식이 결부된 고전론과 동양문화론, 반성적 흐름에서 기인하여 신세대와 30대 사이 문학정신의 순수/비순수 시비를 중심으로 점화되었던 세대론, 『국민문학』지 중심의 신체제론 등, 사회주의 이데올로기 문학의 공백을 해소하고 정론성과 지도성을 회복할 새로운 주류를 모색하고자 했던 1930~40년대 평단의 노력을 너르게 톺아본다.
‘제Ⅲ부 비평의 내용론과 형태론’은 최재서가 제시한 ‘비평의 아르바이트화’ 개념을 가져와 1940년 전후 비평의 내용론으로 서술의 포문을 연다. 이 방면의 실질적인 업적이 다소 빈약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그것이 외국 문학의 피상적 이식 과정을 극복하려는 과정의 일환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당시의 시론, 소설론, 문예론, 문학사, 작법류 등을 개관한다. 한편 형태론의 측면에서는 한국 문예비평이 짧은 기간 안에 수다한 형식을 실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는 점, 또 그 형태가 발표지의 변천과 밀접하게 관계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짚으며 1930년대에 성행한 비평의 리뷰화 및 촌철비평 등의 성격을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