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사이다 좀 사다 줄래?
점심을 먹고 심심하게 오후를 보내던 도윤이에게 아빠가 말을 건넨다. “사이다 좀 사다 줄래?” 속이 답답하다며 도윤이에게 사이다 심부름을 부탁한 아빠는 얼른 다녀와서 엄마가 오기 전에 치킨을 시켜 먹자고 한다. 그 말에 도윤이는 한달음에 마트로 향하고, 맛있는 과자의 유혹도 뿌리치고 사이다 한 병을 사서 나오는 데 성공한다. 뿌듯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으아아아아!” 어디선가 들리는 왁자지껄한 소리가 도윤이의 걸음을 붙잡는다. 다가가 보니 친구들이 놀이터에서 뱅글뱅글 도는 놀이 기구를 타며 신나게 놀고 있다. 도윤이는 “나도 타도 될까?” 하고 묻고 친구들은 얼른 타라고 한다. 도윤이가 친구들의 놀이에 합류하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어느새 도윤이와 친구들이 탄 뱅뱅이는 해적선이 되어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 한가운데 놓이게 되는데, 도윤이는 아빠에게 사이다를 무사히 가져다줄 수 있을까?
자유를 누릴 절호의 기회, 심부름
동생 데리고 오기, 물건 사 오기, 이웃집에 물건 전달하기 등 여러 종류의 심부름이 있지만 어떤 심부름을 하더라도 꼭 지켜야 하는 것이 있다. 잊지 않고 목표를 수행하기, 안전하게 다시 돌아오기이다. 그림책 속 도윤이도 아빠를 위해 사이다를 사서 빨리 집으로 돌아오는 심부름을 하게 된다. 도윤이는 이 중요한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까?
사실 심부름에는 수행과 귀환보다 더 중요하면서도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심부름을 부탁한 사람 ‘대신’ 그 일을 해 준다는 것이다. 그건 바로 심부름을 부탁한 사람은 그 심부름에 함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엄마가 너무 바쁜데 우유 하나만 사다 줄 수 있을까?” “아빠가 배가 아픈데 약 좀 사다 줄 수 있을까?”라고 부모님이 심부름을 부탁하는 상황이라면, 부모님 없이 혼자 외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생긴 것이다. 이렇게 주어진 자유는 무궁무진한 상상을 허락한다. 거친 바다를 항해하고, 신기한 친구들과 숨바꼭질을 하고, 부글부글 끓는 용암 위를 구름다리로 건너며, 멋진 축구 선수처럼 힘차게 골을 넣은 도윤이처럼 말이다. 그래도 어느새 집으로 돌아온 도윤이 손에는 무사히 사이다 한 병이 들려 있다. 이보다 완벽하고 재미있는 심부름이 또 있을 수 있을까?
『사이다』는 아빠의 부탁으로 사이다를 사 오는 도윤이의 심부름 여정을 통해 상상의 재미를 보여 주는 그림책이다. 그러니 혹시라도 길을 가다 혼자서 뮤지컬을 하는 것처럼 노래를 부른다거나, 상대방과 대결을 하는 것처럼 화려한 발차기를 선보이는 친구가 있다면 조용히 지나가 주도록 하자. 자주 없을 자유의 시간을 만끽하고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거침없는 상상의 세계 『사이다』
여름꽃 작가의 재미있는 상상이 가득한 『사이다』는 빠르게 전환되는 이야기 배경과 톡 쏘는 사이다처럼 시원한 반전이 매력적인 그림책이다. 겁 많은 코끼리의 다이빙 도전기를 다룬 전작 『풍덩』에서는 포근하고 부드러운 색연필 그림이 두려움 앞에 서 있는 친구들을 응원했다면, 『사이다』는 좀 더 선명한 색채와 선으로 거침없는 도윤이의 상상에 강한 인상을 더한다. 명랑 만화처럼 발랄한 그림이 분할된 장면을 통해 빠르게 진행되며 독자의 시선을 끈다. 더불어 도윤이의 상상을 따라 펼쳐지는 다양한 세상 속 풍경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특히 두 페이지 가득 시원하게 펼쳐지는 마지막 반전은 도윤이의 모험에 함께하며 아슬아슬하고 조마조마했을 독자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소시켜 준다. 매일 똑같은 일상이 지루하다면 『사이다』와 함께 재미있는 상상을 하며 경쾌하게 하루를 보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