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처럼 사람들을 사랑한 사람, 인문학 도서를 무겁게 여기지 않은 사람, 만화책을 가벼이 여기지 않은 사람, 무명 신인의 음반일지언정 한 가지라도 미덕을 찾아내고자 했던 사람, 아무도 관심 없는 삶이라도 외면하지 않았던 사람, 사회적 약자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는 다양한 악덕에 대해 온몸으로 분노한 사람. 신해철은 우리 대중음악사에 등장한 최초의, 그리고 최후의 인문주의 예술가, 르네상스인이었다”
- 강 헌 -
마왕 신해철의 10주기를 맞아, 〈신해철의 쾌변독설〉, 〈아, 신해철!〉을 펴냈던 작가 지승호가 마왕이 "다음 세상에서도 제 친구로 태어나주시길" 바라는 애틋하고 간절한 마음을 담아 내놓는 3번째 앤솔러지 인터뷰북이다. 지승호 자신이 신해철 최고의 전문가이기도 하지만, 지승호보다 실은 더 신해철 전문가인 강 헌을 비롯해, 생전의 신해철과 직접 음악이나 방송 작업을 같이하여 속 깊게 그를 알고 사랑하는 전상일, 한경록, 배순탁, 그리고 엄마인 본인과 아이들 모두 신해철의 열혈팬이 된 소설가 정아은도 인터뷰에 합류했다. 그 외로 흥미롭고 호기심 가득 가는 챕터들이 더해져 책의 내용을 다채롭고 풍요롭게 해준다. 아울러 우리나라 아트록의 선구자 성시완과 KAIST 교수 정재승의 추천사는 짧으나 긴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 〈마왕은 살아있다〉는 단연코 신해철 책 최고최상의 결정판이 될 것이다.
◽ 인터뷰어:
지승호_25년 가까이 인터뷰만 생각하고, 인터뷰 글을 써왔고, 꽤 많은 인터뷰 책을 냈습니다. 아마 조금이라도 더 유능했다면, 다른 길을 찾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인터뷰 일 외에는 크게 관심이 가는 일도 없고, 워낙 무능해서 어쩔 수 없이 한 길을 파온 인터뷰 인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해철님과는 결국 인터뷰로 인연을 맺어서 인터뷰로 결론지어지는 그런 관계네요. 제 첫 인터뷰이이기도 하고, 저를 인터뷰라는 세계와 운명적으로 만나게 해준 사람이 마왕이기도 합니다. 이제 더 이상 그를 만나 인터뷰를 할 수가 없네요. 그래도 사람 살기 좋은 세상을 위한 기록을 조금이라고 더 남기려고 노력하겠습니다.
◽ 인터뷰이:
강 헌_최고의 음악 평론가 중 한 명이다. 어쩌면 가족보다 더 신해철을 잘 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신해철과 많은 작업을 같이 했고, 인생의 주요한 국면에서 함께 했다. 정글 스토리의 제작자로서 그 영화의 OST를 이끌어냈고,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연설 방송을 하게 만들었고, 신해철로 하여금 ‘노동의 새벽’ 20주년 헌정음반을 만들게 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함께 했던 일과 대화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2014년 그들은 함께 뮤지컬을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했으나, 결국 그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강헌은 죽을 때까지 신해철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서 노력할 것으로 믿는다.
정아은_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다. 2013년 〈모던 하트〉라는 소설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마왕이 타계하기 1년 전이다. 마왕을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마왕의 음악을 좋아했고, 특정한 작품을 쓸 때는 마왕의 노래를 들으면서 썼다고 할 정도로 신해철을 사랑했다. 2014년 마왕이 타계한 후 나온 〈마왕 신해철〉 책을 좋아해서 아이들에게 읽혔다. 그 책이 아이들에게 닮고자 하는 성인의 롤모델이 되어줬다고 감사하는 마음을 표시했다. 그녀가 앞으로 마왕을 소재로 한 소설을 써줬으면 좋겠다.
배순탁_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이자 음악평론가이다. 방황하던 청춘기에 신해철과 윤상의 음악으로 위로 받았고, 인터뷰를 통해 신해철을 처음 만나 인간적으로 감화되었다. 신해철이 타계하기 전인 2014년 〈배철수의 음악캠프〉 대타 DJ로 신해철이 참여하면서 1주일간 같이 일을 하기도 했다. 돌아가신 후에는 윤원희 여사의 청으로 신해철 거리를 조성하기 위한 펀딩을 주도하기도 하는 등 신해철을 위한 일이라면 발벗고 나서고 있다. 이 인터뷰 역시 그런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전상일_신해철과 넥스트 2집 앨범 디자인 작업을 통해 인연을 맺었다. 서로가 5차원임을 한눈에 알아본 두 사람은 한때 신해철의 집에서 동거하기도 하면서 우정을 쌓아나갔다. 넥스트와 신해철의 솔로 프로젝트의 앨범 비쥬얼 작업을 도맡아온 전상일은 신해철의 음악을 시각화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넥스트를 상징하는 불새 디자인도 그의 작업이다. 영화감독의 꿈을 가지고 있는 그는 영화 작업이 어긋나며 건강상의 문제가 생기기도 했지만, 신해철에 관한 일이라면 뭐든지 하겠다고 말했다. 신해철과 팬들 때문에라도 관련된 디자인 작업을 이어나가고 싶어하는 그에게 귀인이 나타났으면 좋겠다.
한경록_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디밴드 크라잉넛의 베이시스트다. 사람을 좋아해서 주변에 늘 사람이 모이기도 하고, 기획력도 뛰어나서 한경록이 만드는 행사는 금세 화제가 되곤 했다. 인디음악를 늘 지원했던 신해철은 고스트스테이션을 통해 크라잉넛을 자주 소개했고, 록 페스티벌 무대에서도 자주 마주친 그들을 사랑하고, 아낌없이 격려해주곤 했다. 신해철님이 돌아가시기 직전 한경록은 트위터를 통해 ‘형님, 빨리 일어나세요’라고 말했지만, 그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신해철과 크라잉넛의 화학적 결합을 많이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