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관광대국이자 다양한 문명의 교집합
그리고 5억 인구가 사용하는 스페인어
강력한 문화적 영향력 이면에 감춰진 야만의 역사
스페인은 유럽 내에서 가장 긴 역사를 가진 나라 중 하나이지만, 그 역사는 굉장히 복잡하기도 하다. 아마 이베리아 반도라는 지형적인 특징으로 인해 다양한 문화가 이곳에서 교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때문인지 여타 유럽국가들과는 또다른 독창적인 문화들을 가지고 있는 스페인은 오늘날 대표적인 관광대국으로 성장했고, 스페인어는 대략 5억 명에 달하는 인구가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듯 거대한 문화적 파급력을 형성한 스페인 역사의 이면에는 정복욕으로 인한 무고한 희생의 역사도 존재한다. 특히 16-17세기에 유럽인들이 아메리카에 도착한 후 약 100년 사이에 원주민 수가 급감되었던 것을 ‘대량 몰살’이라는 용어로 설명하는 학자도 있을 정도다. 책에서는 스페인의 정복자들이 인디오에게 저지르는 수많은 범죄 행위를 고발했던 라스 카사스 신부의 외로운 사투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스페인의 식민지배는 ‘문명’이란 이름으로 저지른 ‘야만’이었다. 스페인이 자행한 정복, 서구 문명과의 충돌에 따른 집단 자살, 가혹한 노동, 그리고 무엇보다도 유럽형 병원균 전파로 인한 사망의 결과였으며, 몇 백 년간의 지배는 라틴아메리카의 역사, 문화, 종교가 스페인식으로 변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콜럼버스가 이후 세계사의 큰 흐름을 바꿔 놓은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문명을 가장해 자행한 스페인의 야만적 식민지배가 라틴아메리카의 뼈아픈 역사가 되었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피로 물든 내전의 역사에서 탄생한
천재 예술가들의 역작
천재들의 역작은 고난과 역경의 시대에서 탄생하곤 한다. 스페인에는 수많은 정복 전쟁뿐만 아니라 내전으로 겪은 고통의 역사가 존재한다. 대표적으로는 민주주의, 파시즘, 그리고 공산주의라는 세 가지 주의가 기본을 이룬 1930년대의 시대적 특징이 집약적으로 나타났던 ‘스페인 내전’, 그리고 1937년 프랑코와 독일 공군의 음모로 인한 ‘게르니카 폭격’이 있다. 이는 국내외의 관계와 정치 상황을 매우 복잡하게 만들었다.
《스페인역사 다이제스트100》에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탄생한 세기의 역작 몇 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어네스트 헤밍웨이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라는 장편소설을 통해 스페인 내전에 직접 참가했던 본인의 경험과 자유를 위한 인류 전체의 굳은 연대 의식을 표현했으며, 조지 오웰은 배반당한 혁명을 우화적으로 묘사한 《동물농장》과 전체주의를 풍자한 《1984》를 집필했다. 또한 피카소의 〈게르니카〉는 스페인 내전 시의 프랑코의 파시스트 정부의 만행을 비판하고 고발하기 위한 것으로, 전쟁의 참상과 비극성을 표현한 대표작이다. 스페인 내전이 그 시대의 예술가들에게 정치적으로나 사상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또 그 시대의 비극이 어떤 모습으로 담겨 오늘날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는지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