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권은 (1) 그 시절에 횡행했던 식민통치기구의 면면, (2) 그 거리에 남겨진 식민지배의 흔적들, (3) 낯선 풍경으로 남아 있는 근대역사의 공간들, (4) 결국 학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렇게 네 묶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는 식민통치기구와 관련한 것으로 조선통치에 관한 사상관측소로 일컫는 총독부도서관의 건립 내력, 채석장으로 인왕산 자락을 누더기로 만들었던 총독부 착암공양성소와 발파연구소의 흔적, 160여만 마리의 조선소를 일본으로 끌고 간 이출우검역소의 존재, 압록강 삼림수탈의 주역이었던 총독부 영림창과 경복궁 땅 아래에 아직도 남
▲ 이순우 l 민연주식회사 l 신국판 l 18,000원 l 362쪽 l 2024. 09. 27. l ISBN 978-89-93741-45-2
아 있는 9,388개의 소나무 말뚝 이야기, ‘1군 1신사(神社)’와 ‘1면 1신사(神祠)’의 건립을 강요하던 일제 침략신사의 면면들, 흑석동 한강변 언덕 위에 한강신사가 건립된 연유 등에 관한 내용을 간추려 놓았다.
또한 칭경기념비전 앞에 놓여 있는 도로원표의 제작 경위, 부민관 폭파의거의 현장이었던 경성부민관(京城府民館)에 얽힌 근현대사의 굴곡 반세기, 식민통치 5년간의 치적을 자랑하기 위해 조선총독부가 직접 개최했던 조선물산공진회, 을사조약의 배후공간이었던 대관정(大觀亭), 포방터시장으로 기억되는 홍제외리 조선보병대 사격장의 흔적, 명성황후의 위패를 두었던 일본인 사찰 묘심사(妙心寺), 장기수 전담감옥이었던 경성감옥의 건립 내력, 전봉준과 최시형의 처형장소로 사용된 좌감옥(左監獄)의 위치 고증, 내선일체의 대표 유적으로 둔갑한 행주산성, 경학원 명륜당이 혼례식장으로 변신한 까닭, 미군공습에 기겁한 일제가 방어수단으로 구축한 소개공지(疎開空地), 반도 민심의 근원을 차단하는 대표적인 억압기구였던 종로경찰서(鍾路警察署)의 내력 등을 정리하였다.
그리고 전시체제 아래 일제에 의해 자행된 학원통제(學園統制)의 실상을 엿볼 수 있는 위문대(慰問袋)의 제작 내력, 조선어 가사를 금지한 교가(校歌) 개정과 무궁화와 태극 문양을 삭제한 교표(校標) 개정, 일제패망기에 제작된 『부산항공립고등여학교 졸업앨범』에 드러난 군국주의 교육의 속살, 조선인학교에도 적용된 군사교련제도와 배속장교의 존재, 미성년자 금주금연법과 삭발령, 일본군의 전첩기념선물로 배포된 고무공과 만주사변을 기념하는 ‘특제 만주빵’의 존재, 학교이름에 도(道), 방위, 숫자 명칭 등이 흔하게 남아 있는 연유 등에 관한 얘기가 두루 담겨 있다.
이와는 별도로, 이 책 전반에 걸쳐 각종 연혁에 관한 사항은 가급적 이를 ‘도표(圖表)’의 형식으로 간추려 일반 독자는 물론이고 관련 연구자들이 일목요연하게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모든 글꼭지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구축한 갖가지 실물자료와 사진자료를 근간으로 하고 여기에 별도의 다양한 수집자료와 관련 신문기사를 포함한 이미지 파일들을 풍성하게 배치하여 글만으로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그 시절 그대로의 상황을 시각적으로 전달하고자 했다.
새삼 강조하지 않더라도 역사의 흔적을 잊지 않고 잘 기억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시간이 흐르면 마치 빛깔이 바래듯이 점점 잊어버리게 되는 ‘망각’이야말로 어쩌면 정말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제대로 기억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아무리 자질구레한 것일지라도 많은 기록을 정리하여 남겨두는 것도 매우 절실하다. 아무쪼록 ‘비망록’이라는 이름을 달아 이 책에 담아놓은 일제강점기에 대한 기록과 이야기 하나하나가 기억의 연결고리가 되어 좀 더 길게 후대로 이어지기를 희망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