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권은 (1) 혹독한 전시체제기의 나날들, (2) 침략전쟁의 광풍이 휘몰아치던 시절, (3) 곳곳에 남아 있는 그들만의 기념물, (4) 뒤틀어진 공간에 대한 해묵은 기억들, 이렇게 네 묶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는 구체적으로 대나무 철근과 콘크리트 선박으로 상징되는 대용품(代用品)의 전성시대
, 물자절약과 연료부족사태로 인한 제주 조랑말 활용과 택시합승제도의 등장, 총알도 막아낸다는 센닌바리(千人針) 제작, 징병제를 대비한 부여신궁과 조선신궁 간 역전마라톤, 대조봉대일(大詔奉戴日), 거물면장(巨物面長), 국세조사(國勢調査), 황금광 시대와 금헌납 독려, 전쟁 따라 출렁이는 총독부 관리들의 출퇴근 시간 변천사, 결전체제 아래 성행했던 현수막(懸垂幕) 설치와 시국표어 제작, 이세신궁에서 조선신궁으로 옮겨진 기원 2600년 봉축 성화(聖火) 계주행렬, 인구전쟁(人口戰爭) 독려를 위한 자복가정표창(子福家庭表彰) 등에 관한 얘기가 담겨 있다.
또한 일제강점기를 통틀어 친일관료 및 친일귀족 또는 식민통치자들이 이 땅에 남겨놓은 몇 가지 기념물의 흔적으로 수원화성 순직경찰관초혼비, 이범익 강원도지사 영세불망비, 인천항 부두에 세운 ‘성적기념지주(聖蹟記念之柱)’의 건립과정, 사쿠라와 단풍나무 동산으로 구축한 그들의 전승지 벽제관 일대와 벽제관 전적기념비의 조성 경위, 금강산 곳곳의 암벽을 할퀴어 놓은 바위글씨[石刻] 등을 주제로 한 글들을 정리해놓았다.
그리고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공간들에 관한 것으로 군대해산식이 거행된 훈련원(訓鍊院) 터의 공간해체과정, 일본 황태자의 결혼기념으로 세워진 경성운동장, 조선일보사 옥상 위에 출현한 비행기의 정체, 파고다공원의 철대문까지 뜯어갔던 금속물 공출시대, 소설 「자유부인」에도 등장하는 중화요리점 ‘아서원’의 내력, 반민특위 청사로 사용된 옛 제일은행 경성지점 자리의 공간 내력과 떠돌이 상태에 놓인 반민특위 터 표석에 얽힌 사연 등도 함께 풀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