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웃는가, 유머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퍼지는가
그 이유를 찾아 나가는 두 기자의 범죄 미스터리
범죄 미스터리, 유머, 역사 패러디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걸작 『웃음』이 새로운 표지와 판형으로 다시 태어났다. 소설의 중심 소재는 〈유머〉의 생산과 유통으로, 베르베르의 상상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수없이 접하는 우스갯소리들이 어디에서 생겨나는 것일까 하는 의문에서 출발해 작품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농담을 지향하듯 발랄하고 유쾌하게 달려간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편씩 절묘한 유머와 농담을 접한다. 더없이 완벽한 구성을 갖고 있는 〈작품〉들이지만 작가는 없다. 혹시 누군가, 또는 어떤 조직이 그런 농담을 의도적으로 만들고 비밀리에 퍼뜨리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그들은 누구이고 그들의 목적은 무엇일까? 이 질문들은 〈인간은 왜 웃는가?〉라는 하나의 근원적 질문에 맞닿아 있으며, 작가는 이에 대한 답을 문학적 탐구를 통해 찾아 나간다. 새롭게 출간된 『웃음』은 시대에 맞추어 외래어 표기법을 꼼꼼하게 다듬고 그간 달라진 맞춤법과 전문 용어를 반영했다.
한바탕 웃다 죽은 국민 코미디언의 의문사와
〈살인 소담〉 그리고 유머 기사단의 전설
작품은 세 겹의 구성을 갖고 있다. 주인공들의 액션이 중심이 되는 스토리 라인, 웃음을 유발하는 농담들, 『유머 역사 대전』이라는 가상의 텍스트가 각각의 겹이다. 이야기는 한 코미디언의 의문사에서 시작된다. 프랑스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연예인 1위, 다리우스가 분장실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것이다. 분장실은 문이 안으로 잠겨 있었고 침입의 흔적조차 없다. 유일한 단서는 그가 사망하기 직전 폭소를 터뜨렸다는 것뿐. 경찰은 과로로 인한 돌연사로 단정 짓고 수사를 종결하지만, 그 죽음 뒤에 놓인 의문을 추적하는 두 사람이 있다. 프리랜서 기자 뤼크레스 넴로드, 은자의 풍모를 지닌 전직 과학 전문 기자 이지도르 카첸버그. 다리우스의 죽음이 타살이라는 심증을 굳힌 두 기자는 살인범을 찾아내기 위해 주변 인물들을 추적하다가 죽음에 이르게 하는 유머인 〈살인 소담(殺人笑談)〉에 대한 소문을 듣고, 특수한 목적을 갖고 농담을 생산해 유포하는 비밀 결사의 존재를 알게 된다. 두 기자는 갖가지 모험과 위기를 헤쳐 나가며, 코미디언 다리우스의 실체, 웃음 산업과 유머를 둘러싼 음모, 그리고 역사의 배후에 감춰져 있던 거대한 비밀 조직에 다가간다.
전편에 흐르는 유머와 풍자
세계사까지 비트는 야심 찬 패러디
수시로 발췌 인용되는 가상의 텍스트 『유머 역사 대전(大全)』은 〈유머 기사단〉이 기록했다는 공식 역사서다. 역사 문헌과 실제 사건을 근간으로 놓고 일부를 슬쩍 바꿔 쓴 유머 세계사, 혹은 세계 유머사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 맥락을 알고 읽으면 근엄한 어투 속에 담긴 풍자의 묘미가 만만치 않다. 이 텍스트에 따르면, 아리스토파네스, 에라스뮈스, 라블레, 몰리에르, 찰리 채플린과 그라우초 마크스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희극 작가나 코미디언이 모두 그 비밀 결사의 일원이었다. 그런가 하면 스페인의 이사벨왕 등 역사상 중요 인물들의 의문사 뒤에 유머 기사단의 개입이 있었다거나, 잔다르크는 농담을 굳게 믿는 바람에 영웅적 행위를 하게 된 시골 여인이었다는 등의 설정은 역사적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웃음을 짓게 만든다. 이와 함께, 수시로 삽입되는 1백 여 편의 농담은 마치 유머집을 읽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 농담들은 때로 작중 인물인 다리우스의 스탠드업 코미디 작품으로, 때로 웃음의 비밀 결사인 유머 기사단이 의도적으로 창작한 유머로 제시된다. 핵심 줄기를 이루는 다리우스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와 그에 얽힌 유머 기사단의 역사, 그리고 유머 텍스트들은 모두가 정교하게 맞물려 거대하고 일관성 있는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며, 작가의 유머러스한 〈허풍〉에 기묘한 현실성을 부여하고 독자들을 이 환상적인 웃음 세계로 끌어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