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일 감정에 가려져 있던 요시다 쇼인
그의 생애와 행적을 알리는 한국 최초의 책
이토 히로부미의 스승이자 아베 신조(전 일본 총리)의 정신적 지주, 한반도를 정벌해야 한다는 정한론을 집대성한 일본 우익사상의 아버지 요시다 쇼인. 이 책은 쇼인과 그의 학교인 쇼카손주쿠에서 함께했던 학생들의 삶을 살피며, 일본과 한국의 근현대사를 더 넓고 큰 관점에서 바라본다. 일본인들은 그를, 사상가이자 혁명가, 근대 이후 일본의 걸출한 지배자들을 기른 교육가, 일본 전국도 부족해 목숨을 걸고 해외로 나가려 했던 호기심 많은 탐험가, 결기 넘치는 글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린 문장가, 오직 일본을 위하는 마음을 지닌 애국자, 행동으로 인간을 감화시킨 인간 등으로 기억하며 숭배한다. 이렇듯 요시다 쇼인은 지금도 수많은 일본의 리더들이 현재진행형으로 존경하는, 일본 근대 사상의 뿌리와 같은 인물이다.
일본의 극우 정치를 상징했던 아베 신조는 지난 2013년, 요시다 쇼인의 묘지를 방문해 무릎을 꿇고 참배하며 ‘쇼인 선생의 뜻을 충실하게 이어가겠다’라고 다짐하고, 2016년 말 국회에서 요시다 쇼인의 ‘이십일회맹사’ 이야기를 인용한 바 있다. 쇼인의 제자 중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이는 근대 일본의 초대 총리인 이토 히로부미이다.
이처럼 수많은 일본인이 주목하는 요시다 쇼인인데, 정작 쇼인은 한국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나마 이토 히로부미의 스승이자, 한반도 정벌을 주장한 정한론(征韓論)을 집대성한 인물 정도로 알려져 있을 뿐이다.
요시다 쇼인이라는 이름은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정작 오늘날 한일 양국의 외교 마찰을 상징하는 야스쿠니 신사가 원래 쇼인 등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는 것, 그가 교육의 아버지로 불리는 페스탈로치와 동등하게 평가되고 일본 우익사상의 아버지로 여겨진다는 것, 심지어 독도영유권 주장과도 관련 있다는 사실 등에 대해서는 대체로 어둡다.
▶ 어제를 정확하게 되돌아보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오늘
일본에는 요시다 쇼인에 관해 직간접적으로 다룬 책이 1,200여 종 가까이 된다. 하지만 『요시다 쇼인, 시대를 반역하다』가 출간되기 이전, 한국에는 그를 다룬 책이 한 권도 없었다. 쇼인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이 메이지 유신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고, 아직도 그를 사상적 지주로 삼는 인물들이 많은데 정작 그의 행적에 대해 자세히 아는 한국인은 드물다.
우리는 왜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요시다 쇼인에 대해 모르는 걸까. 한반도 역사와도 밀접하게 얽혀있는 그의 이름과 사상을, 왜 자세히 접할 수 없었던 걸까?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그동안 지피지기(知彼知己)를 외치면서도 적을 외면하는 감정에 사로잡혀 있었던 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요시다 쇼인과 그의 학교 쇼카손주쿠에서 함께했던 제자들의 삶을 살피며 일본과 한국의 근현대사를 더 넓고 큰 관점에서 바라보게 한다. 또, 쇼인의 행적이나 그가 남긴 어록들을 소개하면서, 진정한 지피기기가 무엇인지 돌아보게도 한다. 이제껏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한 건 아닌지 진지하게 되돌아볼 만한 지점이다.
우리나라와 이웃 국가의 역사를 객관적으로 인식할 때 진정으로 소통하며, 보다 건강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말마따나 역사의 주인이 되어 이끌어 갈 것인지,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역사의 관조자나 방관자가 되어 바라보고 끌려갈 것인지는 우리의 진지한 성찰과 타인을 알고 자신을 알겠다는 마음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