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본래부터 영생하는 존재다
과학으로 풀어나가는 삶과 죽음에 대한 도발적인 주장
죽음은 인간이라면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필연적인 현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대로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탐구하고 정의함으로써 생명으로서 필연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려고 노력을 거듭해 왔다. 특히 과학이 발전하기 이전부터 인간의 길잡이가 되어 주었던 종교는 영혼, 사후 세계, 환생 등의 개념을 만들고 발전시키면서 ‘죽음은 끝이 아니다’라는 관점으로 유한한 삶에 대한 허무감과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렇게 우리에게 익숙한 종교적, 인문학적인 죽음의 관점은 ‘생명의 끝으로서의 죽음은 존재한다’에 기반을 두고 사후의 심판, 환생 등 ‘죽음 이후의 세계’를 상상하거나 ‘개인은 죽지만 살아 있는 동안 쌓아올린 것들이 후손을 통해 대물림된다’는 논리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김태곤ㆍ박혜경 저자의 이 책 『우리는 영생하고 있다』는 ‘생명에게 죽음이라는 개념은 처음부터 없었으며 우리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은 영생하고 있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내세우면서 독자들의 관심을 자극한다.
책의 제1부 〈어디에서 왔는가?〉는 DNA, 소립자, 양자역학, 우주의 창생과 종결, 생명의 탄생 등 생명과 죽음을 이야기하기 위해 꼭 필요한 학문적 교양의 영역을 이야기하고 있는 장이다. ‘생명의 핵심 DNA’부터 시작하여 ‘인류의 역사와 문화의 발전’까지, 고고학, 지질학, 분자생물학, 천체물리학, 소립자물리학, 양자물리학 등의 영역이 주제로 등장하면서 일견 어렵고 전문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김태곤, 박혜경 저자는 어디까지나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시선에 맞추어 비전공자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흥미를 자아내는 설명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러한 부분은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제2부 〈어디로 가는가?〉는 1부에서 전개했던 이론적 설명을 기반으로 본격적으로 저자의 삶과 죽음에 대한 관점을 전개하는 파트로, 저자는 인간을 비롯한 고등동물들의 ‘생식기관’은 본래 하등동물의 ‘자기복제기관’에서 출발한다는 분석을 기반으로 ‘자손은 또 다른 자신이며 나는 생식을 통해 불멸하는 존재이므로 죽음이라는 것은 본래부터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과감한 주장을 설득력 있는 목소리로 전개한다.
또한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분명 어두운 면도 가지고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어두운 면마저 극복하고 모든 세상의 비밀을 풀어내며 인류를 한 단계 더 발달된 존재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관점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것 역시 이 책의 특징이다. 특히 100년 후 인류는 신에 가까운 능력을 가진 기계와 일체화된 존재, Homo Roboticus로의 진화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 역시 독자로서는 매우 흥미진진한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