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해방이다≫는 독서의 가치를 재발견하고자 하는 이들, 책의 근간을 이루는 텍스트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님을 인지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문화융합을 도모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의미이다. 요즘 ‘텍스트 힙’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텍스트’와 ‘힙하다’를 결합한 신조어라고 하는데, 주로 책이나 글자를 읽는 행위를 트렌디하고 멋지다고 여기는 현상이다. 어쩌다 우리 사회는 책을 읽는 행위를 ‘멋지고 트렌디하다’고 여기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책이 고단한 일상을 견인하고, 열악한 사회를 일신하는 데 주요한 동기라고 인지했던 그때 그 시절 사람들은 이런 분위기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어쩌면 물성을 지닌 ‘책’과 행위로서의 ‘책 읽기’는 머지않아 천연기념물의 범주에 들어갈지도 모르겠다. 깊이 있는 독서에 잇닿은 사유 경험을 중시하는 독자, 디지털 시대에도 독서의 중요성을 믿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지식과 자유를 추구하는 인문학 애호가, 예술과 문학을 통해 역사를 탐구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도 이 책은 깊은 영감을 줄 것이다.
독서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해방”이다
급격한 디지털 전환 시대 속에서 우리는 이미 독서의 진정한 가치를 잊고 말았다. 스마트폰과 즉각적인 정보에 익숙해진 지금,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점점 과거의 유물처럼 느껴진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저자는 ≪독서는 해방이다≫를 통해 ‘고전적 행위로 보이는’ 독서가 가져다주는 진정한 자유와 해방의 힘을 재조명했다. 책은 단순히 지식과 정보 습득의 도구가 아니다. 억압된 현실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상상력을 발휘하여 더 큰 세계로 나아가게 해준다. 한마디로 독서는 해방의 수단이다. 저자는 또한 독서를 정신적 자유를 위한 도구로 정의한다. 책을 읽을 때 우리는 일상의 구속이나 통념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상으로 눈을 돌린다. 자신을 발견하고,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해준다. 프란스 할스가 그린 〈성 마태오〉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 작품에서 성 마태오는 깊은 사색 속에서 책을 읽고 있다. 그의 표정을 보라. 이 장면은 독서가 단순히 지식을 얻는 행위가 아니라 영혼을 해방시키는 과정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렇듯 독서는 내면에서 사유를 끌어내고 현실 너머의 세계를 상상하게 돕는다.
독서는 ‘독립적 사고’와 ‘저항’의 상징이다
저자는 독서가 역사 속에서 억압적인 권력에 맞서는 상징적인 행위로 자리잡아 왔다고 강조한다. 개인이 자신의 자아를 확립하고 독립적인 사고를 기르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알브레히트 뒤러의 〈책을 먹는 성 요한〉을 들 수 있다. 책은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내면화하여 자신의 사유로 완전히 흡수하는 과정임을 표현했다. 〈아를의 여인〉을 그린 반 고흐는 ≪톰 아저씨의 오두막≫을 읽고 “세상에는 아직도 많은 노예제가 남아 있다. 참으로 훌륭한 이 책에는 이러한 중요한 문제가 매우 큰 지혜와 사랑, 그리고 압제에 고통받는 가난한 사람들의 진실한 행복을 생각하는 한없는 열의와 흥미로 얘기되고 있는 만큼 (…) 특히 ≪톰 아저씨의 오두막≫에서 작가는 사물에 새로운 빛을 비추고 있더구나.”라고 말했다. 이 책이 노예제 폐지 운동을 활성화하고, 많은 북부 사람들이 노예제의 비인간성을 인식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독서는 이처럼 개인의 사고를 발전시키고 영혼을 성장시키는 동시에 외부의 억압적 환경에 맞서 정신적 저항을 일으키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명화 속에 담긴 독서의 아름다움
이 책의 특장은 70점의 명화로 독서의 아름다움, 독서의 괴로움, 독서의 치유를 보여준다는 데 있다. 특히 책이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 경험의 깊이를 담은 상징적인 물체임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르네 마그리트의 〈금지된 재현〉이다. 이 그림은 “어떤 것도 당연하고 확실하게 여기지 말라.”는 메시지와 함께 독서가 사회적 구속에 맞서는 저항적 행위임을 시사한다. 이 외에 책을 태우는 장면을 다룬 여러 작품은 독서가 때로는 검열의 대상이 되었던 역사적 순간들을 떠올리게 한다. 진시황의 분서(焚書)부터 히틀러의 책 소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책이 지닌 저항의 힘을 강조하며, 독서가 때로는 억압받았지만 여전히 자유의 상징으로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작품 하나하나를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감상해보자. 독서하는 사람들의 표정, 그들이 읽고 있는 책의 내용, 책이 배치된 환경, 읽는 이들의 자세, 책의 위치 등 다양한 시각적 단서들이 독서의 문화적, 사회적 의미를 탐구하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