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맣기도, 커다랗기도 한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이 전하는 아름다운 반대의 세계
‘늙다와 어리다’, ‘혼자와 함께’, ‘슬픔과 기쁨’이 정말 반대에 놓인 말들일까요? 때로는 맞서고, 때로는 맞닿는 반대의 의미들을 다채롭게 보여 주는 『자그맣고 커다란 고릴라』는 반대에 있는 듯한 말들을 나열해 독자들에게 반대란 무엇인지 역으로 질문합니다.
“때때로 혼자인 것처럼 느껴지나요? 주변을 둘러봐요. 함께일지도 몰라요.”라는 책 속 문장처럼, 우리의 세계는 정반대의 것들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말하지요. 한때는 커다랗게 보이던 고릴라가 한 뼘 자란 지금 자그맣게 보일 수 있듯이 삶이 언제나 무겁기만 하고, 언제나 가볍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에요. 이처럼 『자그맣고 커다란 고릴라』는 삶의 본질적인 질문과 철학적 사유를 짧은 문장에 시적으로 풀어 냈습니다. 앤서니 브라운이 선사하는 아름다운 반대의 세계를 만나 보세요.
“고릴라는 사람과 무척 비슷해요.”
고릴라를 통해 그려 낸 보편적인 세상
『자그맣고 커다란 고릴라』에는 몸집도 표정도 제 각각인 다채로운 유인원들이 등장합니다.
판면을 가득 채우는 고릴라 얼굴부터 아주 자그마한 원숭이,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모여 있는 침팬지와 오랑우탄들까지. 그간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에 등장했던 수많은 유인원들을 더 입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했지요.
작가는 세밀하게 표현한 주름과 말을 건네는 듯한 눈빛,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표정으로 한층 더 넓어진 그림 세계를 보여 줍니다. 더 입체적이고 세밀해진 얼굴 묘사를 통해 함께 나이 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기도 했지요.
더불어 앤서니 브라운은 늙어 보이기도, 아주 어려 보이기도 하는 유인원들의 ‘보편성’에 주목하며 여러 시대와 다양한 인종, 성별, 나이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정반대에 서 있는 것 같지만, 어딘가 닮아 있는 고릴라와 침팬지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모두 조금씩 맞닿아 있다는 것을,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전하는 것이지요. 깊은 눈과 주름진 얼굴, 흥미로운 표정까지 앤서니 브라운이 선사하는 보편적이며 포용적인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정답 말고 질문이 되었으면 해요.”
이훤 시인이 옮긴 말의 의미
『자그맣고 커다란 고릴라』는 반대말을 알려 주는 듯 보이지만, 정답을 말하기보다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갑니다. 번역가 이훤 시인은 편견이 생기지 않는 단어들을 고르고 골라 책을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작가의 의도를 살려, 글이 정답이 되기 보다 질문이 될 수 있도록 만들었지요.
이훤 시인의 감각적인 표현과 함께 사람과 상황에 따라 언제든 달라질 수 있는 말의 재미를 느껴 보세요. 아이들은 고릴라, 원숭이, 침팬지의 입장이 되어 반대말을 배우는 것을 넘어, 균형과 조화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답니다. 다양한 입장에서 유연한 태도를 배우며 때에 따라 달라지는 표현의 신비함과 즐거움을 만날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추천사
레드 리딩 허브
일러스트레이터의 트레이드마크인 초현실주의가 가미된 이 책은 앤서니 브라운의 이전 책에서 보았던 모든 영장류에 대한 멋진 찬사다. 오랑우탄과 침팬지, 기이한 고릴라 등 경이로운 영장류의 절묘한 삽화는 모든 연령대의 독자들을 즐겁게 해줄 것이다.
레터프레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느껴지는 즐거움.
옮긴이의 말
먼 나라 말을 옮길 때 역자는 무슨 생각을 할까요? 출판사는 어떤 고민을 할까요? 말은 선처럼 깨끗하게 잘리지 않는데, 어떻게 우리 것으로 가지고 올까요?
역자의 중요한 역할은 작가의 의도를 꼼꼼히 살피는 거예요. 그리고 동시에 의미를 만드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요. 그러는 사이 말과 역자가 섞이게 됩니다. 서로 멀리 있는 말들을 데리고 온다면 더더욱요.
편집부와 함께 오래 고민한 건 “Opposites”의 의미예요. 보통 ’반대‘라고 번역되지요. 이 책은 반대를 암시하는 듯한 두 단어가 대치되며 진행돼요. 그래서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반대는 아주 조심스러운 개념이기 때문이에요.
반대에 대해 말할 때 반드시 헷갈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어른에게나 어린이에게나, 반대는 딱 떨어지는 개념이 아니니까요. 이분법을 가르치기 위해 이 책이 쓰여지지 않았다고 믿어요. “Old(나이 든)“와 “Young(젊은).” ”Sad(슬픈)”과 “Happy“(행복한)”. 사람과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단어들이어서, 정반대가 아닌 같은 선상에 놓기로 했어요. 슬픔과 행복이 언제나 건너편에 있는 건 아니니까요. 어떤 날은 행복하지만 동시에 조금 슬프기도 하고요. 나의 슬픔이 그의 행복과 닮았을 수도 있으니까요.
책에 쓰이지 않은 저자의 의도를 헤아리며 번역했어요. 이런 식으로 편견을 줄이는 단어들을 선택했습니다.
한번에 이해되지 않는다면 질문해주세요. 두 단어가 왜 멀게 느껴지는지. 그리고 어떤 단어들은 왜 비슷한 것 같은지. 스스로에게 묻고 친구와 선생님 그리고 주변 어른을 초대해 이야기 해보길 바라요. 질문 받은 사람들도 복잡해지면 좋겠어요. 저희는 이 책이 정답 말고 질문이 될 때 더 아름다워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분과 계속 이어가고 싶습니다. 책이 끝나도 계속되는 물음들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