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인문학’ 열풍을 일으킨 화제작
전래 동화에서 스피노자를
이솝 우화에서 공자를 읽다
“내 삶은 왜 이렇게 힘들까?” “세상은 왜 이리 복잡할까?” “나,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흔히 인문학은 ‘자기 성찰학’이라고 한다. 나와 세계는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그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는 어떤 삶을 추구해야 하는지를 성찰하는 공부라는 뜻에서다. 동화는 바로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우리가 가장 처음 만난 ‘인생 지도’이자 ‘인문학의 보물창고’다.
『철학자와 함께 읽는 동화』는 ‘동화 인문학’ 열풍을 일으킨 화제작이자 2020 세종도서 선정작인 『동화가 있는 철학 서재』의 개정판이다. 초판 발행 이후 이 책을 교재로 전국 고등학교에서 ‘동화 인문학’ 주제 강의 요청이 잇따랐던 만큼, 5년이 지난 오늘의 시점에서 MZ세대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을 일부 수정하고 동화 2편을 새롭게 추가했다.
저자인 이일야 전북불교대학 학장은 독자들과 ‘백설 공주’ ‘흥부와 놀부’ ‘요술 맷돌’ 등 추억 속 동화 30편을 다시 읽으며 그 속에 담긴 삶의 의미와 인문학적 가치를 찾아간다. 동화에는 어릴 때 미처 읽어내지 못한 인생의 지혜가 가득 담겨 있기 때문이다.
추억이 담긴 동화를 다시 읽으며
나의 마음과 우리의 관계를 성찰한다
그런데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듣고 읽어 온 동화를 우리는 정말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친 선비는 그 뒤로 어떻게 되었고, 여우는 왜 두루미에게 납작한 접시에 담긴 음식을 주었을까?
『철학자와 함께 읽는 동화』는 동화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들려주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하나하나 짚어보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단순히 권선징악, 인과응보의 가르침을 넘어 ‘현대사회’와 ‘철학’이라는 렌즈로 동화를 들여다본다. 전래 동화 ‘금도끼 은도끼’를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를 통해 해석함으로써 ‘존재론적 삶’을 제안하고, ‘흥부와 놀부’의 심리를 스피노자가 말한 ‘질투’의 정의에 비춰 해석하고, 이솝 우화 ‘개미와 베짱이’는 동양의 고전 『중용』에 담긴 ‘성실’의 가치로 읽어내는 식이다.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마음 읽기’에서는 행복, 사랑, 오만, 욕망, 질투, 공감 등의 키워드로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백설 공주’에서는 진정한 용서란 무엇인지 짚어보고, ‘흥부와 놀부’에서는 내 삶의 주인공이 되는 방법을 모색한다. 또 동화 ‘도깨비감투’를 읽고 우리가 쓰고 있는 ‘가면’은 무엇인지 고찰하고, ‘요술 맷돌’을 통해 독식은 곧 공멸에 이르는 길임을 깨닫는다.
2부 ‘관계 읽기’는 ‘나’에서 ‘우리’로 나아가는 관계를 동화에 비추어본다. ‘여우와 두루미’에서는 배려 없는 사랑은 곧 폭력임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는 대화와 소통의 중요성을 절실히 알게 된다. 이어 ‘피노키오’ ‘두 친구의 새끼줄’ ‘숨어 사는 박쥐’ ‘호랑이와 곶감’ 등의 동화에서 정직, 존중, 책임, 협동, 성실, 시비, 거짓말 등 인간관계에서 겪는 어려움을 풀어갈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아이들의 눈과 마음으로 쓴 동화는 자기 자신을 비추는 거울과 같다. 동화라는 거울에 나의 마음과 우리의 관계를 비추어보면 우리가 본래 갖추고 있던 어린아이와 같은 솔직함과 당당함을 회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