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체가 아이들을 안아주어야 할 때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행복지수가 낮고 자살률이 높다는 통계가 매년 기록을 갱신하며 발표되지만, 이를 접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이미 무감해진 듯하다. 소식을 들을 때마다 걱정 어린 한숨을 쉬고 답답해하면서도 어쩌면 이미 돌이키거나 바꿀 수 없는 것처럼,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짙다. 사회 변화에 대한 무력감이 아이들의 삶과 행복에 대한 변화의 의지마저 앗아가 버린 걸까? 아동ㆍ청소년의 자살은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이 말한 것처럼 ‘사회적 타살’에 해당된다. 이 사회는 아이들을 학대로, 정서적 폭력으로 끊임없이 위협을 가하며 자살로까지 내몰고 있는 것이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한” 것처럼 아이들의 행복할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서는 온 사회가 필요하다. 그 사회 어른들의 노력이.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이들의 성공에는 관심이 많아도 행복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어떠한 존재를 존중하고 행복하게 지켜주기 위해 우선되어야 할 것은 적극적인 관심과 이해다. 제대로 알지 못할 때 선입견과 편견이 시작된다. 저자는 “우리 사회는 아동ㆍ청소년에 대한 편견이 뿌리 깊지만 이를 바꾸려는 시도는 별로 하지 않는다. 어떤 대상에 대한 편견이 견고할수록 인권 침해도 크게 일어난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그것이 인권 침해라는 걸 모른다는 거다.”라고 지적하면서, 아이들이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가 곧 아이들의 환경이며, “편견이 강하면 편견이 환경이 되고, 존중이 강하면 존중이 환경이 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우리 사회 어른들에게 오늘날 아동ㆍ청소년이 살아가는 환경은 어떠한지 함께 생각해보고 같이 아파하자고 쓴 책이다.
20여 년간 아동ㆍ청소년과 함께해온 저자가
교육전문가로서 우리 사회의 어른들에게 던지는 질문,
“당신은 아이들에게 어떤 어른인가요?”
이 책은 아동·청소년 주변의 어른들과 나누고 싶은 얘기들을 주로 담고 있다. 아이들 주변 어른이라 하면 양육자, 교육자가 먼저 떠오르겠지만 모든 어른들이 아이들 주변 어른이다. 한 아이가 문제행동을 한다면 그것이 양육자만의 책임일까?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포장해 우리 사회 전체가 아이들에게 가하고 있는 압력이 분명 존재하고 우리 역시 사회의 구성원이기에 같이 책임이 있다.
아동 권리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 교육의 한 축이 아동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아는 것이라면, 이 책은 또 다른 축인 아동을 둘러싼 어른들이 아동을 바라보는 시각을 재정비하고 행동으로 드러날 수 있게 교육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더불어 유독 아동 인권에서 착각하고 있는 것들을 짚어본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지켜야 할 권리에 대해 알려주는 책은 많지만, 정작 그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하는 주변 어른들의 인식과 감수성을 점검할 수 있는 책은 극히 드물기에 더없이 반갑다. 누군가의 권리가 존중받는 문화는 당사자뿐 아니라 그 외 사람들의 인식과 감수성이 높아질 때 비로소 완성되는 법이다.
최근 아동학대 사망사건이나 영아 유기 사건 등이 많이 알려지면서 다행히도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고, 이에 함께 분노하며 가슴 아파하는 이들도 많다. 저자는 이러한 분위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기를 제안한다. “같은 시민으로서 연결되고 동행하고 다정하게 연대하는 시선이 많아지는 것, 그 시선이 곧 아동의 행복과 사회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것, 그것이 이 책의 이유다.”
결국, 같이 행복하자고 쓴 책이다.
영화 장면을 보면서 같이 울거나 분노하거나 웃어본 경험에서 다져진 시선이
우리 주변의 아이들을 바라보고 지켜주는 힘으로
영화에는 사람과 스토리가 있기에 자연스럽게 같이 아파하고, 같이 울고, 같이 분노하고, 같이 기뻐하게 된다. 영화는 인간 안에 들어있는 연민과 공감, 동일시와 자유의지를 끌어올리는 데 탁월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아동 권리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에 기대어 나눈다. 영화 속 장면들을 따라가다 보면 등장인물들에 공감하고 함께 아파하는 한편 ‘나는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영화 이야기로 들어가기에 앞서, 1장에서는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흔히 벌어지는, 아동ㆍ청소년에 대한 권리 침해에 대해 짚어주고, 2, 3, 4장에서는 영화 이야기와 사례를 곁들여 아동ㆍ청소년 권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1장에서는 현재 우리 사회 안에서 아동ㆍ청소년이 어떤 존재로 머물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인권을 왜 ‘감수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감수성은 다른 사람이 처해있는 환경, 상황, 감정을 살필 줄 아는 시각으로, 무심코 하는 어른들의 말과 행동, 생각이 아동의 권리를 침해하는 현실을 짚어주고 우리 사회에서 아동으로 살아가며 겪는 일, 감정, 아픔 등에 관심을 갖고 대하도록 안내한다.
2장에서는 놀 권리, 우정, 경쟁, 존중 등을 주제로, 아이들의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행복을 추구할 권리에 대해 살펴본다. 이미 익숙해져서 인권 침해인지조차 모르는 것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3장에서는 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보호권과 발달권을 중심으로 살펴보면서 이는 사회 전체가 동참해야 가능함을 강조한다.
4장에서는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보장하는 참여권에 대해 생각해본다. 또한 시선이 닿지 않는 아동으로까지 확장하는 것이 감수성의 완성이며, 이는 아동을 보호해야 할 존재를 넘어 연대하는 동행자로 인식할 때 가능함을 깨닫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