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으로 정식 서명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입니다. 이름이 너무 길어서 흔히 ‘직지’ 또는 ‘직지심체요절’이라고 부릅니다. 이 책은 1377년(우왕 3)에 청주의 흥덕사(興德寺)에서 금속활자로 찍어냈으며, 우리의 뛰어난 인쇄술을 온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귀중한 보물로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오늘은 학교 체험학습 날
전 세계 사람들도 좋아하는
케이-팝 노래를 부르며 도착했어요.
직지의 날 열리는 직지문화제
지루하면 어쩌죠?
심심한 건 싫어요, 하지만
체험장에서 재미있는 체험을 하고
요리조리 신기한 전시물도 둘러보니, 어느덧
절로 고개가 수그러지네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만난 직지심체요절,
지금까지 세계에 남아있는 금속활자 인쇄본 가운데
가장 오래된 책이래요.
한 글자 한 글자 깊은 뜻 새겨
널리 읽히고자 한 옛사람들의 마음,
우리는 1377년부터 직지를 보유한 나라
케이-문화 보유국입니다.
- 「직지 보유국」 전문
이 동시에서 화자는 학교 체험학습 날 ‘직지문화제’를 경험하고 나서 느낀 소회를 노래하고 잇습니다. “지루하면 어쩌죠?/심심한 건 싫어요”에서 보듯이, 화자는 직지문화제에 참가하는 것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나 “체험장에서 재미있는 체험을 하고” 직지가 “세계에 남아있는 금속활자 인쇄본 가운데/가장 오래된 책”이라는 걸 알고는 선조들의 지혜와 놀라운 솜씨에 생각이 바뀝니다. 즉, “우리는 1377년부터 직지를 보유한 나라/케이-문화 보유국”이라는 긍지를 갖게 됩니다.
직지가 태어난 흥덕사,
누가 고향 땅 청주를 떠나게 만들었을까?
직지를
형제와 헤어지게 만들고
직지를
이 손 저 손 떠돌게 만들고
끝내는 낯선 곳에서 돌아올 수 없게 만든 이
누구였을까?
고향이 어디인지 알면서도
끝내 돌아올 수 없게 만든 이
누구였을까?
- 이묘신, 「누구였을까?」 전문
반면에 이 동시는 그와 같이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인 ‘직지’가 고향 땅을 떠나 타국인 프랑스에 소장되어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직지를/이 손 저 손 떠돌게 만들고/끝내는 낯선 곳에서 돌아올 수 없게 만든 이”와 같은 화자의 진술은 오래전 직지를 해외로 유출한 사람은 물론 그와 같은 귀중한 유산을 지키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원망이 짙게 깔려 있습니다. 동시에 그동안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았던 우리 전통문화 및 유물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들 외에도 이 동시집에는 다양한 내용과 형식의 작품이 많이 실려있습니다. “소인이 놀러와/중심 잡고 잘 앉으면/동그란 의자//잘못해/뒤집어 앉으면//뾰/족//윽!/똥침”(「압정」)처럼 발상과 표현이 무척 기발하고 재미있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헤어졌던 가족 친구 다 만나고/그리웠던 고향 바다에서/실컷 헤엄치고//제돌아./다시는/그물에 걸리지 마라.”(「제돌이의 바다」)처럼 생태 및 동물권의 문제를 다룬 작품들도 있습니다. 따라서 그 어떤 동시집보다도 읽을거리가 풍성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전통문화의 소중함에 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