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낳는 순간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둘 중 하나다.
아이를 맡기고 직장을 다니거나, 전업주부가 되는 것이다.”
일도 하고 애도 보면 안 될까?
일과 육아엔 밸런스 게임이 없다
집에서 아이를 키우며 짬짬이 돈도 벌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일 아니면 육아, 아이를 갖는 순간 마주하는 첨예한 문제 앞에선 꿈같은 얘기로만 들린다. 여기 오전 9시에 하루 업무를 끝내며 전날의 수익 약 600만 원을 확인하는 사장님이 있다.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가족들과 제주도 한 달 살기를 연례행사로 갖고, 네 식구가 히말라야 트레킹, 유럽 캠핑 여행, 아이슬란드 오로라 구경도 자유롭게 다닌다. 더 놀라운 건 주변 엄마들의 재능을 발견하고, 힘들게 터득한 사업 비법을 공유해 일하고 싶은 여성의 자립을 돕는 선한 조력자를 자처한다는 사실이다.
인터넷 쇼핑몰 ‘용감한맘’의 설립자 이경미 씨의 이야기다. 브랜드 용감한맘은 인생 가장 기쁜 순간이 담긴 초음파 사진을 소중히 보관하는 앨범 개발에서 시작되었다. 단순하고도 신박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13년간 성공적으로 키워온 사업 이면에는 숱한 역경이 있었다. 이 책은 그 난관을 거쳐 온 이력을 담담하게 담아냈다. 문제와 답안지처럼 나란히 구성되어 물처럼 흐르는 쇼핑몰 창업 고군분투기는 마치 지은이의 초음파 사진 앨범처럼 단순 명료하면서도 미처 몰랐던 새롭고 놀라운 지혜를 담고 있다.
창업은 돈을 버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심지어 실패할지라도
스스로 덜렁대고 내향적인 성격이라 말하는 저자는 철저한 준비 없이, 오히려 황당할 정도로 무모했던 창업의 시작을 들려준다. 누구 하나 응원하는 사람도, 큰 자본이나 인맥도 없이 시작한 앨범 사업은 필연적으로 험난한 과정을 겪는다. 일찌감치 접었어야 할 사업을 기어이 이끌어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응원의 부재였다. 남편도, 친정어머니도 그를 응원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사랑하는 가족이기에, 뻔한 고생길을 무턱대고 지지할 수 없었던 것이다. 반면 저자 입장에서는 반대를 무릅쓴 만큼 쉽사리 포기할 수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 아들에게 괜찮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결국 사업 시작 아이템도, 사업을 이끌어나가는 지구력도 엄마라는 위치였기에 가능했다. 엄마가 됨으로서 사랑하는 일을 잃어야 했던 그에겐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두 아이를 키우며 쇼핑몰을 합니다》에는 눈물과 분노, 값비싼 학원비를 지불해가며 터득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창업 비법들이 촘촘히 담겨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건 관계 갈등 해결법이다. 가깝게는 남편과의 갈등에서 시작해,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사업 거래처와의 갈등, 그리고 직원들과의 갈등까지. 사업이 잘되어도, 잘되지 않아도 발생하게 마련인 사람 간의 현명한 갈등 대처법을 보여준다.
괜찮은 내가 먼저 되어야
아이도, 사업도 잘 큰다
‘업 앤 다운’ 창업 고군분투기를 담은 1부 ~ 4부 끝에 마지막 5부는 지은이가 도움을 준 이들의 사례로 구성되었다. 자칭 ‘비공식 무허가 창업 컨설턴트 용감한맘’의 조력을 받은 일곱 명의 이야기다. 승승장구의 기세로 나아가는 창업 본보기가 있는가 하면, 경제적 성공과는 다소 무관한 잔잔한 결말도 있다. 지은이는 “창업은 돈을 버는 것 이상의 의미”라고 말한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에서 가치를 찾는지 알아 가는 과정 자체에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아이와 가족을 우선에 두고 자신을 지운 채 살아가는 엄마들에게 ‘자율성’과 ‘유능함’의 감각을 일깨울 수 있는 경험은 ‘집 밖’에서 일어난다. 설사 수입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이러한 사회적 경험은 인생을 살아가는 와중에 발생하는 문제를 돌파해 낼 지혜와 무언가를 도전할 용기를 준다.
무엇보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쌓은 작은 성공의 경험들은 자존감을 형성한다.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인정해야 행복한 엄마, 어진 아내, 다정한 딸, 그리고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이쯤 되면 창업은 경제적 활동일뿐 아니라 자신을 지키는 하나의 수단이 되겠다. 《두 아이를 키우며 쇼핑몰을 합니다》에 실린 창업 비결은 곧 내 삶을 기획하고 경영하는 자기 계발로 이어진다.
육아 때문에 직장 생활을 포기해야만 했던 이, 집에서 아이도 키우면서 돈도 벌고 싶은 이, 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일도 하는데 무엇 하나 잘되지 않는 이, 자신의 희생으로 자아를 잃었다고 생각하는 이,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고 싶은 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 함께 조마조마해하며, 울고 웃으며 작가의 내공을 따라가다 보면 엄마라는 자부심을, 그리고 무언가를 시작할 결심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