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내 몸은 나의 것"에서 "몸이 곧 나"로 생각을 바꾸어준다.
저자의 윤리의식과 글쓰기 방법론이 돋보이는 역작이다.”
★★정희진 추천★★
사회의 아픔은 어떻게 우리 몸에 새겨지는가
김관욱 교수는 전작 『사람입니다, 고객님』에서 콜센터 근무자들의 몸에 일어나는 변화를 연구하며 사회 문제가 그들의 몸에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 파헤쳤다면, 이번 책에서는 범위를 넓혀 현대 사회에 일어나는 각종 문제들과 우리가 겪는 몸의 통증, 아픔의 관계를 광범위하게 다룬다. 그 몸들은 전쟁 이후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아이들이 걸리는 체념증후군, 커피와 설탕에 쉽게 중독되는 사람들, 폭력과 착취가 몸에 새겨지는 여러 사례들까지 시대나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하다.
전체적으로 총 4부로 이루어진 책의 1부에서는 몸을 ‘모르는’ 사회를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몸을 생리적·생물학적으로 보편적인 존재라고 이해하지만, 그것은 몸을 너무나 모르는 이야기라고 저자는 말한다. 몸은 문화에 따라 언제든 다르게 인식될 수 있고 그 맹점에 대해 의사였던 본인의 경험담을 기반으로 정확하게 짚어준다. 2부에서는 카페인, 설탕, 니코틴 등 여러 화학물질로 몸을 ‘증강시킨’ 현대 사회에 대해 이야기한다. 슈퍼인간이 되기를 희망하는 인류의 욕망은 온갖 약물과 물질의 발명으로 본래 몸이 지닌 한계를 변화시켜 왔다. 그 과정에서 피로와 배고픔, 그리고 고통을 잊어야만 하는 존재로 변형되어 온 현실을 보여줄 것이다. 3부에서는 반대로 몸이 ‘변혁시킨’ 사회를 다룬다. 인류의 역사가 무지와 욕망 속에 몸에 폭력을 가하는 동안 몸은 그 스스로 생존의 길을 선택한다. 폭력에 짓밟히면서도 몸은 우리의 이성이 이해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제시한다. 끝으로 4부는 몸에 ‘거주하는’ 사회로, 그동안 인류학자로서 목격하며 배운 몸의 근간에 대해 말한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타인에게 보여지고, 관계 맺고, 살아내고 있는 몸은 항상 자세이자, 공간이며, 시간이다. 결국 우리 몸은 저마다 곧 한편의 드라마이며, 드라마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살아내고, 말하고, 저항하는’ 몸들의 인류학
저자인 김관욱 교수는 병원 밖으로 나와 인류학자로서 현장 연구를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아픈 몸을 만났다. 그 과정에서 “내 몸은 나의 것인가? 나는 내 몸을 얼마만큼 소유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질문에 부딪혔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꼭 인류학자가 아니라도 우리는 주변에서 다양한 몸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아파도 애써 담담한 척하는 몸, 숨이 차올라도 별일 아닌 듯 다음 배송지로 이동하는 몸, 온갖 가시 돋친 답변들에도 웃으면서 전화를 끊지 않는 몸. 그 몸들은 미세한 눈가의 떨림으로, 숨도 쉬기 버거운 몸놀림으로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 이 책은 수없이 많은 몸들이 ‘살아내고, 말하고, 저항하는’ 울림들을 기록한 것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조금만 몸을 기울여 다가가면 일상은 온통 아픈 몸들의 소리 없는 반향으로 가득 차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우리는 어쩌면 타인의 몸에 대해서도, 자신의 몸도 너무나 모르고 있지 않을까. 이 책을 통해 한 명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주변의 몸들에게 귀 기울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저자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