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차고 솔직한 어린이의
엉뚱하고 천진한 호기심을 그리다
시와 동시를 오가며 참신한 발상으로 개성 있는 작품 세계를 보여 주는 문성해 시인이 세 번째 동시집 『이불에게도 이불이 필요해』를 펴냈다. 동시 58편에는 발랄하고 때론 당돌하며 솔직한 아이의 시선과 목소리가 들어 있다. 시인은 엉뚱하고 천진한 호기심으로 지금 여기 아이들의 생활 모습을 친근하고 재미있으면서도 구체적인 시적 언어로 표현한다. 재치와 유머 감각이 묻어나면서, 평범한 일상의 이면까지 구석구석 가닿는 시선으로 읽는 이에게 일상의 흘러가는 순간을 소중하고 각별하게 여기도록 하는 힘을 준다.
무한한 상상력을 펼치며
해방감을 선사하는 동시집
작품 속 어린이, 그리고 문성해 시인에게 ‘세상은 모르는 일투성이’다.『이불에게도 이불이 필요해』 속 어린이들은 궁금한 것에 계속 질문을 던지며 무한한 상상으로 미지의 세계를 채운다. 지금 쪼그라들고 힘없는 할머니는 어린이의 상상 속에서 바닷속을 겁도 없이 뛰어들던 물개가 된다.
우리 할머니는 해녀였대요/지금은 새우처럼 등이 꼬부라져/땅 위도 걷기 힘들지만/옛날에는 물개처럼 바닷속을 휘젓고 다녔대요//나는 할머니 집에 가면/벽장 속을 뒤져요/물개 닮은 잠수복이 어디에 있나 하고요/주무시는 할머니 손발도 살펴보아요/혹시 지느러미가 남아 있나 하고요
_「물개 할머니」 부분
엄마 몰래 옷장 속에 동글동글한 똥을 싸는 염소를 키우고(「나의 염소」), 짜장면을 온 동네에 길게 늘어뜨려 길이를 재 보기도 하고(「짜장면을 즐기는 방법」), 모자 속에서 노래를 꺼내어 흥얼거리는(「내 모자」) 등 어린이의 발랄한 상상은 멈출 줄을 모른다. 어린이의 생활 모습을 충실하게 재현해 내면서도 상상을 넘나드는 시들이 읽는 이에게 현실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하는 해방감을 선사한다.
기발한 생각과 사려 깊은 마음을 오가며
어린이는 성장한다
문성해 시인은 엉뚱하고 발랄한 어린이의 모습뿐 아니라, 때로는 미약한 존재의 마음을 살피며 진지한 생각에 잠기는 어린이의 모습 또한 포착한다. 서시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과 수미쌍관을 이루는 「내가 고양이로 태어나지 않는다면-백만 번 태어난 고양이」는 ‘나’의 세계를 밝혀 주는 ‘너’의 존재를 찬탄하고, ‘너’의 부재를 염려하는 지극한 사랑이 담겼다(김유진 해설,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열쇠」). 시인이 그려 낸 사려 깊은 어린이는 컴컴한 신발장 속에서 외로운 시간을 견디는 우산의 마음을 생각하고(「우산 소리」), 부모님이 야근을 해서 혼자 라면을 끓여 먹는 추운 저녁에 침대 위의 이불도 추워 보여 이불에게 이불을 덮어 준다(「이불에게도 이불이 필요해」).
오늘은 반달이 떴어요/얼마 전 보름달이었던 달은/언제 또 반달이 되었을까요?//보름달이 반달이 되는 동안//잠자리는 모두 사라지고/코스모스는 피어났지요//엄마는 회사를 옮기고/동생은 앞니가 빠지고//나는 조금 더 자라/선반 위의 가방을 내리게 되었어요.
_「보름달이 반달이 되는 동안」 전문
엉뚱하고 기발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작품 속 어린이는 거인이 되었다가, 화단에 심긴 꽃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도 하면서 성장한다. 문성해 시인이 그리는 성장의 모습은 조금 더 자라 선반 위의 가방을 내리게 되는 것처럼 자분자분하다. 그 속에서 길어 올리는 기운찬 생명력이 『이불에게도 이불이 필요해』를 읽는 독자에게 기분 좋은 노래처럼 가닿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