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의 역사를 바라보는 신선하고 기발한 방법
영어가 세계어가 된 것은 오랜 역사 속에서 주변의 모든 언어적 영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기 때문이다. 당연히 얽히고설킨 내력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온갖 사연과 반전, 전통과 풍속, 사회 변화와 발전, 개인적 기쁨과 슬픔이 영어의 풍경을 바꾸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영어의 풍경이란 무엇일까? 언어를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 단어가 아닐까? 영어의 역사는 워낙 방대해서 대충 훑어보기만 하려고 해도 기가 질리고 만다. 하지만 단어라면 어떨까? 단어 하나가 변해온 과정을 살피는 것 정도라면 큰맘 먹지 않아도, 사전 지식이 없어도, 시간이 없어도 가능하지 않을까? 더욱이 해박하고 친절하고 멋진 유머까지 갖춘 선생님이 차근차근 설명까지 해준다면 얼마든지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한입 크기로 맛볼 수 있는 단어들의 기막힌 이야기!
최초의 영어 단어는 무엇일까? What, egg, money, music 중 가장 먼저 생긴 단어는? OK는사람 이름이었나? 20세기를 대표하는 단어로 선정된 말은 무엇일까? 비행기에서 내렸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수하물이 나오지 않을 때의 고통을 가리키는 단어가 따로 있다면? 인터넷은 영어를 어떻게 바꾸었을까? 100개의 단어 이야기는 가볍고 위트 있게 쓰여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지만, 각 단어가 거쳐온 길은 놀랍고, 풍성하고, 엉뚱하고, 뜻밖이다. 한입씩 먹다보면 어느새 배가 부른 지적 향연이 펼쳐지는 것이다.
해박한 영어학자 할아버지의 시치미
데이비드 크리스털은 현존하는 최고의 영어학자다. 『케임브리지 언어백과사전』, 『케임브리지 영어백과사전』을 편집했으니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대중을 상대로 한 칼럼과 방송으로도 인기가 높은데 그 비결은 바로 위트다.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던지는 말을 가만히 곱씹다 보면 ‘아하!’하고 빙그레 미소짓게 만드는, 요란하지 않고 점잖지만 여운이 오래 남는 위트를 구사한다. 이 책을 읽을 때 각 장마다 마지막 문단을 주목하시길. 턱수염을 텁수룩하게 기르고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채 안경 너머로 장난기 어린 눈을 반짝이는 할아버지 영어학자가 저절로 떠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