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출판인 그레고리 셰퍼드는 “우리는 대공황 덕분에 엘리자베스 생크세이 홀딩이라는 미스터리 작가를 만나게 됐으며” “홀딩은 여성 심리 서스펜스 장르 전체를 개척한 선구자로서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나 루스 렌들 같은 작가들은 그녀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실제로 홀딩은 1929년 대공황이 닥치기 전까지 본격문학 작가로서 6편의 장편소설을 썼으나 이후 출판 시장이 타격을 입으면서 미스터리 소설로 방향을 틀었다.
홀딩의 작풍은 황금기 추리소설의 주요한 흐름인 ‘후더닛’(누가 범인인지)이 아니라 ‘와이더닛’(왜 범인인지)을 묻는 것으로서, 인물들의 심리와 그 흐름을 추적하는 서스펜스가 주요 특징이었다. 그녀의 소설에서 우리는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미스터리의 기초는 ‘왜’ 그랬냐는 것이어서 범인을 안다고 해도 미스터리는 전혀 해소되지 않는다. 또한 홀딩의 소설은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누아르에 가까운 어두움을 내포하고 있다. 살인과 광기는 꿈틀거리면서 숨어 있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두려움, 불안, 죄책감, 불만, 오해, 심지어 순수한 이타심까지 그 어떤 것이든 충분한 개연성을 가진 그들의 행동 동인이 된다. 그리고 그 속에 갈등이 존재한다. 레이먼드 챈들러가 극찬한 것처럼 홀딩은 등장인물 설정과 묘사에서 최고의 능력을 발휘한 작가였기에 우리는 너무나 현실적이고 생동감 있는 그 인물들을 동정하고, 미워하고, 그러면서 그들에게 빠져들게 된다.
〈나는 너의 죽음을 기원한다〉는 두 쌍의 부부를 통해 평범한 사람이 자신의 내면에 숨어 있는 악을 발견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훌륭하게 탐구한다. 그리고 허우대 멀쩡하고 사람 좋다는 평가가 자자한 주인공 델란시를 통해 그 내면의 악이 일상의 스트레스 속에서 그의 나약함을 어떻게 잠식하는지를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여기에 기폭제로 등장하는 젊은 여성은 관능적이거나 성적인 매력과는 거리가 먼, 우울하고 몽환적이면서 보통 사람들의 시선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이다. 좋아할 수 없을 것 같은 이 캐릭터를 계속 읽고 싶게 만들고 이를 끝까지 끌고 가는 지점에서 독자는 홀딩의 소설이 지닌 힘을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