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튜디오 지브리》, 《드래곤볼》, 《나루토》, 《원피스》……
어린 시절 추억 속 원더랜드를 소환하다
《드래곤볼》, 《나루토》, 《원피스》 등 세계로 뻗어나가는 일본 애니메이션은 모두에게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90년대 중후반부터 일본 만화가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며, 학교 앞 도서 대여점 등을 통해 중고등학생을 중심으로 전 세대에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TV 공중파 채널과 케이블 채널 투니버스 등에서 이 만화들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까지 방영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애니메이션의 세계에 푹 빠진 채 매일 TV 앞에 앉아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던 추억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이들은 이른바 ‘투니버스 세대’라고 불린다. 더불어 일명 ‘원나블(《원피스》, 《나루토》, 《블리치》)’은 일본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은 열성 팬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잘 아는 작품들이 되었다. 모두가 어린 시절에는 한 번쯤 애니메이션 세계에 가본 적이 있다. 추억의 원더랜드를 소환하는 이 책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신비한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일본은 어린이를 위한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어른을 위해서도 실험적이며 때로는 공격적인 다양한 미학을 통해 훌륭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 오토모 가쓰히로 감독의 《아키라》부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에 이르기까지 독창적인 작품들이 연이어 만들어졌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명작들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국내에서도 개봉 당시 각각 약 200만, 300만 관객이라는 성적을 내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작품들은 전 세계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가 인정받을 수 있도록 이끈 전환점이 되었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를 사로잡은 일본 애니메이션은 어떻게 발전해 왔을까? 모두가 아는 유명한 작품부터 마니아들만 아는 숨겨진 명작까지, 단 한 권의 책으로 모았다.
▲ 현실을 비추는 거울 반대편의 세계,
세 가지 시선으로 한눈에 살펴보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계보
애니메이션은 실사 영화의 한계를 뛰어넘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 데 엮고 상상력을 통해 우리가 알던 모든 것을 무너뜨린다. 눈으로 보는 즐거움을 주면서도 현실에 있는 여러 계층의 이야기를 다루는 인간 경험의 실험실이자 영혼의 만화경이다. 시적인 연출과 화려한 그래픽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회의 결함을 포착하고 보이지 않는 감정을 구체화한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와 같이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비롯한 암울한 미래를 그리는 디스토피아 아포칼립스 장르부터 미야자키 하야오가 그려내는 경이로운 환상의 세계, 그리고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과 그로부터 영감을 얻은 이들이 현실에 가까이 다가가 포착하는 사실주의에 이르기까지 일본 애니메이션의 창의성은 한계가 없다. 이 책은 셀 수 없이 많은 장르로 나누어진 일본 애니메이션을 세 가지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이를 통해 일본 애니메이션의 계보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유독 디스토피아 아포칼립스 작품이 많은 것은 일본의 역사를 생각하면 별로 놀랍지 않다. 지진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일본은 원전 폭발까지 겪었다. 언제든 문명을 파괴할 수 있는 재앙의 존재를 너무나도 잘 아는 것이다. 그렇기에 과학기술의 발전을 경계하고 아름다운 지구를 지켜내야만 한다고 말하는 작품들도 많다. 이 작품들은 답답한 현실의 벽을 깨뜨리는 무한한 상상력을 통해 생명력으로 꿈틀대는 숲과 푸른 하늘에 마법의 힘을 불어넣어 거울 반대편의 세계로 떠나게 만든다. 이 환상의 세계는 사회, 정치, 환경에 얽힌 갈등을 더욱 잘 들여다볼 수 있는 원더랜드다. 현실을 비추는 일본 애니메이션은 주인공의 일상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우리를 끌어당기기도 한다. 가정에서부터 직장과 학교에 이르기까지 섬세하게 인간의 희비극을 그려낸 사실주의 작품들은 펜 한 자루로 도시의 혼잡, 가족으로부터 버려진 고통, 사랑의 상처를 포착한다. 다양한 우연과 비극이 공존하는 일상을 관찰하며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아를 성찰할 수 있도록 한다. 이렇듯 감정의 흐름에 따르면서도 현실을 성찰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풍부한 주제, 이야기의 힘, 다채로운 미학을 살펴보며 그 드넓은 세계를 여행해 보자.
▲ 미야자키 하야오, 다카하타 이사오, 신카이 마코토 등
세계적인 거장의 손끝에서 탄생한 작품들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자!
이 책은 미야자키 하야오, 다카하타 이사오, 오토모 가쓰히로, 오시이 마모루, 신카이 마코토 등 세계적인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들의 다양한 작품을 세 가지 시선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이들의 이름 또한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이 감독들은 각자 추구하는 작품성이 뚜렷한 편이다. 예를 들어 미야자키 하야오는 자연을 추구하며 현실에서 벗어난 세계의 이야기를 주로 만들고, 다카하타 이사오는 반대로 아주 현실적인 묘사와 함께 사회의 이야기를 다룬다. 하지만 두 감독 모두 전쟁을 겪은 세대라 전쟁을 반대한다는 의견만은 같다. 이후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의 감독들은 조금 더 현대적이고 개인적인 감정을 다루거나 아예 미래에 벌어질지도 모르는 새로운 종류의 전쟁을 다루기도 한다. 그들이 몸담은 스튜디오의 역사나 작품성에 큰 영향을 주는 음악과 같은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일본 애니메이션의 세계를 더욱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풍부한 정보를 모두 담았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교에서 영화학을 가르치는 저자 나탈리 비팅거는 주로 아시아 영화를 연구한다. 우리나라에 ‘투니버스 세대’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클럽 도로시 세대’가 있다. 그들에게 만화는 신문에 연재되는 카툰이 더 익숙했으며, 아이들은 말하는 동물이 나오고 파스텔 톤 색감으로 가득한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랐다. 팬데믹 시기 동안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작품을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일본 애니메이션은 클럽 도로시 세대를 파고들었다. 하지만《북두의 권》과 같은 작품을 처음 접한 어른들은 폭력적인 포르노그래피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모든 주제를 아우르는 예술로서의 창의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문화의 차이와 함께 서양 문화권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이 어떻게 받아들여져 왔는지 알아보자. 애니메이션을 하나의 예술적 장르로서 깊이 있는 시각으로 바라보기 위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