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진짜 악당인가?
빌런이 차고 넘치는 시대에 던지는 네 가지 질문.
문해력 향상에 맞춤한 텍스트이자 논술 필독서.
사이렌이 그치지 않는 길에 표지판이 될 소설.
빌런의 시대에 길을 묻는 소설
빌런이라는 단어는 이미 일상 용어가 되었다. 도처에 수시로 빌런이 출몰하고 활개 친다. 학교도 가정도 빌런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뉴스, SNS, 커뮤니티, 각종 댓글, 뒷담화는 어떤가. 자극적인 이야깃거리로 한바탕 떠들썩한 이벤트가 연일 벌어진다. 대체 우리는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가. 지금 이곳에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이란 어떤 존재인가. 내 곁에서 미소 짓는 이들이라고 마음 놓고 믿을 수 있을까?
이 소설집은 빌런이라는 키워드를 손전등 삼아 청소년들을 둘러싼 세계를 유니크한 발상과 방법으로 탐색한다. 절친이라고 믿거나 믿고 싶었던 세 친구 사이의 시기와 질투, 배신부터 기획사의 농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아이돌 멤버가 절망의 끝에서 만난 미녀와 괴수, 천진한 천재의 기발하지만 황당한 발명으로 벌어지는 해프닝, 죄의식 없는 성범죄를 돈으로 무마하려는 시도에 일격을 가하는 이야기까지.
각각의 소설은 단답형으로 말할 수 없는 질문을 품고 있다. ‘누가 진짜 빌런인가?’ ‘복수할래, 죽을래, 우리랑 일할래?’ ‘나쁜 사람과 착한 사람의 차이는 뭔가요?’ ‘돈으로 진실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네 편의 소설은 인생이라는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에 놓인 표지판과 같다. 청소년 문해력을 기르기에 맞춤한 텍스트이고, 논술 주제로도 손색없다.
첫 번째 질문: 누가 진짜 빌런인가?
소향 작가의 〈당신중 진짜 빌런〉은 짧은 소설임에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세 친구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단연 유니크한 구성으로 극적 효과를 극대화했다. 스토리를 시간 순서대로 서술하지 않고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 각각의 이야기로 잘라 재배치했다. 각기 다른 1인칭 화자들은 저마다 자기를 방어하며 사실과 거짓이 교묘히 섞인 진술을 한다. 독자는 모든 관계자의 진술서 혹은 녹취록을 읽고 사건의 퍼즐을 맞추듯 진실을 찾아 나가야 한다. 이러한 읽기는 몰입감을 선사하며 지적, 정서적 만족감을 준다. 그리고 마지막엔 질문이 남는다. 당신들 중에 진짜 빌런은 누구인가?
두 번째 질문: 복수할래, 죽을래, 우리랑 일할래?
박애진 작가의 〈미녀와 우주 괴수〉는 기획사의 농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아이돌 멤버가 절망 끝에서 미녀와 괴수를 만나는 이야기다. 그에게 미녀가 세 가지 길을 제시한다. 복수는 상대를 파괴하는 것인데, 그로 인해 결국엔 자기마저 파괴되는 길일 터. 죽음을 택한다면 두말할 것 없이 자기 파괴로 끝난다. 함께 일한다는 것은 비루하더라도 일상을 회복하고 살아가는 길이다. 이 제안과 선택은 삶에 대한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 삶을 파괴할 것인가, 자기의 인생을 살 것인가? 이 작품은 빌런 개인을 저격하는 대신 그 너머의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세 번째 질문: 나쁜 사람과 착한 사람의 차이는 뭔가요?
김이환 작가의 〈매드 사이언티스트 김서윤〉은 천진한 천재의 기발하지만 황당한 발명으로 벌어지는 해프닝을 작가 특유의 무심한 투로 이야기한다. 빌런은 악당, 곧 나쁜 사람이다. 그렇다면 나쁜 사람과 착한 사람은 어떻게 나뉘는가? 영화 〈스파이더맨〉의 ‘닥터 옥토퍼스’처럼 매드 사이언티스트는 원래 흉악한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인류를 위해 자기 능력을 발휘하려고 필생의 발명을 했지만, 자기의 발명품에 지배당하며 빌런이 되었다. 이 작품은 발명품에 집착하는 천재 외골수는 어떻게 해서 악당이 되는지, 그 위험에 빠지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나아가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나지막이 묻는다.
네 번째 질문: 돈으로 진실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정명섭 작가의 〈4월 24일〉은 실제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을 모티프로 하지만, 사건 자체보다 자녀의 범죄를 돈으로 덮으려는 어른들의 만행에 일격을 가하는 데에 초점을 두었다. 탐정소설의 문법으로 사건의 실체를 밝히며 윤리 의식이 무너진 세태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한국은 물질적 풍요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 사회라는 지적이 있다. 돈이 최고고 돈이면 다 된다는 물신 숭배 경향도 있다고 한다. 이런 사회 풍조에 작가는 돈으로 아무리 덮어도 진실은 진실 그대로 남는다고 일침을 가한다. 이 작품은 죄의식 없는 범죄에 대해, 돈에 대해, 가치에 대해 생각할 계기를 준다.
문해력과 사유의 힘
《빌런은 바로 너》에 실린 네 편의 작품은 각각 묵직한 질문을 품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은 어떠한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돌아보게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세상 앞에서 청소년들이 이 작품들을 읽으며 인생길을 헤쳐갈 문해력과 사유의 힘을 기르기를 바란다.
우주나무 청소년문학은 사려 깊은 삶의 지도를 그리는 데 실마리가 되려는 청춘의 문학입니다. 크고 강해서 사나워 보이나 순한 초식의 코뿔소처럼, 요동치는 마음에 공감과 위안, 버팀목이 되고, 열정 어린 눈에 즐거움과 기쁨을 더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