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환, 마마보다 무섭다던 비디오나 몰래 보던 세대는 애교였다.
음란 동영상을 순식간에 제작하는 세대의 성교육은 중대한 사회적 과제다.
세상 모든 물상들의 결합 방식을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겠지만, 대개 물리적 결합이 화학적 결합만 못하고, 화학적 결합은 정신적 결합만 못하다는 것은 공통의 법칙이 아닐까 싶다.
물리적 결합은 대개 두 가지 물질을 붙어 있게는 해도 하나로 만들지는 못하고, 화학적 결합은 두 가지 물질을 하나로 만들기는 해도 그때 만들어진 물질의 성질이 과연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되느냐는 미지수이다. 그런데 정신적 결합은 다르다. 정신적 결합은 없음에서도 있음을 만들어 내고, 안 되는 것도 되게 만드는 묘한 재주가 있다. 그래서 긍정의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불가능 속에서도 가능을 꿈꾸고 실현시키는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세상 모든 결합 중에서 가장 존귀한 결합이 있다면 바로 성(性)의 결합이고, 성의 결합은 정(情)의 결합이 선행해야 비로소 가능하다. 이 극도로 존귀한 결합을 나타내는 성(性)에도 가장 맨 앞에 심(忄)이 먼저 붙어 있다. 성의 결합 역시 오롯이 마음의 결합인 것이다.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음란 비디오 영상을 보던 과거의 세대는 그래도 비디오 테이프라는 물리적ㆍ화학적 대상만 차단하면 어느 정도 교육적 계도를 할 수 있었으니 비교적 양육이 수월했던 세대라고 할 것이다. 밖에서 우리의 정(情)을 자극해 잘못된 성(性)으로 이끄는 대상들은 그나마 다루기가 덜 어려웠다. 그런데 이제 대놓고 인간의 머릿속 상상을 그 어떤 촬영자도 편집자도, 유통업자도 없이 그냥 바로 영상으로 구현해 내는 놈이 나왔다. 이석원, 김민영 저자의 표현대로 ‘끝판왕’의 출현이다.
챗GPT의 거대하고 잠재적인 폭발력은 핵무기급이다. 오펜하이머가 뉴멕시코주 변두리에서 핵 개발을 했을 때, 그것이 인류를 이토록 공포에 몰아넣을 줄 알았을까? 챗GPT는 다수의 전문가들과 일반인들에게 쓸데없는 잡일을 줄여주는 충실한 비서, 혹은 조교의 역할을 하겠지만, 그 예리한 칼의 칼자루를 온전한 힘과 분별력으로 단단히 쥐고 사용할 수 없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마치 스스로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당기는 방아쇠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처럼 위태로운 상황에서, 꼭 나와야 할 때에 꼭 필요한 형태로 나온 책이 바로 《챗GPT 성교육》이다. 이 책을 통해 칼날 끝에 서 있는 대한민국 아이들의 성교육에 새로운 방향점이 제시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