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회귀의 부활
: 삶이 영원히 되풀이되더라도 지금처럼 살 것인가?
니체의 매혹은 그의 철학이 시적 언어로 담겨서만도 아니고, 그의 삶이 고독과 광기로 이어져서만도 아니다. 저자는 주권자로서 우리의 삶을 창조적으로 열어가라는 그의 권고가 장엄한 우주론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이야말로 니체의 매혹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영원회귀 우주론을 이해할 때 삶과 세상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니체가 바람직한 인간상으로 제시한 ‘극복인’이나 ‘주권적 개인’도 이러한 우주론에 근거하고 있다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이러한 해석은 이 책을 다른 니체 관련 저작들 가운데서 독창성을 부여하는 요소이다.
영원회귀, 곧 ‘같은 것의 영원한 회귀’는 인간적 관점에 한해서는 허무주의를 낳지만 우주적 관점에서는 ‘생성의 영원한 회귀’이다. 저자는 니체에게 같은 것의 회귀는 단순한 반복의 문제가 아니라, ‘죽은 채로 사는 삶을 되풀이하겠느냐’는 물음을 통해 그런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는 ‘충격 요법’이라고 말한다. 모든 것이 생성이고 영원히 회귀한다면 그만큼 삶의 모든 순간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현대 우주과학의 최첨단 가설들이 영원회귀의 철학적 사유와 친화적이라며, 그에 따라 ‘모든 것이 영원히 되돌아오더라도 너는 생을 사랑할 것인가’라는 철학적 물음은 한층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된다면서 니체의 현재성을 부여한다.
니체가 “휘몰아치며 밀려드는 힘들의 바다”로 표현한 힘에의 의지는 생성의 세계이며 우주라고 할 수 있다. 삶을 긍정하고 힘에의 의지가 충만할 때 영원회귀는 하나의 놀이이자 축복이 될 것이다. 누구나 죽음을 대단하게 받아들이지만 “죽음은 아직도 축제가 되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하는 니체에게 죽음마저도 아름다운 축제가 될 수 있는 근거는 영원회귀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한편 저자는 영원회귀 우주론에서 제시한 ‘삶의 부활론’이 현대 우주과학의 성과와 맞물려 그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논의되기를 희망한다.
주권자의 철학
: 니체를 혁명적으로 읽는다는 것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니체 철학 읽기의 또 하나의 독창성은 ‘주권적 개인들이 창조적 삶’을 강조한 부분이다. 이를 사회철학과 실천론으로 담아내며 마르크스와 니체의 만남을 주선한다. 저자는 니체 철학은 마르크스가 깊숙이 들여다보지 못한 주권자의 심층을 다루었지만, 마르크스가 폭넓게 파헤친 자본의 이윤 추구와 그 문제점은 지나쳤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니체가 주권자 개개인의 창조적 삶으로서 자기 입법의 과제에 주목했고, 마르크스는 주권적 개인의 자기실현 조건으로서 자본주의 극복의 과제에 주목했다고 간추리고 있다.
이런 차이를 전제하면서도 이들의 공통점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민중 스스로의 통치가 마르크스에게는 ‘노동계급의 해방’으로, 니체에게는 ‘주권자의 자기 입법’으로 표현되고 있을 뿐 두 철학자의 지향점은 같다는 것이다. 특히 니체가 “유럽의 노동인들은 하나의 계급으로서 자신들의 상태를 인간이 참을 수 없는 것으로 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탈인간적인 톱니바퀴와 메커니즘으로 인해, 노동인의 ‘비인격화’로 인해, ‘노동 분업’이라는 잘못된 경제학으로 인해 삶은 병이 든다”고 주장할 때 니체와 마르크스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 보인다는 점도 제시하고 있다.
저자가 이 부분을 강조하는 이유는 근대 자본주의적 민주주의를 서로 다른 지평에서 비판한 니체와 마르크스의 철학에서 새로운 사회의 전제 조건을 되새겨보기 위함이다. 니체가 비루한 삶을 양산한다고 비판한 19세기 유럽의 민주주의는 마르크스에겐 탐욕스러운 식성으로 무한정 몸집을 불리는 자본주의였다. 순종적 노예도덕을 종말인으로 질타한 니체 이후, 그가 경멸한 ‘비루한 사람’들의 삶은 20세기 내내 지구촌으로 빠르게 퍼졌으며 21세기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민주주의와 함께 확산되고 있는 ‘고귀한 충동’은 사람의 고귀함과 고귀한 삶을 구현하려는 주권자의 창조적 의지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며 니체의 희망이 담긴 글을 남겨두었다.
“진정, 이 대지는 치유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 이미 대지 주변에는 새로운 내음, 건강에 좋은 내음이 감돌고 있다. 거기에다 새로운 희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