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의 웰에이징과 웰다잉』은 고령화 사회에서의 좋은 삶의 마무리, 그리고 좋은 죽음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시간적 간격을 두고 공통된 사회문제를 겪어 나가는 한국과 일본의 학자들이 협력하여 연구함으로써 상호 보완과 객관화를 통해 문명사적인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웰에이징(Well-Aging)과 웰다잉(Well-Dying)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한다. 초고령화는 궁극적으로 인간이 어떻게 더 나은 삶을 살고, 어떻게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이다.
이 책은 특히 일본의 초고령 사회 경험을 반영하여, 한국 사회에 필요한 대응 방안을 제시한다. 한국 사회의 초고령화 사회로의 전개는 초고속의 고령화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이 맞물리면서 나타난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해진다. 이 사안을 철학, 사회, 종교 등의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점은 이 책의 특징 중 하나이다.
제1부는 웰에이징에 대해 주로 논의한다. 「가이바라 에키켄의 시각에서 본 웰에이징」 (사사키 슌스케)은 일본 전통 사상에서의 웰에이징을 소개한다. 에도 시대의 학자 가이바라 에키켄의 철학을 중심으로 웰에이징에 대한 일본 전통 사상을 소개한다. 에키켄은 늙어감이란 단지 생리적 노화가 아니라, 정신적인 성숙과 내적 평화를 추구하는 과정으로 보고 노년의 즐거움과 기쁨을 사회적 차원에서 함께 나누는 것이 웰에이징의 본질이라 주장한다.
「웰에이징 프로그램 개발」(강선경)은 한국의 웰에이징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이론적 근거와 사례들을 탐구하고, 웰에이징 프로그램이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과, 특히 노년기의 영성적 측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 제도적으로는 노인들의 자아 통합과 행복한 노년기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심리적 지원 체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커뮤니티와의 연결로 늙음을 빛나게」(도미자와 기미코)는 초고령사회에서 노년기의 가치를 공동체 내에서 재발견하자고 제안하며, 초고령자가 단순히 복지의 대상이 아니라 축제, 문화, 농수산업 등의 분야에서 숙련된 주체로 활약할 수 있는 문화적 자본이라는 관점을 제시한다. 이 글은 일본의 아마미 군도의 사례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노년층이 주도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하며, 노인들의 사회적 역할이 개인과 공동체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초고령사회에서의 웰에이징에 대한 철학상담적 고찰」(홍경자)은 철학 상담을 통해 노인에 대한 혐오와 편견을 극복하고, 웰에이징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공한다. 저자는 노인 혐오는 죽음에 대한 인간의 불안과 두려움이 투사된 결과라고 보며, 철학 상담은 늙음에 대한 새로운 세계관을 형성하여 노화 과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고, 사회적인 편견을 극복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을 제시한다.
「낯선 나를 만나다 - 모리사키 가즈에의 노년기 삶과 사상」(가타오카 류)은 일본 시인 모리사키 가즈에를 통해 노년기 삶의 의미를 탐구한다. 모리사키는 조선에서 태어나고 자란 경험을 바탕으로 잃어버린 ‘고향’을 정신적 원천으로 여겼으며, 그녀의 삶을 통해 생명의 끊임없는 순환과 재생을 은유적으로 묘사한다. 생명의 에로스와 카이로스는 그녀의 노년기를 대표하는 키워드이며, 매일 ‘낯선 나’를 만나고 새롭게 발견하기를 제안한다. ‘낯선 나’는 “매일 죽고, 매일 살아나는” 생명의 에로스와 카이로스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생명은 끊임없이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는 여정임을 강조한다.
제2부는 웰다잉(Well-Dying) 문제에 집중한다. 「죽음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김용해)는 죽음이 단순한 끝이 아니라 존재의 본질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라고 전제한다. 데스먼드의 사이론적 존재론에 따르면 죽음은 존재의 ‘자기 되어감(selving)’의 완성 과정이며, 더 큰 존재 공동체로의 환원이다. 죽음이 개별적 자아의 완성임과 동시에 더 큰 자아로의 탄생이라는 철학적 해석을 통해 죽음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제공한다. 이 연구는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죽음을 통해 더 넓은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철학적 탐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임종 케어에서 슬픔 케어로」(다니야마 요조)는 고통 받는 임종자에 대한 케어 개념이 임종에서 슬픔 케어로 확장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그는 공감(compassion) 커뮤니티나 공감 시티의 확산과 함께 임종 케어의 역할이 변화하고 있으며, 특히 영적 케어와 종교적 케어가 어떻게 사회적 공공성의 강화에 기여하는지를 분석한다. 일본 사회의 변화하는 종교적 역할과 영적 돌봄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케어가 단순히 임종자를 위로하는 것 이상으로 공동체적 연대의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웰다잉, 초고령사회 한국 복지의 새로운 패러다임」(김진욱)은 인간이 임종의 순간까지 존엄성을 유지하며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표준화된 장기 요양 시스템이 충분하지 않으며, 죽음의 질을 측정하는 척도를 개발할 필요성을 역설한다. 이러한 척도를 통해 죽음의 질에 대한 격차와 불평등을 분석하고, 죽음의 자기결정권을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존엄한 죽음을 사회적 의제로 공론화할 수 있는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암 경험을 통해 이야기하는 웰다잉」(가마타 도지)은 자신의 대장암 투병 경험을 통해 웰다잉의 의미를 탐구한다. 그는 암 투병 생활을 ‘갑작스러운 수용’과 ‘수리고성(修理固城)’이라는 은유로 표현하며, 고통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고 공동체와 연대해 온 경험을 소개한다. 가마타 교수는 웰다잉은 단순한 수용이 아니라,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선 연대와 치유의 경험임을 강조한다.
「좋은 죽음을 돕는 이들을 위한 안내」(이진현)는 16세기 예수회원 폴랑코의 『선생복종정로(善生福終正路)』를 소개하며, 좋은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 지침서는 죽음이 다가오는 이들에게 어떻게 동행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들의 마지막 여정을 어떻게 감동과 희망으로 이끌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이 연구는 현대 사회에서도 임종자와 그 가족에게 중요한 지침을 제공하며,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고 수용할 것인지에 대한 실질적인 방법론을 제시한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책은 초고령화 사회에 직면한 한국과 일본의 학자들이 웰에이징과 웰다잉의 주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탐구한 글을 통해 고령화와 죽음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며, 현대 사회가 직면한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