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전통사상에는 올바른 환경의식의 ‘방향성’이 있다
유가가 말하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 ‘인간과 자연은 평등하다’
묵가에서 강조하는 ‘욕망을 절제하는 태도’
일본의 자연사상 ‘모든 자연환경에 신이 깃들어 있다’
풍수와 속담에서 엿볼 수 있는 자연 이용의 ‘합리성’
동양 전통사상에는 비록 근대적 형태인 ‘환경관’이나 ‘생태학’ 개념이 형성되지 않았지만 동양 전통의 자연관, 인간관, 윤리관, 전통종교 및 민간의 일상생활에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와 관련된 풍부한 환경사상이 갖추어져 있다. 고대 중국의 유가에는 “하늘과 인간은 하나(천인합일)”와 같이 인간과 자연이 합치한다는 사상, 또한 “백성은 한 배에서 난 형제이며 만물과 함께한다(민포물여)”처럼 인간과 자연이 평등하다는 윤리사상이 있다. 이는 주객 대립이라는 서양의 사상과는 분명히 다른 부분이다. 한편 묵자는 당시 지배계층의 사치와 낭비를 비판하며 ‘절검’의 태도를 강조했다. ‘절검’을 오늘날의 환경문제에 적용해 보면, 더 많은 부를 축적하기 위한 지나친 자연개발(사치와 낭비)을 억제하는 일종의 제어장치가 곧 절검이라 할 수 있다. 불필요한 사치가 민중의 생활환경을 오염시키고 자연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묵자의 엄중한 경고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17세기 일본에는 삼림의 재생을 유지할 수 있는 한도에서만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 구마자와 반잔(熊澤蕃山)의 환경사상이 있다. 인간의 입장이 아닌 자연의 입장에서 자연 개발의 합리적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무수한 환경 신을 숭배하는 일본 고유의 민간신앙 ‘신도(神道)’의 환경사상에서는 신을 외경하듯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물이나 불, 나무를 신의 은총으로 여기고 감사해하며, 혹은 때로 미친 듯이 날뛰는 물과 불의 위협을 두려워하는 마음이야말로 신도의 사상이다. 이 사상은 자연파괴가 진행되고, 물질이 풍부한 오늘날이야말로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생활의 지혜이며 가르침일 것이다.
동양 전통의 민간생활에도 뛰어난 환경사상이 많다. 예를 들어 ‘풍수’에서 명당을 살피는 이론에서 미신의 겉껍질을 벗겨내면 합리적 요소도 있다. 이는 실제로 인간이 살아갈 환경을 선택할 때 최적의 조건을 말해준다. 속담도 마찬가지 특징이 있다. 중국의 속담 “남향의 집에는 복이 온다”와 같이 속담에는 오랜 시간 축적된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풍수와 속담은 이성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요소도 포함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우리 삶에 도움이 되는 합리적인 측면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동양 전통사상이 현대적 의의를 발휘할 수 있게 하려면 당시의 사상을 그대로 옮겨오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사회의 상황과 필요에 적응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동양 전통사상을 현대적으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태도 ‘조화’
자연과 인간의 조화 그리고 동양사상과 서양사상의 조화
환경문제는 국가, 민족, 사회제도를 초월한 것이다. 우리는 똑같이 ‘지구촌’의 촌민이며, 지구 전체가 생태위기에 직면한 오늘날 국가, 민족, 제도나 종교의 차이를 넘은 세계적인 환경보호운동의 통일전선을 결성해야 한다. 그러기에 동양 전통 환경사상을 오늘날에 다시 불러낸다는 것은 서양 근대사상과의 대립을 의미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개발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보호의 합리적인 기준을 정하는 것이다. 자연과 인간이 조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양사상과 서양사상이 상호 융합하고 조화하는 가운데, 서양사상의 합리성과 이성의 힘을 토대로 동양사상이 제시하는 자연과의 조화를 달성할 때 실질적인 환경의식을 세울 수 있다. 서양사상의 합리성과 이성의 힘을 경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정보의 왕래가 발달한 사회에서 동서양의 협력과 교류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서로 조화하고 융합하기 위해서 각자 되새겨야 할 태도가 있다면, 서양은 유럽중심주의라는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운 편협한 관념과 일방적인 ‘도구이성주의’로부터 탈피해야 할 것이다. 동양은 자신의 문화에 있는 비이성주의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자연과 인간에 관한 합리적인 대처를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동양사상으로부터 자연에 대한 이해와 태도라는 사상적 양분을 얻으면서 동시에 서양의 앞선 과학기술과 고도로 발달한 공업화라는 서양의 경험적 측면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경제발전과 생태보호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환경보호법규에 의지하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생태도덕을 구축하는 것이다
전 세계적인 환경위기 속에서 자연을 혹사시키는 인간의 능력을 규제하고, 인류의 문명을 파멸시키는 데 이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법에 의한 강제력 외에도 ‘생태도덕’의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생태도덕은 생태균형을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법치국가의 기초이며, 환경보호법은 생태도덕의 가장 표층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이 생태도덕에 관해 깊은 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나라에서 환경보호법이 엄격하게 집행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예를 들면, 노인을 공경하고 아이를 소중히 하는 전통이 없으면 노인이나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 확실하게 집행되겠는가. 이와 마찬가지로, 생태균형을 자각적으로 따르는 생태도덕의 전통이 없으면, 환경보호법이 확실하게 집행될 리 없다. 법률은 외부의 구속력이며, 도덕이야말로 마음에서 나온 구속력인 것이다. 외부의 힘은 내부의 힘에 의해 비로소 더 좋은 역할을 발휘할 수 있다. 법률은 그 위력에 의해 사람들을 위협하고, 나쁜 일을 하지 못하게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선에 관심을 가지게 하고 선을 행하도록 하는 것은 도덕의 안내와 추진에 의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