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와 과거의 대비 속에 녹여 낸 사람과 자연의 조화로운 삶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현재과 과거를 오가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독립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있으며, 은유적이면서 상상력이 풍부한 감각적인 표현으로 사람과 자연의 성장을 간결하면서 깊이 있게 풀어가고 있다. 아이들이 거대한 나무 위로 올라가서 노는 장면에 이어, 소녀가 씨앗 하나를 집어 든 이전의 시간으로 되돌아간다. 이 소녀는 성장하여 가족을 이루고 그 가족을 부양하고 책임지는 할머니의 모습과 하나의 씨앗이 사람들에게 나누고 베푸는 든든한 나무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시간과 공간의 교차 속에서 잘 엮어내고 있다.
아이들이 나무 위에서 알과 아기 새의 성장을 관찰하고 나무 주위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그 시작은 바로 이전에 소녀 넬이 씨앗을 주워 화분에 심고 물과 햇빛을 제공하고 나무가 온전히 땅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옮겨 심고 키우는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처음에는 혼자였지만 친구와 함께 키우고 또 그 친구와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 키우고 다음 세대로 이어가는 그 모든 과정이 넉넉하고 풍성한 지금의 자연과 맞닿아 있다. 풍성한 나무 아래에서 할머니가 된 넬을 중심으로 대가족이 함께 만든 파이를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에서 나무의 성장과 가족의 성장, 지금의 넉넉하고 풍요로운 시간을 누릴 수 있게 된 이유와 과정, 결과를 자연스럽지만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은 넬이 씨앗을 주워 새싹을 키우는 작은 행동 하나에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작가는 씨앗에서 나무와 숲으로의 성장과 나무를 둘러싼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와 성장 과정을 간결하면서도 상상력이 풍부한 언어로 짜임새 있는 구조 속에서 구성해냈다.
★ 빛의 포착과 다양한 기법으로 자연의 따뜻함과 웅장함을 그려내다
작가의 그림은 다른 두 이야기의 구조를 조화롭고 구체적으로 잘 설명해주고 있으며, 책 전반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부드러움 그리고 가을의 황금빛 화려함, 곳곳에 녹아 있는 작가만의 세밀한 표현기법들이 이 책의 수준을 높여주고 있다. 특히 펜과 잉크, 구아슈, 콜라주 기법을 사용한 작가의 기법은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차분한 분위기와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이민 가족의 감성과 내적인 단단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빛의 변화를 포착해냄으로써 나무와 자연, 사람에게 꼭 필요한 빛의 중요성과 그 힘을 적절하게 표현해냄으로써 가족과 자연의 웅장함과 따스함, 삶의 기쁨을 그림책 전반에 잘 녹여내고 있다. 또한 아이들의 옷 색깔과 자연의 색 표현에서 노란색, 붉은색, 파란색을 패턴 형시으로 대담하게 사용함으로써 자연의 변화와 성장 그리고 웅장함을 화려하게 보여주고 있다. 좀 더 세밀한 부분에서는 소녀 넬과 아이들을 챙기는 여인 그리고 풍성한 나무 그늘 아래 가족을 책임지는 할머니의 노란 원피스에서 넬과 할머니의 연관성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소녀와 함께 갈색 바지에 멜방을 하고 흰색 남방을 입은 소년이 등장해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싹을 정성스럽게 키우고, 또 그 소년이 자라 성장한 여인 옆에서 도와주고 아이들과 놀아주고 가족을 책임지는 부모로서 성장한 모습에서는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특히 할머니와 아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 소녀 넬이 혼자 오롯이 나무 밑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보낼 때, 대가족이 나무 그늘 아래에서 함께 만든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장면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하얀 집은 든든한 가족의 터전임을 느낄 수 있다. 책 전반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과 곳곳에 살아 있는 세밀함은 읽는 이로 하여금 재미를 높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