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경제를 읽어낼 심미안이 필요하다면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라
대한민국 경제가 가야 할 길을 정확히 지시해줄 바로미터를 제시하다!
미국은 경제 대국, 유럽은 관광 대국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각자의 분야에서 대국을 차지한 이 두 톱은 영원히 그 자리에서 선두의 위치에 있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현재 유럽은 관광 대국의 자리마저 위협받고 있다. 저자가 책의 서두에 이야기한 대로, 아름다운 에펠탑과 센강, 파리 시내의 오스만 스타일 건물의 고풍스러움에 감탄하지만, 그 아래의 하수구에 들끓는 쥐 떼들을 생각해 본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수급에 타격을 받아 멈출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 기상 이변으로 40도를 웃도는 무더위, 지정학적 위치로 오갈 데 없는 난민들이 밀려들어 도심의 안전에도 위협을 받는 유럽은 더 이상 만인이 사랑하는 관광지가 아니다. 현재 미국과 유럽은 비교조차 어려울 정도로 큰 격차를 벌이고 있다.
저자인 조선일보 글로벌 경제·산업 섹션 위클리비즈 손진석 편집장과 조선일보 글로벌 경영·산업 섹션 위클리비즈팀 홍준기 기자는 미국과 유럽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무엇이 오랫동안 쌍두마차였던 미국과 유럽의 운명을 갈라놓았는지에 대해 심도 있게 기록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식견, 관점, 경험을 풍성히 하기 위해 내로라하는 4명의 국내외 전문가를 책 안으로 초청했다.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인 피셔인베스트먼트의 켄 피셔 회장,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싱크탱크, 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ECIPE를 이끄는 프레데릭 에릭손 소장, 미국에서 유학하고 유럽에서 교수를 지낸 장진욱 고려대 경영대 교수, 40년간 직업 외교관으로 세계를 누빈 최종문 전 외교부 차관이 저술 취지에 공감하고 정성 들인 글을 직접 쓰거나 인터뷰에 응했다.
저자들의 관점은 쇠락하는 유럽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미국이 왜 독보적으로 앞서가는가에 대한 원동력도 다각도로 분석했다. 미국은 거대한 자본시장의 위력, ICT를 선점한 규모의 경제가 가져오는 파괴력, 막강한 달러의 힘을 확보하고 있다. 게다가 대학과 군(軍)의 경쟁력 또한 따를 자가 없다.
미국에 대해선 사실 이미 알려진 것들이 많기에 긴 언급은 하지 않았다. 저자들이 모색한 것은 미국이 아닌 유럽이다. 이유는 저널리스트 관점에서 이제 갓 선진국 문턱에 턱걸이한 한국에는 타산지석보다는 반면교사가 보다 유용한 접근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한국인들이 미국에 대해서는 경험하고 이해하는 부분이 많지만 유럽에 대해서는 생각만큼 깊게 들여다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성장하냐가 아닌, ‘어떻게’ 성장하냐의 문제
유럽을 오래 경험한 한국인들은 여러 예술 분야에 몸담은 이들이 많다. 유럽인들이 내세우는 평등과 연대의 가치에 이끌린 이들은 유럽식 가치가 미래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에너지를 갉아먹는다는 측면은 주목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런 배경 때문에 유럽의 경제와 산업을 시장 친화적인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장단점을 냉정하게 저울질해 본 한국인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책에서 유럽 내 경험을 다룬 대목은 손진석 편집장이 2017년 말부터 2021년 말까지 특파원으로 근무할 때 이야기이다. 홍 기자 역시 미국에서 단기 특파원으로 근무할 때의 경험을 생생히 녹여냈다.
저자들이 이 책을 쓴 건 미국을 찬양하고 유럽을 폄하하자는 목적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마약과 총기 사고가 넘치는 미국 사회의 병폐도 충분히 다뤘다. 미국이 넘버원 국가 지위를 확고하게 만들어간다고 해서 과연 미국인들이 행복한지에 대해 물음표도 던진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나아가야 하는 항로가 일방적으로 어떤 특정한 나라가 걷는 길과 같을 수 없겠지만 저자의 바람이라면 안개 속에 놓인 미래를 향해 우리가 방향을 잡을 때 이 책이 조그마한 나침반 기능을 수행했으면 하는 것이다. 앞으로의 성장은 ‘얼마나’를 따지는 지수적 성장이 아닌, ‘어떻게’를 모색하는 방향성의 성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의 길도 아니고 유럽의 길도 아닌 우리에게 적합한 방향을 제시할 길을 찾는 여정이 이 책이 제시하는 바이자, 핵심이다. 이와 같은 주제로 광범위하게 원인과 결과를 분석한 한국어 전작(前作)은 찾을 수 없다. 이것이 이 책의 매력이자, 미래의 경제를 읽어낼 심미안을 갖고자 한다면 반드시 강독해야 할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