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정보와 지식을 비분절적으로 소개한 교과서의 전범
산과 사람이 맺는 관계를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소개하는 안내서
래리 프라이스(Larry Price)의 『산과 사람』(1981)은 로더릭 피티(Roderick Peattie)의 『산악지리학』(1936) 이후 최초로 대학에서 산의 교육에 전념한 교과서로 풍부한 정보와 지식을 바탕으로 산과 사람이 맺는 관계를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현대의 교과서 대부분이 기초 지식, 방법론, 사례 연구를 나누어 제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은 서론에서 총괄적 논의를 편 뒤에 자연과학의 주제와 인문사회적 주제를 비분절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책의 순서를 따르지 않고도 유연하게 활용이 가능하다.
한국어판은 전체 12개 장(章)의 원고를 두 권에 나누어 싣고 있는데, 각 장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와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장은 산의 정의와 위치 등을 깊이 논하면서 뒤에서 다룰 계통적 분류상의 여러 주제를 제시한다. 2장은 서구와 동양의 전통에서 인류가 산을 어떻게 인식하고 대하였는지 통시적으로 살피면서 산악 탐험과 등반에 관한 내용도 소개한다. 3장은 산의 기원에 대한 주제를 다루는데 판구조론과의 연관성 속에서 다양한 유형의 산맥을 소개하는 일에서 시작한다.
이어지는 장에서는 각각 날씨와 기후(4장), 눈과 얼음(5장), 지형(6장), 토양(7장), 식생(8장), 야생 동물(9장)까지 자연과학의 주제를 논한다. 특히 4장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산악기후를 특징짓는 주요 요인을 구체적 사례와 함께 심층적으로 소개하고, 6장에서는 풍화작용에 따른 다양한 메커니즘과 지표 물질의 이동을 설명하면서 동결 작용과 관련한 지형들을 소개하는 일도 빠트리지 않는다. 여러 기후 환경에서 조사된 산악식생을 상당히 깊이 있게 소개하는 8장도 놓쳐서는 안 될 내용이다.
권말에 실린 3개 장은 인문사회적 주제를 다룬다. 인구와 생계를 소개하는 10장에서는 생계 활동이 산악지역에 끼치는 인위적인 변화를 점검하면서 산속 사람들이 직면하는 위험 상황과 적응 방안을 아울러 토론한다. 11장에서는 농업과 토지이용이라는 주제를, 근대화가 산에서의 농업활동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하며, 12장에서는 산악 개발 과정에서 지정된 국립공원과 야생보호구역을 소개하고 교통, 통신, 이주, 분쟁과 같은 개발에 따른 이슈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