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공개 편지 다수 수록
“어느 때보다 날카롭고 매혹적이며 사랑스럽고 위대하다!”
- 김금희 소설가 추천!
‘나는 지금 나로 살고 있는가?’ ‘진짜 나는 어떤 사람인가?’
버지니아 울프가 나에게 물었다
‘여성이 소설을 쓰려면 연간 500파운드의 수입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만 한다.’라는 유명한 구절로, 오늘날까지도 20~30대 여성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자기만의 방》의 저자 버지니아 울프는 그녀의 진취적인 사상과 달리 우리에게 곱고 가지런한 머리를 한 옆얼굴로 더 많이 기억되는 듯하다.
결혼하기 전에는 결혼하지 않는 공동체를 만들겠다고 외쳤고, 레너드 울프와 결혼한 후에도 자유로운 연애 감정을 즐겼으며, 자신의 다양한 성 정체성을 공공연하게 밝힌 것은 물론, 모두가 알다시피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애쓰는 등 사회적 억압에 맞서 자신을 찾고, 글로 표현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던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 고요히 앉아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사람들과 가감 없이 교류하고 활동하는 사람이었다.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버지니아 울프의 편지들
삶, 사랑, 우정, 일 그리고 ‘나’에 관한 모든 것
언니와 남편, 연인 등 가까운 사람들뿐 아니라 문학계, 예술계 인사, 정치인, 책을 읽고 의견을 보내 온 독자들에 이르기까지 주변 사람들과 편지로 소통하며 의견 교류하기를 즐겼던 버지니아 울프는 전 생애에 걸쳐 4,000여 통의 편지를 남겼다. 이 책에는 그녀가 죽기 직전에 남긴 유서를 포함해 총 96통의 편지를 담았는데 오랫동안 버지니아 울프 문학을 연구해 온 박신현 문학평론가가 직접 고르고 번역해 의미가 깊다. 박신현 평론가는 ‘자유는 우리 존재의 본질’이라는 울프의 기본 정서에 기반해 그녀의 사상과 심리, 일상과 관계 등 인간 버지니아 울프의 면면을 골고루 엿볼 수 있는 편지들로 엄선했다고 전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울프의 편지들을 시대순으로 나열하되 크게 세 개 파트로 나눈 것은 시기별로 변화하는 울프의 생각을 보다 극명하게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 1부는 아직 작가가 되기 전, 결혼하기 직전과 직후의 울프가 소개된다. 청혼에 대해 안 할 이유가 없으니 하긴 하겠지만 당신에게 성적인 느낌을 받지 못 한다고 고백하는 장면은 오늘날의 우리가 봐도 꽤 도전적이다. 2부는 결혼 후 다양한 작품들을 창작하고 출간하면서 사람들과 교류하는 장면이 주를 이루는데 ‘비난은 불쾌하고 찬사는 유쾌하지만’ 같은 솔직한 표현부터 책을 내고 나면 거기에 다들 한마디씩 하고 싶어 해서 피곤하다는 등의 인간적인 면모는 울프와 한 발 더 가까워진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또한 언니, 연인 할 것 없이 공동 작업에 즐거워하는 모습은 울프가 얼마나 관계를 중시하고 또 일을 사랑했는지 엿볼 수 있다. 3부는 2차 세계 대전 상황의 런던이 배경이다. 1차 세계 대전에 이어 두 번째 거대한 전쟁을 맞이하게 된 울프를 비롯한 당대 사람들이 겪었을 불안감은 우리가 감히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이 시기 편지에서 울프는 전쟁으로 조카를 잃은 슬픔, 자신이 처한 일촉즉발의 상황을 꽤 자세히 설명한다. 이런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울프가 선택한 죽음은 어쩌면 영원한 평화를 향한 간절함은 아니었을까.
시대상과 울프의 작품, 그리고 수신인에 대한 친절한 설명
주제와 관련 있는 세 편의 에세이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또는 에세이를 읽어 본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울프에 관한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누구나 쉽게 읽고 공감할 수 있도록 각 파트가 시작될 때 해당 시기의 울프와 그녀의 작품들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그리고 수신인과 편지를 보낼 당시의 상황을 각주로 실었다. 버지니아 울프의 생각을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싶다면 부록의 에세이까지 읽어 보길 추천한다. 각 파트의 주제인 자유, 상상력, 평화와 관련 있는 울프의 에세이 세 편이 부록으로 실렸다.
어느 때보다 날카롭고 매혹적이며 사랑스럽고 위대한 울프가
나로 살아갈 용기가 필요한 당신에게 전하는 메시지
이 책을 먼저 만난 김금희 소설가는 “이 글들에서 울프는 어느 때보다 날카롭고 매혹적이며 사랑스럽고 위대하다.”라고 추천사를 적었다. 100여 년 전 영국의 한 여류 소설가의 편지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당신 자신에 대해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 꽤 오랜 세월이 흘렀고, 시대가 변화하면서 사회적 억압도 얼핏 완화한 듯 보인다. 하지만 가만히 보면 그때와는 또 다른 식의 사회적 억압이, 일부는 그때와 다름없는 형태로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삶이 힘들게 느껴지는 건 어쩌면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는 당장 나도 누군가에게 편지가 쓰고 싶어졌고, 다 읽고 나서는 나에 대해 진실을 말할 용기가 내겐 있는지 돌아보게 됐다. 나를 찾는 일도 쉽지 않지만 말하는 일은 더욱 어렵다. 하지만 자유롭게 나를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진짜 나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