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영어책은 좀 더 빨리 나왔어야 해!
이 책이 소개하는 단어들은 학교에서 치르는 영어 시험이나 수능시험 혹은 공무원 시험 같은 일상적인 시험에서 거의 만나볼 수 없는 것들이다. 어디서 이런 단어를 찾아냈나 싶은 것들이 주종을 이룬다. 따라서 외국어(특히 영어)를 시험용으로만 공부해온 많은 사람은 “시험공부를 하기도 바쁜데 언제 이런 걸 보겠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지나치기엔 이 책의 매력도가 너무나 높다. 처음 보는 듯한 낯선 단어를 둘러싼 ‘세상에 이런 일이’ 풍의 이야기는 단순한 어휘 학습을 넘어, 독자들에게 영어권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사회적 맥락까지 이해하게 돕는다. 한마디로 인문·사회·교양 지식을 쌓는 데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독자들이 영어를 보다 흥미롭고 의미 있게 배울 수 있도록 조목조목 흥미로움을 배치한 작가의 내공 덕분이다. 영문학을 전공하고 어떻게 하면 영어를 지루하지 않게 공부할 수 있을까를 연구하여 영어 학습서를 집필하고 또 어린이를 대상으로 동화를 써온 작가답게 그의 이야기 전개력은 그야말로 ‘최상급’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단어를 전천후 크로스오버하는 능력, 곳곳에 숨어 있는 유머를 만나다 보면 “이런 영어책은 좀 더 빨리 세상에 나왔어야 해!”라며 한숨을 쉬게 된다.
세상에 이런 뜻이, 세상에 이런 일이, 세상에 이런 필력이!
이 책에는 뜻을 알고 나면 그리고 단어의 쓰임을 좇다 보면 기절초풍하게 되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그런데 정신을 놓지 않고 얼른 다음 이야기를 읽게 된다. 오롯이 작가의 엄청난 필력 덕분이다. 위에 소개한 단어 외에도 ‘exhume’은 ‘시신을 발굴하다’라는 뜻을 가졌는데 이 단어 역시 역사적 사건과 관련이 깊다. 흡혈귀로부터 셰익스피어의 두개골에 얽힌 이야기까지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초감각적인 능력’을 의미하는 ‘psionic’은 DC코믹스나 마블코믹스, 그리고 SF문학에 자주 등장한다. 초능력을 소재로 과학과 공상 과학의 세계를 전방위적으로 넘나들며 이것들이 사회문화에 미친 영향도 분석한다. 독자들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하는 또 다른 단어는 ‘파티에서 분위기를 망치는 사람’이란 재미난 뜻을 가진 ‘party pooper’, 2022년 서양 온라인을 도배했던 단어인 ‘skete’, 인간의 탐욕스러운 미식과 식문화를 다루는 ‘sweetbread’, 포복절도할 이야기가 넘치는 만병통치약 편인 ‘panacea’, 케찹 이야기인 줄 알았다가 멸종위기동물 이야기까지 듣고 가는 ‘Heinz 57’, “어라, 이 단어는 나도 알지.”라고 할 것 같지만 상상을 뛰어넘는 식문화 관련된 이야기인 ‘gamey’ 편, 마지막으로 ‘공연 중에 쇼를 멈추게 할 만큼 대단한 장면’을 의미하는 ‘showstopper’라는 단어로 제니퍼 로페즈의 시스루 의상부터 아이누족의 문신 그리고 상남자 중의 상남자로 평가받는 최배달의 이야기를 아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