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나라를 배우는 중입니다
《기도를 배우는 중입니다》는 11년 전에 나온 《한국교회가 잃어버린 주기도문》의 개정증보판이다. 저자는 초판 머리말 끝에 다음처럼 적었다. “언젠가 이 책의 재판을 낼 때 이 도발적이고 불쾌한 제목이 아닌, 원래의 제목 “주기도문-하나님나라 백성의 기도”를 되찾을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강산이 한 번 바뀌는 시점에 그 바람이 이루어진 셈이다. 하지만 초판이 문제 제기와 이슈 환기에 가까웠다면, 개정증보판은 한국 교회 성도들이 실제로 주기로를 붙들고 자신의 기도를 ‘혁신’해야 하므로 좀 더 정교하고 친절한 접근이 필요했다. 이 같은 개편에는 초판을 들고 10여 년간 진행했던 세미나가 도움이 되었다. 교회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와 필요를 반영한 결과물이 드디어 《기도를 배우는 중입니다》라는 책으로 탄생했다.
세심한 안내문
맞다. 강산이 바뀌었다. 한국 교회가 주기도를 되찾게 하는 데에 과감한 지적이 필요한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섬세한 안내와 유도가 더 유효한 시점이다. 그래서 《기도를 배우는 중입니다》는 ‘기도하는 생각’을 먼저 바꾸고, 그 생각을 바탕으로 기도를 실습할 수 있도록 지면을 설계했다. 주기도를 한 구절씩 풀어서 자세히 설명하여 그 안에 담긴 예수님의 의도를 전달한다. 그리고 그에 맞추어 드리는 기도가 어떠한지를 알려주고, 실제 기도를 예시로 보여준다. 예시 기도는 저자의 기도만이 아니라, “주기도와 영성훈련” 과정에 참여한 학생들이 실제로 작성한 기도까지 포함하고 있어서 독자들이 자신만의 기도를 쓰는 데 적잖게 도움을 준다. 독자가 자기 기도를 쓰는 지면도 시차를 두고 다시 쓸 수 있게 만들어서 기도의 변화까지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여러 장치가 곳곳에 심어지다 보니 개정증보판은 제목부터 구조까지 초판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과연 독자들이 이런 변화에 어떻게 반응할까? 앉아서 듣고 끝나는 설교 말씀이 아니라, 자기 기도를 정말로 바꾸는 안내문으로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기도에서 운동까지
그런데 《기도를 배우는 중입니다》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책이 기대하는 독자의 능동성은 좀 더 멀리 나아간다. 초판 때부터 줄곧 그 가능성을 강조했으나, 한국 교회가 주기도를 잃어버렸다고, 다시 찾아야 한다고 외치는 단계에서는 차마 이루어지리라 기대하기 어려운 꿈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독자 개인이 자신의 기도를 실제로 바꾸도록 촘촘히 설계한 이상 피할 수 없는 목표 지점이 되었다.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영원히 아버지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 사실을 믿고 따르면, 그 사실은 행동으로, 변화된 삶으로 다가옵니다. 우리는 그 나라 백성입니다. 그래서 평범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믿고 따르는 아버지가 비범하시기 때문입니다. 비범한 그분을 믿고 따를 때 우리는 다르게 살지 않을 방법이 없습니다”(445쪽). 주기도를 따라 드리는 기도는 기도에서 멈추지 않고 행동으로, 또 그 행동은 삶으로 번져 나간다. 그리고 그렇게 변화한 삶은 단독으로 머물지 않고 여럿이 어우러지는 운동으로 확장한다. 그래서 마지막 10장의 맺는 글 제목이 “하나님나라 운동”인 점은 의미심장하다. 그때 이 책의 제목은 《기도를 배우는 중입니다》에서 “하나님나라를 배우는 중입니다”로 다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