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환이 번역·해설한 「금강경」에 관하여
이시환의 「금강경」 우리말 번역과 해설서인 『금강의 문을 열고 들어오심을 환영합니다』(신세림출판사, 신국판, 310쪽, 정가 25,000원)라는 책은, 여섯 종의 금강경 가운데 최초 한역본(漢譯本)인 구마라집(鳩摩羅什: 343~413)의 「金剛般若波羅蜜經(금강반야바라밀경)」을 우리말로 번역하고, 그 핵심 내용에 관한 역자의 견해가 정리되었다. 그리고 경문(經文)에 쓰인 일흔두 개의 키워드에 대해서 그 의미와 쓰임새를 다양한 경문 추적을 통해서 밝혀 놓았다.
이 책은 차례에서 보듯이, 금강 제일문에서 금강 제오문으로 구성되었는데, ①금강반야바라밀경 우리말 번역 경문 ②金剛般若波羅蜜經 鳩摩羅什 漢譯 經文 ③일흔두 개의 용어에 관한 해설(註釋) ④금강반야바라밀경에 관한 개괄(11개 항) ⑤금강반야바라밀경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글(8개 항) 등으로 나뉘어 편집되었다.
우리말로 번역된 경문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많은데, 그 첫째 이유인즉 불교 여러 경문에서 쓰인 키워드들(예컨대, 阿耨多羅三藐三菩提, 有爲法, 無爲法, 無我觀, 我相·人相·衆生相·壽者相·法相, 須陀洹·斯多含·阿那含·阿羅漢, 三千大千世界, 忍辱波羅蜜, 無餘涅槃, 滅度, 大乘·小乘, 法, 相, 六根·六塵·六識, 法身, 天眼·慧眼·佛眼 등)에 관한 해석과 번역이 어렵고, 그 둘째 이유인즉 부처께서 번뇌를 없애고, 윤회·환생의 덫에서 벗어나는 방법과 스스로 깨달은 궁극적 실체 등에 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쓰였던 중요 용어[諸法·諸相]들이 모두 부정되는데 그 근원적인 이유를 언급하지 않음이다. 그리고 그 셋째 이유인즉 제법(諸法)·제상(諸相)을 부정해 놓고 다시 긍정해 버리는, 원점 회귀 이유 역시 전혀 설명되지 않음에 있다. 그 넷째 이유인즉 했던 말을 하고 또 하는 반복이 지나쳐 중언부언이 되었고, 그 중언부언에 일정한 질서가 깨어져서 횡설수설한 것 같은 난삽한 경문 체제이다.
이런 문제를 설명, 극복하려고 노력한 이 책은, 있는 그대로의 우리말 번역경문을 제일 먼저 싣고, 그다음으로 번역 대상이었던 한역경문을 실었으며, 경문을 읽으면서 ‘이것의 의미가 무엇일까?’라고 의심될 만한 용어들에 대해 그 의미와 쓰임새를 정리한 해설을 주석으로 뽑아 분리했으며, 이런 과정에서 이해된 금강경 핵심 내용과 체제 관련 내용이 개괄되었다. 그리고 경문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직간접으로 연관된 역자의 경전 탐구 글 가운데 8편을 가려내어 마지막으로 실었다.
역자가 이해한 금강경의 핵심은, ①제상(諸相)·제법(諸法)에 머물지 말고, 의지하지 말고, 집착하지 말며, ②대자대비로 중생을 번뇌와 윤회·환생의 덫에서 구원해 주는 일[濟度]이며, 이를 위해서 나 자신을 희생하듯이 버려야 한다[布施]는 가르침이다. 그러니까, 실상이 아닌 허상에 집착하지 말고, 중생을 제도해야 하며, 조건 없는 보시 강조를 너무 어렵게 말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제상(諸相)·제법(諸法)에 머물지 말고, 의지하지 말고, 집착하지 말라는 것은, 이들(諸相·諸法)이 모두 虛像(=虛相)이기 때문이고, 이들을 모두 버리라는 뜻이다. 이를 버린다는 것은 곧, 부처가 인지한 허공(虛空)의 핵인 적멸(寂滅)에 듦으로 귀결된다. 적멸에 든다는 것은 다시 태어나지 않음으로써 윤회·환생을 끊는 것이며, 이를 두고 ‘무여열반(無餘涅槃)’이라 했다. 이런 내용이 금강경의 주제인데 정말이지 너무 어렵고 난삽하게 기술되어 이에 대한 파악, 이해되지 않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정작 말하고자 함인 경문의 주제를 부각하지 못했다.
-2024. 08. 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