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은 예술을 꿈꾸는가
인공지능 예술에 대한 흥분은 인공지능이 얼마나 인간과 같아졌는지를 보여준다 생각하는 데서 오는 듯하다. 인공지능은 우리가 예술 작품이라 부르던 것과 구별되지 않는 것을 생산하고 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학습’한 인공지능은 전시대 예술가들의 특별한 화풍으로 그림을 생성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생성물이 사람이 그린 것과 완성도 측면에서 다름이 없다는 점에서, 이제 인공지능이 스스로 ‘창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인공지능은 과연 창작하는 주체, 예술가가 될 수 있을까? 기존 예술과 많이 닮아있다는 기준만으로 예술이라 판단할 수 있을까?
이에 《AI, 예술의 미래를 묻다》에서는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한다. (2장 참고) 인공지능의 그림이 기존의 작품과 유사할 때, 의도된 산물이 아니기 때문에 예술이 될 수 없다는 입장과, 이미 예술로 분류된 미적 가치를 지니니 예술로 간주할 수 있다는 입장이 있다. 또, 인공지능을 도구나 매체로 보고 창작 주체의 논의를 피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의 기존 방식에 묶여 있기 때문에 예술이 표방하는 메타적 차원의 창의성, 예술의 새로움은 무엇인지 규정하는 창의성에는 도달할 수 없다고 볼 수도 있다. 인공지능과 창작에 연관된 다양한 논의에서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인공지능의 그림이 예술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인공지능이 인간 같은 존재로 인정되어서가 아니다. 그 산물과 기술을 어떻게 취급하느냐에 따른 인간의 제도와 관행의 변화에 따라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 인공지능은 예술에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오는가
예술이 존재하는 모든 시대에는 예술이란 무엇이며 어떠해야 한다는 암묵적 규범이 존재한다. 그 규범은 새로운 기술이 처음 등장하는 시기에 큰 힘을 발휘한다. 혁신적 기술 장치나 매체로 어떻게 해야 ‘예술’이 될 수 있을지 방향성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예술 규범을 옹호하려는 입장과 적극적으로 해체하는 입장은 서로 대립하며 이전과는 다른 예술 개념을 정립한다. 역사는 기술적 혁신의 편에 서 있다. 그러므로 결정적인 것은 그 기술만이 제공하는 고유한 가능성이다.
예술가들은 이미 인공지능이 가진 가능성을 실험하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인공지능 생성물은 기존 예술 형식과는 다른 독특한 특징을 지닌다. 첫 번째 특징은 리얼리즘적으로 표현한 이미지를 생성한다는 것이다. 발전된 디지털 기술로 인해 실재하지 않는 대상을 실재하는 것처럼 만든다. 두 번째 특징은 간단한 프롬프트 입력만으로 기존의 모든 시각 이미지를 재매개한다는 것이다. 글이나 그림이 서로를 묘사하는 상호매체적 실천은 예술 확장에 크게 기여했다. 텍스트, 영상, 사운드 등 서로 다른 매체 사이를 넘나드는 인공지능을 변환/번역 관점에서 고찰하면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볼 수 있다.
● 인공지능 생성물을 둘러싼 쟁점은 무엇인가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는 다시 설정되고 있다. 생성 인공지능은 기존의 도구적 매체와는 다르게 ‘스스로 학습’하는 성격을 가진다. 문제는 인공지능 내부에서 일어나는 생성 과정에서 인간이 관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선택의 자유는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결과 내의 제한된 자유다. 인공지능 생성물은 인간의 지각에 영향을 미친다. 보고 싶은 것을 제공하는 이런 생성 방식은 인공지능 매너리즘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
이에 더해 인공지능 생성의 작동 방식, 감춰져 있는 데이터셋 형성 과정, 모방과 복제 사이의 지식재산권 문제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기술 발전이 인류를 위협하는 사례를 여럿 알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이 가져오는 생성의 힘과 더불어 파괴적인 힘까지 살펴야 한다. 기술이 주는 즉각적인 효용 수준을 넘어 새로운 성찰이 필요한 이유다. 인공지능과 공존하고 있는 생성형 AI의 시대, 《AI, 예술의 미래를 묻다》는 인공지능 생성물의 환각 너머 더 넓은 시선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