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서는 기본적으로 학부 파생상품 과목의 교과서로 사용될 것을 염두에 두고 집필되었다. 그러나 대학원 과목에서도 사용될 수 있으며, 금융기관의 실무자들이 파생상품의 기본적 원리를 더 깊게 이해하고 싶은 경우에도 참고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선 이 교재가 각자에 맞는 적절한 학습 수단이 될 수 있는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본서의 구성을 간단히 밝히고자 한다.
크게 3부분으로 구성되었는데, 우선 제 Ⅰ 편은 파생상품 가운데 기준자산과의 관계가 비교적 단순한 선도나 선물, 그리고 스왑을 대상으로 한다. 이러한 금융 거래의 방식을 소개함으로써 파생상품의 기본적 특성에 대해 설명하고, 이어서 적정한 이론 가격을 차익거래라는 개념을 이용하여 도출한다. 또한 이러한 거래들이 소위 헤징(hedging)이라고 불리는 위험 관리 수단으로 어떻게 이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살펴본다.
제 Ⅱ 편에서는 옵션을 소개한 후 그 가치평가를 여러 측면에서 자세히 살펴본다. 학문적으로 파생상품 이론은 많은 경우 옵션의 평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고, 옵션의 가치평가라는 테두리 안에서 특별한 케이스로서 다른 파생상품들을 평가할 수도 있기에, 옵션 가치평가는 이 책의 중심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옵션의 가치가 어떤 조건들로 제약되는지를 말해주는 차익거래 한계선을 살펴봄으로써 옵션의 특성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모색하였다. 그후 기준자산 가격에 대한 확률분포의 가정에 근거하여 유도되는 이항 옵션 평가기법와 블랙-쇼울즈 공식을 자세히 살펴본다. 이어서 금융기관의 주요 수익 창출 방식의 근거가 되는 동적 헤징에 대해서 예를 들어 설명하고, 아울러 옵션의 평가공식이 재무의 다른 영역에서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학부의 한 학기 분량으로 제 Ⅰ 편과 제 Ⅱ 편의 학습이면 적절해 보인다.
제 Ⅲ 편에서는 확률과정(stochastic process)이라는 수학적 도구를 이용하여 더 넓은 범위로, 그리고 더 엄격하게 가치평가의 방법론을 확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제 Ⅱ 편에서는 블랙-쇼울즈 모형을 설명함에 있어서 엄밀한 수학적 도출보다는 상식에 부합하는 직관적 접근에 의존하였지만, 제 Ⅲ 편에서는 옵션 평가의 이론적 논의에서 표준적이라고 할 수 있는 수학적 도구를 단계별로 적용하여 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음을 보였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론을 이자율이라는, 주가와는 그 움직임의 패턴이 상이한 변수를 기준변수로 하는 다른 파생상품의 평가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살펴본 후, 실제로 이자율 파생상품의 가치평가에 적용하여 잘 알려진 모형들을 설명하였다. 따라서 제 Ⅲ 편은 학부 수준의 이해에 기반을 두고 더 확장된 이해를 원하는 학생들을 위해서 기술되었다. 그런 면에서 제 Ⅲ 편은 대학원 수준의 파생상품 또는 수리경제학의 한 주제로서 심도 있게 학습되어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본 교재를 학습하기 위한 기초 지식으로는 재무관리와 미시경제학이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통계학의 기본 지식이 바람직하고, 추가적으로 제 Ⅲ 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미적분학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러나 본 교재에서는 기본적으로 높은 수준의 수학을 요구하지는 않으며 고등학교 수학을 공부한 사람이면 약간의 추가적인 학습으로 제 Ⅲ 편 또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필요한 수학적 도구들은 이 책에서 되도록 설명하려고 하였다. 단지 본서가 택하고 있는 수리적인 방법론 자체에 대해, 즉 수학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학습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겠다.
금융시장에는 매우 다양한 파생상품들이 거래되고 있다. 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는 상품들뿐만 아니라, 은행이나 증권사들이 제조하여 판매하는 파생상품들의 종류와 그 복잡성은 놀라울 정도이다. 이 교과서는 그러한 다양한 파생상품들의 개별적인 특징, 제도적 특이점, 시장의 미시적 구조 등을 살펴보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으며, 파생상품의 범주에 속하는 자산들에 대한 가치평가의 경제학적, 재무적 원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러 원리나 공식을 제시할 때 되도록 구체적인 예를 포함시켰다. 즉, 여러 이론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에게 해당 이론이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현실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구체적 숫자를 대입한 여러 예를 통해서 그 논리의 흐름을 단계적으로 제시하려 노력하였다. 그래서 종종 복잡해 보이는 숫자들의 계산이 나타나게 되었는데, 학습할 때 자신에게 적합한 정도로 따라해 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책의 내용 가운데 너무 기술적으로(technically) 어려워진 부분들이 있어서 이런 부분들은 부록에 넣거나 [참고]라고 표시했으니 독자들의 관심 여부에 따라 선택적으로 학습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각 장(chapter)의 끝부분에 몇 가지 연습문제를 포함시켰는데, 대부분 저자가 해당 강의의 시험이나 과제로 사용했던 문제들이니 참고하기 바란다.
세부적인 사항 몇 가지를 참고로 언급하면, 우선 예에서의 구체적 계산과 관련하여 책에 나오는 수치들은 주로 마이크로소프트 엑셀을 이용한 결과이므로 독자들이 계산기로 확인할 경우 중간 계산의 소수점 처리에 따라 조금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지만 이는 계산상의 문제이니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리고 제 Ⅲ 편에는 여러 모형이나 정리의 영어 이름들이 나오는데, 앞부분과 달리 굳이 우리말 발음으로 표시하지 않고 영어 이름 그대로 표기하였다.
이 책은 저자가 서강대학교에서 오랜 기간 개설했던 학부와 대학원 수준의 파생상품과 재무이론 과목에 근거하고 있다. 그동안 강의를 수강했던 모든 학부생, 대학원생, 그리고 MBA 과정생들에게 큰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그 학생들의 참여를 통해서 이 책의 완성도가 조금씩 개선되어 왔다고 할 수 있겠다. 책으로 나오기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작업해 주신 도서출판 시대가치의 김광범 대표님과 길정섭 실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또한 마지막 교정 과정에서 본인의 일처럼 꼼꼼하게 도움을 준 대학원생 권혁일 군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아무쪼록 이 책이 여러분의 재무와 파생상품의 이해에 도움이 되는 도구가 되기를 희망한다.
2024년 여름
이정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