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의 시대, 기후급변점을 막아야 한다
세계가 기후변화의 몸살을 앓고 있다. 초판이 나왔던 2021년에는 상상을 초월한 극한기상 현상이 여러 번 발생했다. 6월에는 북아메리카 북서부의 폭염으로 800~1,400명이 사망하고 10억 마리 이상의 해양생물이 폐사했으며, 7월에는 예상치 못한 폭우로 독일과 벨기에 등에서 140명이 넘게 사망했고, 같은 달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에는 한 시간에 200mm가 넘는 비가 내렸다. 이 세 개의 이상기후는 모두 수학적으로 1,000년에 한 번 일어나는, 즉 재현기간(return period)이 1,000년인 현상이며, 이러한 고온현상과 게릴라성 폭우는 지구온난화의 대표적인 징후다. 개정판을 출간하는 지금, 그로부터 3년 남짓한 시간이 지났지만, 상황은 여전히 암울하다. 2023년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은 409억 톤에 달했는데, 이러한 배출 수준이 지속된다면, 전 지구 평균표면온도(GMST)의 상승을 산업화 이전보다 1.5°C 이내에서 억제하는 파리협정의 목표는 4년 이내에 사실상 달성이 어려워진다고 한다.
지금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비해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은 ‘기후위기’의 시대이며, 우리가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는 이상 남은 시간은 더 짧아질 것이 분명하다. 행동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금의 기후변화가 발생한 원인과 현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야 한다. 그래야 기후급변점을 막기 위해 우리가 어떤 방법으로, 어느 정도의 속도로 우리 삶을 변화시켜야 할지 답을 찾을 수 있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산업화 이전보다 전 지구 평균표면온도가 1.2°C 상승한 지금, 이제는 환경운동가뿐만 아니라 국가 지도자들도 탄소중립(이산화탄소 순배출 영점화)을 이야기한다. 2021년 11월 13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6차 당사국총회(UNFCCC COP26)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당사국들이 상향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출했으나 이것이 제때 달성될지는 불확실하다.
감축은커녕 전 세계는 2019년보다 2022년에 온실가스를 2.3% 더 배출했다. 최신 몇몇 연구들은 돌이킬 수 없는 기후변화가 지구온난화 1.5°C 수준에서도 촉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2023년 말까지 전 세계의 기후변화 대응 현황을 확인한 결과, 파리협정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2030년 기준으로 감축량이 203억 이산화탄소상당량톤(tCO₂-eq)이 모자란다. 지금 추세대로 간다면 우리는 기후변화 대응에 실패한다는 얘기다.
유엔환경계획은 2050년까지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0.9이산화탄소상당량톤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2018년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14.2이산화탄소상당량톤인 우리나라는 급변점 촉발을 피하려면 지금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1/15 이내로 줄이는 삶의 방식을 한 세대 안에 말 그대로 생활화해야 한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지금부터 30년 후에는 화석연료를 쓰는 발전소가 가동하지 않고 있어야 한다. 에너지를 많이 쓸수록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기 때문에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대안은 절대적인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거나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를 쓰는 것이다. 특히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부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대안을 목표를 세우고 더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희망이 없으면 살 수가 없다. 지나치게 ‘기후 절망론’을 말하는 것은 행동하게 할 동력을 꺾어버린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어려운 기후변화 용어들도 우리를 헷갈리게 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정보는 우리 삶에서 더 이상 멀어져서는 안 된다. 이 책은 관련 용어들의 개념을 알기 쉽게 비교해 설명하고, 기후행동의 단계별 목표와 그 효과를 상세히 열거함으로써 우리가 행동한다면 충분히 바뀔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기후행동에 정부와 국제사회, 기업이 머뭇거린다면, 기후위기를 나의 일로 여기고 함께 행동에 나서는 시민에게 기대할 수밖에 없다. 책에서는 ‘데이터’로 기후변화를 설명하고 있지만, 저자가 서문에서 말하듯이, 데이터만큼이나 중요한 건 다른 생명체의 처지를 공감하는 역지사지의 자세이다. 온실가스 때문에 지구에 갇혀 누적되는 “순증가 에너지의 91%를 바다가 저장”하고 있어, 바다가 대기보다 더 큰 온난화를 겪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 데이터는, 제주 바다 해녀들이 말해주는 숨 막힐 정도로 뜨거워진 물속 온도에 대한 증언이나, 해양 생명체들도 더 이상 생존할 수 없어 물질할 거리조차 사라지고 있다는 처절한 상황까지 보여주지는 못한다. 따라서 이 책은 상상하고 공감하는 시민의 목소리와 행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왜 지구는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곳으로 되어가고 있는가? 지구 환경과 건강하고 안전한 우리 삶을 되찾을 방법은 무엇인가? 모두가 끊임없이 묻고 답해야 한다.
『기후변화 데이터북』은 기후변화에 관한 최신 과학의 평가, 기후변화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생태계와 에너지, 경제 등에 관한 국내외 정부, 연구기관, 국제기구의 통계자료와 보고서 등 기후변화 관련 데이터를 한데 모은 책이다. 온난화에 따른 국내외 기후위기 현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이 데이터들은 지구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경각심을 일깨워 준다. 또한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사용 등 기후행동에 나섰을 때의 긍정적인 데이터를 함께 제시하며, 나 자신과 후손들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적극적인 시민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독자를 비롯한 시민 모두가 기후위기의 현황을 제대로 알고 기후급변점을 막을 수 있는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는 데 『기후변화 데이터북』이 도움이 되기 바란다.
이 책은 지속가능한 지구와 출판 환경을 위해 친환경 종이로 만들었다. 본문 용지는 재생지인 ‘그린라이트’를, 표지 용지는 재생펄프가 30% 함유되어 환경표지 인증을 획득한 ‘인스퍼 에코(INSPER ECO)’를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