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물을 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문화사학자 신정일이 두 발로 쓴 ‘우리 산하’ 이야기
대한민국 도보답사의 선구자 신정일 작가가 전국 방방곡곡을 직접 걸으며 완성한 도보답사기 《신정일의 신 택리지》 시리즈의 열 번째 책이자 완결편 ‘산과 강의 풍수’ 편이 출간되었다. ‘산하’라는 말이 곧 우리 국토를 의미하듯, 산과 강은 우리 삶과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고개만 돌리면 보이는 쭉쭉 솟은 산과 그 사이사이 유유히 흐르는 강이 우리가 지금껏 유지해온 줄기찬 생명력을 여실히 나타낸다.
옛사람들은 산과 강을 하나의 유기적 자연 구조로 보고 그 사이에 얽힌 원리를 찾는 것을 지리학과 풍수의 기본으로 두었다. 신경준의 《산경표》는 한반도의 등뼈를 이루는 백두대간부터 시작해 큰 강을 낀 13개 산맥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그래서 우리나라 산줄기들의 이름은 대부분 강 이름에서 비롯하는데, 이는 ‘산은 생명의 시작인 강의 산지産地’라는 전통적 지리 인식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는 산과 그 계곡을 따라 형성된 강이 촌락과 도시 형성에 큰 역할을 했다. 그래서 산과 강은 문화적 풍토를 나누는 구분이 되기도 한다. 이 덕에 우리나라에는 각양각색의 산과 강처럼 개성과 매력을 자랑하는 지역색이 형성되었다.
《신정일의 신 택리지》 열 번째 책 ‘산과 강의 풍수’ 편에서는 남북으로는 백두대간부터 땅끝 해남까지, 동서로는 울릉도와 안면도까지, 그리고 바다 건너 제주도의 한라산 백록담까지 저자의 발길과 눈길이 닿는 모든 곳을 망라한다. 산과 강의 특색, 풍토, 물산, 역사와 전설 등 곳곳에 얽힌 지리와 사람 이야기를 저자의 꼼꼼한 답사와 풍부한 입담으로 흥미진진하게 펼쳐낸다. 특히 완결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우리가 길을 걷고 풍류를 즐겨야 하는 이유와 방법까지 친절하게 소개한다.
산이 솟고 강이 굽이치니
사람의 살 자리가 보인다
ㆍ ‘명사名士가 명산名山을 낳는다’는 말이 있다. 예로부터 사대부들은 이 땅의 산천을 유람하면서 스스로 학문을 연마하고 정신을 수행하며 수많은 글을 남겼다.
ㆍ 옛사람들은 우리나라의 2대 명산을 백두산과 금강산으로 보았다. 백두산을 두고 산의 성자聖子라고 했고 금강산을 일컬어 산의 재자才子라고 했다. 즉 성스러운 산의 으뜸은 백두산이고 기이한 산의 으뜸은 금강산으로 본 것이다.
ㆍ 설악산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골산骨山이다. 금강산에 버금가는 명산과 명승으로 자연경관이 빼어나고 문화유산과 관광 명소가 많다. 설산雪山 또는 설봉산雪峰山, 설화산雪花山이라고도 하며, 겨울뿐 아니라 사계절 모두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신라 때는 영산靈山이라 하여 나라에서 제사를 지냈고 또 옛날에는 바다를 지나가는 배들의 길잡이가 되기도 했다.
ㆍ 지리산은 역사 속에서 수많은 사람이 숨어들었던 곳이다. 조선 중기 임진왜란이 일어난 뒤에는 《정감록》을 믿는 사람들이 찾아들었다. 동학 농민운동이 끝난 뒤에는 혁명을 꿈꾸다 실패한 동학도들이 찾아와 후일을 도모하기도 했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이현상이 이끄는 남부군이 지리산에 들어와 죽거나 포로가 되었다.
ㆍ 가야면 소재지에서 해인사 들목에 이르는 홍류동계곡은 봄에는 꽃으로, 가을에는 단풍으로 물이 붉게 흐른다 하여 ‘홍류동紅流洞’이란 이름이 붙었다. 해인사 들목까지 뻗어 내려온 이 골짜기는 그 언저리의 울울창창한 숲도 숲이지만 속세의 소리를 끊어 버릴 기세로 우렁차게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유별난 정취를 안겨 주는 곳으로 유명하다.
10권으로 마무리된 《신정일의 신 택리지》 시리즈는 서울, 경기, 전라, 북한, 제주, 강원, 경상, 충청 편에 이어, ‘명당과 길지’, ‘산과 강의 풍수’ 편까지 우리 땅의 면모와 역사, 인문지리학적 통찰을 담아낸 종합 교양서다. 30년 넘게 전국 곳곳을 직접 밟으며 시리즈를 완성한 신정일 작가의 입담을 통해 독자 역시 생생한 답사 경험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호와 이중환이 그랬듯 산천 곳곳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를 담은 《신정일의 신 택리지》 시리즈는 우리 시대 대표적인 국토 인문서로 우리 국토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